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인재의 조건 6가지, 그리고 깊이 생각하기

  1. 기능만으로 안 된다. 디자인으로 승부하라.
  2. 단순한 주장만으로는 안 된다. 스토리를 겸비하라.
  3. 집중만으로는 안 된다. 조화를 이루어라.
  4. 논리만으로는 안 된다. 공감을 일으켜라.
  5. 진지함만으로는 안 된다. 놀이를 주도하라.
  6. 물질의 축적만으로는 부족하다. 진정한 의미를 찾아라.

좋은생각 3월호에 실린 토막 글인데 참 친절한 내용이라 갈무리 해본다. 뭐랄까. 상대방이 말을 잘 못알아들어서 하나 하나 예를 들어가며 조근 조근 설명해주는 느낌이 드는 글이다. 위 여섯 가지를 잘 보면 공통점 하나가 있다. 바로 깊은 생각이다. 스스로 빠져들어 그것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

기능만 생각해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정말이다. 기능만 생각하는 것은 사용설명서만 쓰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것만으로는 “기획”이라 부를 순 없다. 사용설명서나 명세서를 쓰지 말고 기획을 해야 한다. (스토리 보드를 그리는 걸로 끝내지 말고 기획을 해야 한다는 말로 바꿀 수도 있다)

주장만이 아니라 이야기(문맥, story)를 갖추려면 그 주장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다양한 관점으로 보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이 따로 따로 떠다니지 않고, 강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일관성 있는 흐름 위에서 흐를 수 있고, 그것이 곧 스토리이다.

집중은 하나에 빠져들어 모이는 현상이지, 몇 가지에만 눈이 쏠려서 큰 흐름이나 뼈대를 볼 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이는 별 생각없이 집중만 하는 것이다. 마치 멍~ 하니 TV에 집중하고 있는 것과 같다. 별 생각없이 집중한다는 말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짜임새 있는 계획 없이 몸만 부지런하게 움직인다는 말로 바꿀 수도 있다.

논리는 근거와 상식, 그리고 정리로 풍부하게 갖출 수 있다. 단방향 소통으로도 논리를 전달할 수 있다. 그러나 논리에 납득한다고 공감을 하는 것은 아니다. 공감이 이루어지려면 교감이 있어야 하며, 교감은 양방향이다. 내 머리 속에 있는 것을 나열하는 것(논리) 뿐만 아니라, 내 머리 속에 있는 것을 접할 사람도 생각해야 한다. 내가 남이 되어 내 생각을 바라보는 것. 그것은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놀이는 놀이로 풀려는 대상에 대해 깊은 이해를 하지 않으면 즐겁지 않기 쉽상이다. 이는 유명 학원 강사로 증명된다. 어떤 지식을 잘 아는 강사는 많다. 그러나 그것을 놀이처럼 즐겁게 전하고 쉽게 참여할 수 있게 이끄는 사람은 아주 적다. 이는 공감과도 관계된 얘기인데, 즐거운 놀이란 곧 즐거운 교감이며, 즐거운 교감은 공감을 이끌어 낸다.

주목 경제(attention economic)로 주목(attention)이 주목을 받곤 했다. 또, 정보 과잉 속에서 주옥 같은 정보를 찾아내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들 한다. 단순히 많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알맹이를 찾아내야 한다는 말이다. 알맹이, 즉 진정한 의미란 기계처럼 단순히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받아들이거나 내뱉기만 해서는 취할 수 없다. 그래서 어떻다는 것인지, 왜 그런 것인지를 끊임없이 찾고 생각해야 한다.

이런 일을 하는 직군을 우리는 보통 “기획”이라 한다. 하지만, 계획(planning)을 기획이라 오인하기도 한다. 혹은 감독(direct)을, 디자인을(design)을, 관리를(management) 기획이라 생각한다. 기획은 이들을 아우르는 통칭이다. 그래야 한다.

