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데이와 팬덤에 대한 단상
12 Aug 2009지난 해 12월에 미투데이가 NHN에 인수된 이후 여러 변화가 일었다. 작은 걸음도 있었고, 눈에 띄이는 걸음도 있었다. 그 중 가장 눈여겨 볼 변화는 최근에 여러 유명인들이 미투데이에 가입해서 실제로 서비스를 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전에도 타블로나 Eight 등 몇 몇 방송인들이 쓰긴 했지만, 네이버 첫 화면에 미투데이가 소개되고 그 시기에 맞춰 서비스에 여러 유명인이나 방송인들이 가입했다는 점에서 구별을 해야 한다.
그 중 빅뱅이라는 가수 그룹에 속한 지드래곤(권지용)이 가입한 일은 만 2년 좀 넘는 미투데이 역사를 놓고 봐도 큰 사건이었다. 주류 문화로 넘어가는 과도기(캐즘, Chasm)에 빠져있던 미투데이는 이 사건으로 단번에 주류 문화에 발을 들일 기회를 잡았다고 할 수 있을만한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그 흐름 속 중심엔 지드래곤 팬, 즉 팬덤이 있기 때문이다.
기존 팬까페나 게시판과 미투데이가 다른 점은 컴퓨터 앞에 앉을 시간이 딱히 없는 유명인이 휴대전화기를 이용해서 손쉽게 팬덤을 자극할 떡밥을 던지는 데 있다. 더욱이 사진이나 소리처럼 시청각을 직접 자극하는 매체(media)를 이용하므로 관람자나 구독자에게 높은 접근성을 제공하고, 매니저나 제3자가 대신 운영하지 않고 유명인 본인이 그 공간을 운영한다는 실재성도 보장한다. 더구나 상대를 관심 대상으로 선택하면 그 사람이 글을 올릴 때마다 휴대전화 문자(SMS)로 자신에게 알려주는 실시간성도 만끽할 수 있다. 마치 애초부터 팬덤(오빠부대 등)을 위한 서비스인 것처럼 팬이 그 대상을 쫓아다니기(following)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유명 연예인이 미소짓거나 손을 흔들면 실은 내게 그런 게 아닌데도 마치 내게 한 것처럼 가슴 설레어 깡총 깡총 뛰거나 손을 흔들거나 소리를 지른다. 이렇게 오프라인에서 유명인이 시청각을 자극하는 행동을 하면 사람들은 무리로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이 광경을 온라인으로 그대로 옮긴 것처럼 미투데이에 있는 지드래곤 공간에서 접할 수 있다.
이 광경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몇 가지 요소를 미투데이만 제공해왔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 어째서 트위터나 미투데이에 이미 있던 유명인과는 달리 지드래곤 사건이 일으키는 파장이 더 큰 것일까? 대체 무엇이 딱 맞물린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열광하는 사람들에 있다. 지드래곤에 반응하고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주로 10대 여학생이며, 이들은 다른 팬덤 계층과는 달리 활동력이 매우 높다. 아, 물론 소녀시대나 원더걸스가 나타나면 굵직한 남자 목소리가 강하게 들려오긴 한다. 그러나 이들은 대체로 지속력이 떨어진다. 몇 번 정도는 적극성을 띄고 활동을 하지만, 그 정력을 계속 쏟아붓지 못하고 시든다. 그에 반해 여성들은 나이가 어릴수록 활동성(적극성+지속성)이 높으며, 그런 활동성은 여성 아이돌보다 남성 아이돌이 더 많은 아이돌 역사로도 알 수 있다. 오빠부대라는 말이 나온 시기를 생각해보라.
고객 충성도라는 딱딱한 말로 표현되기도 하는 성향도 이들의 특성으로 구분 지을만 하다. 여전히 서태지나 조용필 등 오랜 시간 활동한 유명인과 오래 함께하는 시간축 충성도도 높지만, “믿을 수 있는 내 편” 모습도 이들에게서 쉽게 볼 수 있다. 지드래곤이 자신의 미투데이 공간에 공개한 새 노래가 표절 시비를 받자 편들어 달라거나 지지해 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지드래곤 지지를 외치는 댓글이 4만 개가 넘게 달렸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 1시간 전에는 3만 9천 개였는데 그새 1,000건이 넘게 달렸다.
