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결산
31 Dec 2010벌써 2010년을 결산한다.
1. 창업
2010년에 있었던 큰 일 중 하나는 창업, 정확히는 법인 설립이다. 지난 9월 1일자로 (주)클라우드기프트를 설립했다. 아이폰용 앱 개발이나 HTML 5, 모바일 웹 등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하였고, 현재는 우리의 방향을 향해 첫 번째 걸음을 뗐다. 그 첫 걸음은 현재 알파 버전을 향해 가고 있으며, 2011년을 아주 재미나게 이끌 것이다.
예전 같으면 “우와! 이런 일도 있었어. 글로 남겨야지”하던 일도 이제는 덤덤하게 받고 겪고 보낸다. 회색빛 사람이 되어서 그런 건 아니고, 이젠 좋은 일이든 안좋은 일이든 감정으로 휩쓸리지 않고 그 자체로 받아들이기 시작해서 그런 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감정과 감성은 오히려 더 촉촉해졌다.
2. 책
작년엔 책 100권을 읽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면, 올해엔 책과 관련된 어떠한 목표나 계획도 세우지 말자고 다짐했다. 읽은 책을 세보니 32권을 읽었는데, 과연 계획이나 목표가 없으니 거리낌 없이 게으름을 피우게 된다는 걸 깨달았다. 내년을 위한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짜야겠다.
올해 읽은 책 중 몇 권을 꼽아본다.
- 경영이란 무엇인가 (조안 마그레타)
-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 (강신주)
- 논어 (공자)
- 군중심리 (귀스타브 르 봉)
3. 영어
몇 달 동안 미국 시트콤인 프렌즈로 영어 듣기 훈련을 했는데 실패했다. 하루 평균 2~3시간씩 듣고 따라 읽었지만, 귀가 열리는 대신 잔머리가 더 발달하게 됐다. 덕분에...
눈치력 +3
눈치가 늘었다.
눈치로 저 사람이 무슨 말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내는 능력치를 높이고 싶다면 자막 없이 다른나랏말로 가득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될 것 같다.
아이폰에 영영 사전을 넣고 그때 그때 모르는 낱말을 찾아서 뜻과 사용 예제 문장을 외우는 노력은 제법 도움이 됐다. 독해력이 느니 듣기 실력도 조금 는 것 같다.
4. 클라우드 컴퓨팅
몇 년 전부터 구글 닥스 등 인터넷 기반으로 정보나 자료를 관리했지만, 그래도 주요 관리 공간은 내 노트북이었다. 그런데 올해 9월에 노트북 하드 디스크가 망가졌다. 많은 사진과 자료, 작업물과 야한 동영상이 유실됐다. 다행히 최신 자료는 인터넷 곳곳에 있어서 유실하지 않았지만, 지난 4년을 도둑 맞은 기분은 어쩔 수 없었다.
이제는 날려먹어도 씩씩하게 훌훌 털어낼 수 있는 자료만 노트북에 남겨두고, 날아가면 나를 우울하게 만들만한 자료는 곳곳에 퍼뜨려 놓았다. 인터넷 기반으로 관리할 수 없는 자료 관리 프로그램은 되도록이면 쓰지 않고 있다. Devonthink 와 Things가 빠른 시일 안에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으면 과감히 손을 뗄 예정이다.
5.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의도한 건 아닌데, 1년 단위로 더 마음이 쏠리는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가 달라진다. 2007~2008년엔 미투데이, 2008~2009년엔 트위터, 2009~2010년엔 페이스북에서 많이 놀았다. 근데 요 몇 달 전부터는 각 서비스를 쓰는 마음가짐이 변했다. 각 서비스마다 맺어진 사람 관계와 문화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6. 술과 커피
작년부터 슬슬 술맛을 알아가는 것 같았는데 올해엔 사실상 술을 끊다시피 했다. 맛은 있는데 몸이 받아내질 못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식탐이 없어서 별 불편함 없이 술에 손을 안 대고 있다. 이젠 소주 세 잔도 버겁다.
커피는 많이 늘었는데, 몸이 힘들 때엔 카라멜 마끼아또처럼 아주 단 커피를 마시거나 카페라떼처럼 배 부른 커피를 마시기도 한다. 커피에 다른 향이 섞이는 걸 싫어해서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를 주로 마셨었기에 많이 변한 셈이다. 그래도, 여전히 단 커피는 부담스러워서 자양강장제처럼 뇌에 부하를 걸 때나 마신다. 하지만 카페라떼는 좋아하게 됐는데, 에스프레소 샷을 하나 더 넣어서 마시는 게 좋다.
뭔가에 잘 중독되지 않게끔 무의식 중에 자기관리하는데, 커피는 중독이라 부를만큼 애음했다. 안 마시면 머리도 아팠고.
근데 커피도 중독된 것 같진 않다. 지난 11월~12월을 정신없이 보내면서 커피를 별로 못 마셨는데, 한 며칠은 커피 생각이 나곤 했지만 그 며칠을 넘기니 원래 커피를 안 즐겼던 사람으로 돌아간 것처럼 편안했다. 대신 다른 차(tea)를 즐겼다. 커피에 중독됐다기 보다는 차(tea), 혹은 물 자체를 사랑하는 것 같다.
7. 말투
2009년부터 말을 풀어서, 그리고 다소 돌려 말하려고 했고 2010년엔 거의 입에 붙었다. 고백하자면, 변명성 말을 앞에 붙이면서 정말 내가 할 말을 머리 속에서 만드는 시간을 버는 잔머리다.
지금은 이를 다시 떼어내고, 다소 건조하더라도 할 말만 간결히 하도록 말투를 바꾸려 애쓰고 있다. 시간을 버는 꼼수를 없애는 것이라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1년엔 말수가 많이 줄 것 같다.
8. 마치며
마음과 달리 생각없이 1년을 보낸 것 같다. 생각하는 척만 퍽 많이 했다. 똥품 그만 잡고 깊이 생각하며 2011년을 달려야겠다.
그리고.
지난 1년 함께 해주신 분 모두 대단히 고맙습니다. (뜬금없는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