무엇보다 큰 오해는 기획은 기획자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기획자는 기획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지, 기획자만 기획을 하는 건 아니다. 누구나 기획하는 자세와 마음가짐으로 자신을 일을 해야 한다. 아니, 그래야 미래 인재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기획이라는 말이 붙어 거창하고 부담스럽다면, 생각하기라는 말로 좀 더 가볍게 표현해도 좋다. 기왕이면 깊은 생각하기라고 하자.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생각만큼 깊이 생각하지 않으며 일(working 이 아니라 job)을 하면서 생각을 하고 있다고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 더 끔찍한 상황은 깊은 생각을 하는 일이 자신의 주업인 사람들(이를테면 기획자)이 깊은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생각을 하는 것이 일인 사람이 깊은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다시 저 여섯 가지 요소를 보자. 깊은 생각을 하며 빠져든다면 저 여섯 가지를 해내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그리고 누구나 한 번 쯤은 저 여섯 가지(몇 가지든 모두이든)를 해서 성취감이나 인정, 성공을 취한 적이 있을 것이다. 어지간해서는 살면서 한 두 가지 일 정도는 몰두해서 그 일을 즐긴 경험은 있을테니 말이다. 그러나 지치거나 좌절을 하거나 다른 무엇에 마음을 빼앗겨서 깊은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면 저 여섯 가지를 해내기는 대단히 어렵다.

자신에게 되물어보자. 과연 나는 저 여섯 가지를 행할만큼 깊이 생각을 하며 일을 하고 있는가.


강해지고 싶은가?

8년 동안 게임을 만들어오던 난 2007년 7월 태터앤컴퍼니로(이하 TNC) 전직을 했다. 인터넷 업계로 전직하는 것이었으므로 많이 고민을 했지만, 평소 좋아하던(?) 체스터님을 믿고, 그리고 강한 사람들이 바글거린다는 TNC 였기에 새로운 도전을 할 용기를 냈다.

어제 TNC 가 구글에 인수되었다는 공지가 떴다. 실은 난 TNC 를 대표하는 상징성 있는 얘기거리와 관련되어 있지 않다. 난 오직 어떤 프로젝트를 위해 TNC에 입사하였고 줄곧 그것에만 매달려 있었다. 그래서 태터툴즈, 티스토리, 텍스트큐브, 그리고 이제는 독립해있는 태터앤미디어와 어떠한 연관성도 없다. 그렇기에 (TNC 구성원이었기에 마땅히 익히 알고 있었던) 이번 인수 소식은 가슴 두근거리는 즐거움이나 기대감 보다는 “잘 모르겠다”가 솔직한 심정이다. 그래서, 이 글을 연 것은 이번 인수가 계기였지만 글에서는 더 이상 이번 인수에 대한 얘기를 할 것이 없다. 비밀 유지 때문에라도 할 말이 없기도 하지만, 딱히 말을 할 생각거리가 없다.

어쨌든 각설하고.

첫 발을 잘 디뎌야 한다. 훌륭하고 좋은 회사가 많긴 하지만, TNC는 내게 각별한 인연과 애정이 가는 좋은 회사이다. 8년 동안 게임을 만들어오던 사람이 1년여 만에 인터넷쪽에 (여전히 수준이 떨어지긴 하지만) 이 정도까지 능력을 키우고 일을 할 수 있는 건 TNC 라는 조직이었기에 가능했다고 말을 한다. 물론, 내가 다른 인터넷 회사에 근무한 적이 있는 건 아니지만, 남들이 내 빠른 성장을 인정 하는 걸 보면 분명 남다른 곳이라 말할 수 있다.

조금이라도 뒤처지면 가차없이 칼질 당하는 압박형 조직이라서 그랬던 것이 아니다. 바로 사람 때문이다. 여러 조직을 겪어봤지만, 이곳처럼 강한 사람 비율이 높은 곳은 본 적이 없다. qwer999님 말씀대로 이 사람들은 강하다는 표현 밖에는 달리 표현거리가 없다. 난 강하다는 표현을 들을 정도는 안되더라도 만만치 않다거나 좀 특이하다는 말을 듣곤 했는데, TNC에서는 평범하고 살아남기 바쁜 보통 사람이었달까? 욕심 많은 나로서는 이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나아갈 발걸음에 힘을 얻는다.