좋아하고 지지하는 상대를 보호하거나 지지하는 모습이야 새삼스러울 게 없지만, 특정 팬클럽이나 까페 게시판이 아닌 대중 서비스 안에서 벌어지는 모습은 엄밀히 말해 흔한 광경은 아니다. 어쩌면 네이버나 다음 포털 서비스에 있는 대중 게시판에서도 이런 광경을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하루도 안 되어 댓글이 몇 만 개씩 달리는 광경은 말이다.
아마 회원 10~15만명 내외일 현 미투데이에서 약 8만명이 비슷한 방향으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미투데이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이미 지투데이(지드래곤 + 미투데이) 이용자와 미투데이 이용자로 나뉘었다고 부를 정도로 이번 일의 여러 요인들은(다수가 높은 활동성을 갖고 있음) 문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은 문화 뿐 아니라 기존 이용자들이 눈감아주며 쓰던 불편함이나 이용자 수가 적어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불편함이 한꺼번에 표출되면서 대중(?)이 더 편하고 쉽게 쓸 수 있도록 개선되고 있기도 하다. 문화 뿐 아니라 서비스 마저 변화를 주고 있다. ^^
바로 이점이 다소 우려된다. 이런 변화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대중이 미투데이 서비스를 쓰는 방식, 바라는 점이 이렇다면 이것이 미투데이의 문화일지도 모른다. 다만, 미투데이는 디씨인사이드처럼 지드래곤이라는 사람 한 명으로 문화가 바뀌는 걸 견뎌낼만한 체력(기존 문화에 자리잡은 많은 이용자 수)이 부족한 점이 걱정된다. 지드래곤같은 파급력 강한 사람이 계속 들어온다면 내 일상을 남기고 대화를 나누는 서비스보다는 우려되는 성향을 가진 팬덤을 위한 서비스에 맞춰지거나 자리잡을 여지가 있다.
유명한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남기는 글에 명랑하고 즐겁게 반응하며 모두가 행복하다면 좋겠지만, 팬덤에는 다른 팬덤과 경쟁하는 특성도 있다는 데 문제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공격성을 띄는 팬은 언제나 있어왔다. 간단히 말해 90년대에 H.O.T와 젝스키스, S.E.S와 핑클, 소녀시대와 원더걸스, 카라 등처럼 각 팬무리가 서로를 지나치게 경계하고 경쟁하여 충돌이 잦아진다면 아마 많은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주류/대중 시장에 본격 발을 들이지 못했던 미투데이의 기존 정체성과 문화가 겪을 수 밖에 없는 성장통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가 아니라, 다수가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에서 기대하는 바나 실제로 유용하게 쓰는 것이 기존 생각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기존 팬덤의 욕구를 만족시켜줄만한 서비스가 없어서 다른 보완재를 함께 곁들여 써왔는데, 미투데이가 팬덤의 욕구들(즉시성, 실재성, 정보(매체) 접근성)을 한꺼번에 해소시켜주는 팬덤 최적화 서비스 일 수도 있다.
2007년 2월 26일에 처음 비공개 개장을 했던 때부터 미투데이를 써오던 사람으로서 미투데이의 특정 계층에 맞춰진 특성과 더딘 국내 모바일 환경 발전 때문에 주류 시장이나 대중 시장으로 빅뱅을 이끌어 내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요며칠 지드래곤 사건(?)을 보니 마이스페이스나 페이스북 서비스가 그랬던 것처럼 미투데이도 충분히 사람들이 끌리고 쏠리고 들끓을 수 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존재했고 여러 곳에서 드러났던 사람들(이 글에서는 팬덤을 주로 집었지만)의 팬덤 욕구와 문화가 폭발할 수 있게 적절한 기능으로 그 자리에 적절히 있는 역할을 할지 누가 알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잘 준비된 팬덤 전용 리무진 버스에 몸만 싣듯이. :)
자, 이제 진짜 미투데이라는 서비스를 흥미롭고 관심있게 지켜볼 때가 왔다. 여기 모두가 오고 있다(Here comes everybody).
이외 추가 의견</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