상식이 중요한 이유.
10 Jan 2009첫 번째 전제
나는 아직 미성숙하다. 한참 멀었다. 취향과 성향은 있어도 주관과 철학은 부족하다. 그래서 내 철학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는다. 그런 탓에 판단을 내려야 할 때 내 철학보다는 대다수 사람이 으레 내릴만한 판단을 따른다. 다른 사람들이 이런 판단을 내리는 근거는 무엇일까. 대체로 사람들이 그런 근거를 내린 이미 알고 있는 보편타당한 지식은 무엇일까. 이런 고민을 하여 답을 내고 그 답을 따른다. 이렇게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할 지식을 상식이라고 한다.
내가 대단히 합리성 있으며 올곧으며 바르고, 설령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없더라도 참을 좇아 제대로 된 인식 속에서 끄집어낸 가치관과 생각을 꺼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어설프게 애먼 헛소리 할 바엔 상식을 따르는 것이 낫다. 그러면 상식을 따르는 사람들에게서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두 번째 전제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이 상식이다. 그렇다는 말은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생각은 누구를 만나든 대체로 수용된다고 볼 수 있다. 1 더하기 1은 2는 상식이어서 누구에게 말을 해도 대체로 먹히지만, 코사인 5는 상식이 아니므로 보통은 옳고 그르고 할 것 없이 말 자체가 먹히지 않는다.
사기를 치면 안 된다. 자신의 힘을 키우기 위해 다른 이의 입을 짓밟아서는 안 된다. 하고 싶은 걸 하려고 거짓 근거를 제시하며 선동해서는 안 된다. 공공재를 개인이 자신의 것인양 해처먹으면 안 된다. 남의 권리와 자유를 함부러 침해하고 해쳐서는 안 된다.
이와 같은 것들은 상식이라 할 수 있다.
상식과 비상식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 즉, 비상식이 가득한 사회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것들이 되려 비상식이 된다. 내 철학이 못미더어 상식이 기대어 판단을 내렸는데, 그 판단이 사회에서 비상식이 되면
- 그 사람이 분노에 빠지든지
- 인지부조화에 빠져 상식과 비상식 사이에서 일관성을 찾지 못해 돌아이가 되든지
- 비상식을 상식처럼 받아들여 비상식이 사회에 더 만연하게 하는 데 일조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 사람이 한참 배움을 좇거나 아직 가치관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을수록 이런 문제가 생길 여지가 크다.
2008년부터 우리 사회는 상식과 비상식이 서로 자리를 바꾸는 큰 전환 과정을 거치고 있다. 경제 가치가 다른 모든 가치를 압살하는 것이 상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사람들이 알고 있던 보편타당한 지식과 질서, 규칙이 뒤엎어져 꺾이고, 현재 비상식이었지만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상식이었던 것을 말하는 사람이 비상식으로 몰리기 시작한다.
상식이 중요한 이유. 그리고 무엇인지가 중요한 이유
상식을 말할 때, 그 시기와 사회에서 통용되는 상식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다른 여러 사회를 보나 역사에 비추어보나 몇 년 전 사회에 맞춰보나, 지극히 상식인 것이 오늘날 비상식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나나 당신을 바보, 멍청이, 병신, 비사회형 사람, 비주류로 만들거나 개념 가득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그 사회에 통용되는 상식이다.
그 사회가 다른 세력에 짓밟혀도 지켜내야 할 값진 보물같은 가치관이 있고, 그것이 도덕에 비추어 상식이 되었다면 그 상식에 내 판단을 맡길 수 있다. 즉, 내 미성숙함에 기대는 대신 상식에 기대어 판단을 내려도 좋다.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입을 다물든지, 아니면 사회를 채우며 상식으로 자리 잡아가는 비상식을 깨뜨리러 짱돌을 들고 뛰쳐나가 내던지는 것이 낫다. 감이 안 온다면 앞서 언급한 상식에서 “안”을 뺀 문장을 상식이라고 해보자.
사기를 치면 된다. 자신의 힘을 키우기 위해 다른 이의 입을 짓밟으면 된다. 하고 싶은 걸 하려고 거짓 근거를 제시하며 선동하면 된다. 공공재를 개인이 자신의 것인양 해처먹으면 된다. 남의 권리와 자유를 함부러 침해하고 해쳐도 된다.
끔찍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