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을 맞이하며
31 Dec 20121. 회사 이야기
2011년에 맞이한 운을 밑거름 삼아 2012년에 여러 큰 일을 치뤘다. 게임도 두 개 출시했다. 필통에서 연필 하나씩 꺼내듯이 내게 찾아온 운을 하나씩 꺼내어 글 단락 하나씩 맺은 기분이다. 문장 하나 깔끔하게 닫지 못했다. 삐뚤삐뚤 줄을 넘나들고, 글이 잠시 끊겼다가 이상한 곳에서 다시 잇고, 뜬금없이 왼손으로 쓰다 개발괴발 발로 쓰기도 했다. 글자에 처박고 있던 얼굴 치들어 내가 써내려가던 글을 훑으며 그 꼴을 보자니 도무지 이야기를 알아듣기 힘들다는 걸 깨달았다. 다음 장으로 넘길 차례인데, 필통엔 몽당연필 몇 개 뿐이다.
난 대체 무슨 이야기를 쓰고 있던 걸까? 의뭉스러우면서 겉멋만 들어 알맹이 없는 이야기를 싸질러 왔다. 뭘 쓰고 싶은지 스스로는 모르면서 “왜, 그거 있잖아. 알지? 내가 무슨 말 하려는지 알지? 알잖아. 됐어 그럼”라고 몇 마디만 쓰고는 그걸 방향과 주제라고 기만했다.
그래도 이런저런 경험, 좋은 인연으로 많이 배웠고, 지금보다 더 성장할 기틀을 많이 다졌다. 그런 점에서 지난 2012년도 참 운 좋았다. 이젠 다시금 방향을 잡고 그 뱡향을 향해 엉덩이와 다리 힘을 믿고 나아가고자 한다.
2. 운동 이야기
2011년 가을쯤부터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그동안 겪어보지 못 한 증상이 몸에 나타났다. 이러다가는 뜬금없는 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되었다가 내 면역력과 체력이 이겨내질 못 하고 어느 날 갑자기 죽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엄살같아 2012년엔 농담조로 가볍게 말하곤 했는데, 이제와 이야기하자면 정말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2012년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팔굽혀펴기 20개도 헉헉대며 겨우 마쳤고, 줄넘기 300개를 10분에 걸쳐 겨우 넘고는 토할 뻔 했다. 턱걸이는 한 개도 버거웠으며, 타바타 인터벌로 스쿼트를 하고는 10분 넘게 뻗기도 했다. 그래도 꾸준히 운동을 하여 체력을 어느정도 회복했고, 크로스핏이라는 다소 격렬한 운동을 시작하기에 이르렀다.
이제는 내 나이대 평균 체력엔 근접했다는 생각을 한다. 집중력도 좋아지고 자신감도 강해졌다. 감기같은 잔병치레도 하지 않는다. 하루에 1시간 정도씩 운동을 하여 하루에 2시간씩 이득보는 느낌이다.
물방울이 결국 바위를 뚫듯, 꾸준히 뭔가를 하다보면 어느 새 큰 변화를 일으킨다는 걸 깨닫고 있다.
3. 결혼
내 개인 인연과 관련된 가장 큰 사건이라면 역시나 결혼을 꼽을 수 있다. 내가 결혼했다. 2012년을 맞이하던 때만 하더라도 내게 결혼은 요원한 남의 일같은 이야기였다. 내겐 결혼할 돈도 마음 여유도 없었다. 그래도 어찌저찌 빚을 갚고, 매달 월급을 모아 결혼 과정에 드는 비용을 치렀으며, 10년 만에 제1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게 되어 신혼전세집도 계약했다. 이게 가능한 일인지 이해가 안 간다. 2010년 말과 2011년 초에 죽지 않고 살아남은 과정을 돌이켜보면 참 어처구니가 없었는데, 이번 결혼도 그런 것 같다.
아내와 사귄 지 5년이 넘었다. 처음 2년은 아내가 대학 재학 중이라 자주 만나기 힘들었고, 이후 3년은 내가 창업하고 사업하여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갖지 못 했다. 아내는 늘 기다려주었으며 배려해주었다. 난 장난기가 많지만, 실은 무뚝뚝하며 표현을 잘 안/못 한다. 감정 기복도 별로 없고, 취향도 딱히 없다. 여자를 좋아하지만 그 존재를 좋아하는 것이어서 연애에도 별로 관심없다. 여자 입장에선 참 별로인 남자이기에, 난 아내에게 구제 받았다.
사랑하는 아내가 늘 고맙다.
4. 인연
좋은 인연을 많이 만났다. 사람을 사귀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데, 그런 내가 따라와 곁에 설 때까지 끈기있게 기다려준 사람이 조금씩 늘고 있다.
그동안 내가 다가갈 때까지 사람들이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여기기도 했지만, 실은 내가 열심히 다가가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다. 늘 그들은 그 자리에서 뒤돌아보며 날 기다려주었다.
이제 옆에 나란히 서서 같은 곳을 바라보기도 하고, 서로 다른 방향이지만 어느 날 불쑥 만나 차 한 잔 나누기도 하며 인연을 더 넓고 깊게 만들어가면 좋겠다.
5. 2013년을 맞이하며
2013년엔 몇 가지 큰 움직임을 취하려 한다. 사업을 하고 여러 인연을 맺으면서 내게 큰 변화가 일었는데, 바로 사회를 바라보는 눈이 바뀌었다. 사람과 사람 관계, 그 관계가 연속되면서 공동체를 이루고, 그러한 공동체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작용하며 전혀 변할 것 같지 않은 사회가 조금씩 때로는 크게 변하는 현상에 경외감을 갖게 됐다. 그리고, 나도 그러한 움직임에 보다 의미있게 참여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아직 시작 전이라 밝히긴 어렵지만, 이미 조금씩 진행해가고 있다. 작게는 나 자신부터, 우리 회사 플라스콘, 그리고 업계, 이웃…
2013년은 내게 크나큰 전환이자 실행이 일어나는 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