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에서 내가 노래 부르던 방식

20대 초중반 때까지는 노래방에 가서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는데, 주변에 특이한 사람이 많아 나도 꽤나 영향을 받았다. 가령, 한 친구는 표절한 노래를 찾아 원곡 노랫말로 부른다든가, 일본 애니메이션 노래만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어떤 이는 어떤 노래든 응원가로 만들어서 발라드를 부르는데도 웬지 일어나서 율동을 취하고 싶게 만들기도 했다.

내 노래 실력이 안좋다는 걸 깨달은 뒤, 나도 개성을 파기로 했는데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동요를 메탈처럼 부르는 건데 애창곡은 올챙이와 개구리였다. 다른 하나는 코러스 담당이다.

코러스 담당이 뭐 특이할 게 있겠냐 생각이 들텐데 그렇지 않다. 다음은 내가 연습한 코러스 부분인데, 어떤 노래인지 맞춰보시라.

문제)
너!너!넌!, ### ### ### ## 마음대로만 #### #### ## ### 그만
# # #### # # #####, ### ## ## ## ## ## ##
난 ### # #### ###어, ### ## ### # ## ##
서### # ### # ### ##어
# ## #### ##어

답은 지누션의 말해줘. 즉, 발라드 같은 노래가 아니라 랩처럼 무심코 들으면 코러스를 잘 인지하지 못 하는 노래의 코러스를 공략한 것이다. 이런 코러스는 외우고 연습하는 과정 자체가 참 재밌다.

예를 들어, 서태지의 livewire는 코러스만 부르면 정말 재밌는 노래인데, 다음 노랫말 중 괄호를 치지 않은 부분이 내가 연습했던 부분, 즉 코러스 부분이다.

이젠 (설렌) 마음이 (내) (다시 시작되는) (느)
(내 속에 삼킨) (live)wire

도대체 (너희가 뭔)데 나에게 (대)체 어떤 (권리에)
(내 자유에 나의 마이)크에 (네 판단에) 제재하는데

이런 노래는 부르다보면 코러스를 넣는 내가 주인공이 돼버리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난 비록 노래를 잘 부르진 못하고 많이 부르지도 않지만, 나 나름대로 존재감을 새기는 방법을 갖고 있었고 그럭저럭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이렇게 부르든 저렇게 부르든 여자들의 관심은 발라드 잘 부르거나 잘생긴 애들이 가져갔다.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