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살 넘기 전에 딱 한 번만 하고 싶은 것.

서른살 넘으면 할 수 없으니 그 전에 하고자 하던 게 있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번만. 그 중 하나는 탈색이다.

언제까지 해내고야 말겠다는 목표나 계획과는 좀 다르다. 정해놓은 그 나이를 넘겨서 하기엔 이상하거나 어울리지 않거나 뻘짓이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는 하지 않고 그 나이 넘기기 전에 딱 한 번만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나이 서른 넘어 땀구멍 넓고 수염 자국 거뭇한 아저씨가 진한 염색이나 탈색을 하면 참 지저분해서 보기 안 좋길래 나이 서른 되기 전에 탈색을 한 것이다. 탈색이 나이 서른 되기 전에 이루려는 목표나 꿈, 혹은 계획일 리가 없잖은가?

이젠 마흔살 넘기 전에 딱 한 번만 하고 싶은 걸 생각하고 있다. 정말 하고 싶은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가끔 불쑥 불쑥 생각이 든다.

  • 배낭여행 형식으로 3달 동안 국토재장정
  • 중부1고속도로를 시속 180km 이상으로 달리기
  • 필름 끊길 때까지 술 마시기
  • 한 팔로 물구나무서서 버티기
  • 70kg 까지 몸무게 불리기
  • Queen의 Bohemian Rhapsody를 혼자서 다 만들기 (노래, 코러스, 연주 등)
  • 여자 친구(혹은 아내) 이마를 가운데 손가락으로 아주 세게 튕겨 때리기

술 마시기, 물구나무서기, 몸무게 불리기, 이마 때리기는 이미 도전해봤다가 실패한 것들이다. 이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번만 하려는 것은 도전이 아니라 성공을 뜻한다. 게다가 혼자서 해야 한다. 혼자서 국토재장정을 돌아야하고, 혼자서 필름 끊길 때까지 술을 마시는 것이다. 여자 친구(혹은 아내)가 배려하며 이마를 대주는 게 아니라 혼자서 딱! 때려야 한다.

할 수 있을까? 마흔 살 되기 전에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