  • 강하고 똑똑하면서 누구보다 눈과 귀가 활짝 열린 체스터님.
  • 갓 배달 온 것처럼 늘 깨끗한 책상을 유지하고 그 책상처럼 깔끔한 총괄을 하시는 슈퍼맨 CK님. (참고 : 여자 사진 주소를 연결한 이유)
  • 내공 듬뿍 담긴 원기옥 장풍 같은 강렬하고 진한 썩소(?)로 좌중을 압도하는 파파차님.
  • 주 분야 뿐만 아니라 삶 자체가 오덕/긱인 겐도사마(~사마 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 피가 되고 땀(?)이 되는 삶의 교훈을 노래하듯 높은 목소리로 전파하시는 meba님.
  • 구글에 비둘기가 있다면 TNC엔 그가 있다, lunamoth. ( 루나머스?query=검색어 이용 안해봤으면 말을 마세요)
  • 우리가 함께 호흡 맞출 시간이 좀 더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절로 들게 하는 bklove님.
  • 자본 잠식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최고의 사채업자였던 김보금융 대표, kimbo님.
  • 주님의 말씀대로 이 세상에서 여자에게 사랑을 실천하는 blackdew 님.
  • 사실상 얘기거리 별 거 없는 작은(?) 회사인데, 신기할 정도로 거의 매일 TNC가 언론에 등장하게 만드는 마에스트로, 꼬날님. (*날 남매(꼬날, 한날) 중 누님)
  • 시간이 조금 부족해서 프리젠테이션 젠 같은 책을 가르 레이놀즈에게 선수 빼앗긴, 프리젠테이션용 짤방 수집 대가, 맥퓨처님.
  • 끝내 합주 한 번 못해봤지만 어쨌든 TNC 최고의 기타리스트, 징징님. 그는 기타로 말을 해도 사람들을 매우 웃길 것이다.
  • 우리가 지구인이었다면 그는 우주인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개성덩어리, 미유님.
  • 알게 모르게 어른이인 나와 투닥 투닥거렸던 려성, 단내초딩님.
  • ego + ing 라는 필명이 참으로 잘 어울리는 베이시스트(목소리), egoing님. 그가 유치원 강사가 됐다면 아마도 우리는 초등학교 방학이 마냥 두렵지 않았을 것이다.
  • 출산 티켓으로 내 머리 속에 강하게 남으신 리체님. “리체”라는 사람을 인지할 때부터 가장 마지막 모습까지 임신한 모습 뿐이었다. (출산 후 뵌 적이 없으니까^^)
  • 길게 나눈 첫 대화가 야구 동영상 얘기였던 정본좌. 미워할 수 없는 남자.
  • 정본좌는 간혹 “사모님”이라고 놀리곤 했지만, 실은 TNC의 대모라고 할 수 있는 까칠하지만 깐깐한 파이님.
  •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동글한 머리와 좁은 어깨를 가진, 사랑스러운 여성, 슈테른님. (아, 이 문장은 왠지 좀 위험하다...)
  • 개인/블로그 미디어계의 젊고 유망한 청년, 한영님. (후다닥)
  • 엽기를 넘어서 괴기에 가까워지는 개성 만점, 엽기민원님.
  • 조인성 보다 커피 광고에 더 어울리는 근육남, 슈마허님.
  • 밥 먹을 때를 빼면 도무지 그림자 조차 보기 힘든 유령 같은 재선님
  • 그나마 TNC에서 가장 대중성 있는 개성을 가진 미청년, qwer999님

좀처럼 사람 기억 못하는 내가 쉬지 않고 한 명 한 명에 대해 얘기 할 수 있을만큼 강하고 개성 넘치는 사람들이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337-9 탑빌딩 2층을 가득 메웠던 TNC였다. 이제는 사람에 따라 TNM이나 구글 등으로 예전보다는 좀 더 떨어지게 됐지만, 이 사람들이라면 어디에서든 멋진 모습을 아낌없이 뽐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들은 강하다. (나 서태웅 할래...)

 

덧쓰기 : 이번에 있었던 TNC와 구글 인수 관련 이야기에 대한 질문은 받지 않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