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서 얻어 쓸 수 있는 사무실

누구는 뜻한 바가 있어 스스로 몸담고 있던 사무실에서 뛰쳐 나와 그 뜻한 바에 달려든다는데, 나는 딱히 뜻한 바도 없으면서 일터에서 뛰쳐나와 지내고 있다. 뜻한 바가 없다보니 뜻하지 않게 정부가 각종 언론장난질을 할 때 언급되곤 하는 20~30대 무직자 통계에 머릿 수 올리고 있다.

뚜렷히 일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오지랖이 넓은 것도 아닌데, 알게 모르게 이 동네 저 동네에 나다니고 있다. 나다니다보면 종종 이전 약속과 다음 약속 사이 시간이 애매한 경우가 있는데, 그 짧은 시간을 커피 한 잔으로 대신하자니 너무 비싸고 이전 약속 시간을 질질 끌 수도 없을 때는 덩그라니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일광욕을 하곤 한다. 별 수 있나?

있다.

가끔 별 수가 생기곤 한다. 시간이 애매해서 난처해하는 걸 눈치챈 어떤 이들은 자기네 사무실이나 회의실 등에서 쉬었다가 천천히 가도 된다며 친절과 배려를 베풀곤 하기 때문이다. 노트북이 참 무거워서 보통은 안 들고 다니는데, 이렇게 문서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질 때엔 노트북이 참으로 아쉽다.

집에선 노트북 화면이나 자판이 이상해지는 이 컴퓨터로 해야 하는 일에 집중을 잘 하지 못한다. 그래서 급한 일이 있으면 일부러 노트북 들고 집으로부터 커피샵으로 도망가서 일을 하곤 한다.

그런데, 만약 많은 분들이 날 마냥 찌질하게만 여기시지 않고 쥐똥만큼이라도 유익하게 여기실 게 있다면, 그때 그때 이 사무실 저 사무실 다니며 자리 하나 몇 시간씩 얻고서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 2시간 정도 일하고 1시간 정도는 사무실에서 자리 한 켠 빌려주신 고마운 분들과 얘기도 나누고, 그러다 다른 장소로 이동해서 할 일 치르고 또 1~2시간 일하다가 1시간 정도 그곳분들과 얘기 나누고.

이럴 수 있다면 나날이 많은 걸 배울 수 있을테니 각종 추세(trend)를 다루는 뉴스 사이트 보느라 몇 시간씩 모니터에 얼굴 박고 있지 않아도 되고, 일 집중도도 높을테니 스스로가 게으르다는 자괴감에 빠져 허우적대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G사에서 내려마시는 원두커피도 좋고, U사에 거미줄 쳐져있는 커피포트로 내려마시는 커피도 좋겠고, S사에 있는 무료 다방커피...는 별로니까 그냥 냉수가 낫겠고.

이게 되려면

  • 밖으로 나다니며 일을 해도 수익을 낼 수 있는 환경
  • 가벼운 노트북
  •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쓸 수 있는 도구(egg기기 등)
  •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언제든지 찾아가도 사무실 한 켠 빌려주시고, 얘기도 나눌 수 있는 분들

이런 요건들을 두루 갖춰야 한다. 지금 내 상황을 보면 이 요건들은 쉽게 갖출 수 있기도 하고, 힘들거나 아예 갖추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머뭇거려진다.

그래도.

그렇게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 혹, 이 글을 보시는 분 중 제가 불쑥 찾아뵈어 엉덩이 붙이고 조용히 일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빌려달라고 하면 응해주실 분 계신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