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Sep 2008
비타민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영양소이다. 조금만 부족해도 감당하기 힘든 질병이 일어나거나 생명을 잃는다. 하지만 우리가 공기나 물의 소중함을 잊고 살 듯이, 부족하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필수 영양소인데도 우리는 평소에 비타민의 소중함은 커녕 존재 자체를 잘 인지하지 못한다. 오히려 생명에 큰 위협을 미치지 못하는 가벼운 치통이나 두통을 견디지 못하여 진통제를 더 신경 쓴다.
진통제 판매량이 비타민 판매량과 비교도 불가능 할 정도로 압도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빛미디어에서 출간한 “프로그래밍 비타민”은 프로그래머(개발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 비타민 같은 책이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마치 사탕처럼 새콤 달콤한 비타민 알약처럼 가볍고 부담이 없다. 또한, 이 내용들을 모르더라도 프로그래밍을 하는 데 큰 위협은 없을 것이다. 마치 비타민제를 먹지 않아도 사는 데 큰 위협을 느끼지 않듯이 말이다.
하지만 비타민 결핍이 심해지면 결국 몸에 장애가 생기거나 목숨을 잃게 된다. 커다란 근육을 만들려면 근육 운동에 앞서 몸풀기 운동이나 기초 체력을 닦듯이, 개발자가 실력을 늘리려면 그에 걸맞는 기초와 감각을 닦아야 한다. 이런 비타민 같은 개발 근간을 갖추지 않으면 어느 순간 발전이 멈추거나 타성에 젖어 오히려 퇴보하기 쉽다.
책엔 총 26가지 비타민이 담겨 있다. 이 비타민을 먹어 소화하려면 쉬운 듯 하면서도 은근히 까다로운 문제를 풀어야 한다. 문제를 하나씩 풀다보면 상으로 맛있는 비타민 함유 사탕을 먹듯이 프로그래밍 원리를 익힐 수 있다. 욕심 부리지 말고 비타민 하나씩 꺼내어 오독 오독 차분히 씹어먹으면 한 달 만에 개발자로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비타민을 무려 26가지나 취할 수 있다.
대체 암호문은 어떻게 생성되는 것일까. 어떤 원리로 파일을 압축해서 하드디스크 용량을 절약할 수 있을까. 자동차 네비게이션이 최단거리를 찾고 있을 때 그 속에선 어떤 일이 생기고 있을까. 이런 궁금증이나 의심을 갖고 있었다면, 그리고 고기가 아닌 고기 잡는 법과 먹는 법을 차근 차근 익히고 싶다면 26가지 비타민제로 구성된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더도 말고 하루 한 알, 한 달이면 충분하다.
19 Sep 2008
* 부제 : UserStory Lab이 성공하길 바라고, 응원하며...
귀하지 않은 남의 시간이 있겠냐마는, 이끌어가는 사람 수가 많은 사람일수록 만남이 부담스럽다. 이를테면 경영자나 지휘자(leader)가 그렇다. 내가 그 사람을 만나 10분을 낭비하게 하면, 단지 그 사람 한 명의 10분을 낭비시킨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이끄는 사람 수 만큼 낭비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 사람이 10명을 이끌어 간다면 10분 만에 100분을 낭비시킨 것이고, 1시간을 낭비시키면 남들 하루 활동 시간을 넘나드는 10시간을 낭비시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당사자들이 좋든 싫든간에 대표자는 대표자를 따르는 이들(직원 등)의 삶, 즉 시간을 짊어지며 책임져야 한다. 100명으로 구성된 조직이라면 그 조직의 대표는 1분을 100분처럼 써야 한다. 그렇기에 어떤 조직이든 대표직을 맡은 사람은 상대 시간 뿐만 아니라 절대 시간도 더 많이 쓰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조직의 시간에 공유시키는 것이다. 주말에도 일을 하거나 집에서 자면서도 일을 생각하는 식으로 말이다.
얼마 전에 직원이었다가 대표자가 된 두 사람, BKLove님과 유노님이 있다. 강한 조직에 있던 강한 사람들 중 두 명이다. 같은 조직에 있을 당시 자주 어울려 놀았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언제든 퇴근하고 술 한 잔 나눌 수 있다는 편안함은 늘 마음에 담을 수 있었다. 비록 그들이 대표자가 되었다고는 하나 아직은 동료 직원 인상이 강했기에 조금은 긴장을 풀고 가벼운 마음으로 그들의 새 보금자리에 놀러갔다. 늘 마음에 담아두었던 편안함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들은 불과 몇 주 만에 대표자가 되었고, 술 자리 두 번을 파하면서 내가 너무 준비없이 놀러와서 이들의 시간을 낭비시킨 것은 아닌가 고민을 했다.
그들은 이미 털갈이를 마치고 새 털을 다듬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그들의 사업체에 속하는 자산이 자본금이나 부채 뿐 아니라 시간도 속한다는 걸 머리든 몸이든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들은 마음이 급한 것일테고, 난 그들의 12시간을 훔쳐먹은 것 같아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개당 1,000원짜리 음료수 3개를 인심쓰고, 저녁 자리로는 1차로 호주산 쇠고기와 소주, 2차로 사케와 어묵을 얻어먹으며 그들의 지갑을 비웠듯이, 별 실속없는 이야기로 그들의 상대 시간과 절대 시간을 비워낸 것은 아닐까 생각을 했다.
정부의 물가 소꿉놀이에 등골이 휘는 여느 서민층에 속하는 그들이 있는 돈 없는 돈 탈탈 털어 차린 조그만 그들의 회사에서 그들의 몸값은(자본금) 그다지 비싸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한 사업체를 이끌어가는 대표자가 되어 누구 못지 않게 비싼 몸이 되어 비싸게 시간을 쓰게 되었다. 그들이 가진 역량과 가능성이 충분히 꽃피어 시간 장사하는 이들이 되기를, 그래서 가끔 콩고물로 짜투리 시간을 내게 덤으로 주어 함께 행복해지기를 기원하며 그들을 응원해본다.
성공을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