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장바구니와 첫 화면

책 장바구니

인터넷 서점인 A사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손에 쥐어준 적립금을 일정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뺏어가는 것이 괘씸해서이다. 그런데 이건 되게 사소한 이유여서 이유계(系)의 깍두기에도 못미친다. 왜냐하면 어차피 회수 기간 안에 적립금을 다 쓰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 여러모로 평이 좋은 A사 대신 Y사를 쓰는 이유에 대한 내 대답(괘씸한 적립금 정책)은 실은 본질이 아니다. 실은 Y사를 떠나지 못하는 핵심 이유는 장바구니에 있다.

Y사의 인터넷 서점에 있는 내 책 장바구니에 현재 담아 쌓아놓은 책은 88권(약 150만원), 나중에 사려고 따로 빼놓은 책은 375권(약 760만원)이다. 장바구니는 내 취향이나 선호도, 구매 의지 등 소비자가 갖는 온갖 복잡미묘한 체계와 원리가 녹아있는 공간이다. 그래서 품절이나 절판되어 더이상 판매되지 않는 책이더라도 장바구니에서 빼지 않고 그대로 냅둔다. 장바구니에 들어가있는 흔적 자체가 나 스스로를 되집어가는 빵조각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나한테 장바구니는 사생활이나 개인 정보 측면에서 조금 특이한 공간이다. 누가 참견하는 건 싫지만 들여다보는 건 괜찮을 것 같다. 즉, 입력(insert)/수정(update)은 사양하지만 보는(view) 건 괜찮다. 아, 물론 선택해서 몇몇 책은 안 보이게 가릴 수 있어야한다. 그래야 허영심을 지킬 수 있다.

첫 화면

어쨌든, 난 다른 사람이 내 장바구니를 들여다봐도 괜찮다. 그러니 Y사는

제발 좀

내 장바구니와 구매 이력을 조금이라도 분석해서

전혀 내 관심을 끌지 못하는 화장품이나 책을 첫 화면에 내게 보여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웹 브라우저가 버벅대서 첫화면 가기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