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 예고. python + django 로 블로그 만들기.

1998년에 c 로 짜여진 웹 게시판(Crazy Web Board) cgi 소스 파일을 처음으로 접한 이후 perl(조금), php(어느 정도), asp(쬐금), 그리고 python(조금) 을 겪어 왔다.

python 은 2001년에 처음 접했다. 하지만 조금만 말실수(syntax error)를 하면 버럭 화를 내는(500 Internal server error) 예민한 성격이어서 곧 떠났다.

다시 python 으로 cgi 프로그래밍 하는 데 관심을 가진 건 유들 유들하고 성격 좋아 보이는 Rails (RoR 로 유명한 그 처자)를 대산님, 만박님, 코디안님을 통해 알게 된 어느 날이었다. 하지만 Java와 마찬가지로 Ruby라는 처자에 도무지 정이 가지 않았다. 왠지 뚱뚱해 보이는 몸짓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말하는 것도(문법) 사람 약 올리는 느낌이었다. (마치 문법이 “핵꺼등녀?”, “댁꺼등?” 이라는 말투 같달까)

그래도 Rails의 성격에 자꾸 눈길이 갔다. 그래서 Rails 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다른 처자들을 찾아 나섰고, php에선 cakephp가, python에선 django 가 비슷한 성격을 가졌다는 정보를 접했다. 발그레 미소 지으며 수줍게 말을 거니 딱히 까탈스럽게 굴지 않고 대답을 해주었다. “hello hannal”(hello world)라고...

2007년 도쿄市에서 무더운 여름을 나던 난 그렇게 django 처자와 인연을 시작했다.


내 취미는 기획이다. 밥벌이 역시 기획이다. 심지어 똥도 기획해서 누곤 한다. 99년부터 2007년 상반기까지는 게임 기획을 해왔고, 그 이후로는 웹 기획을 하고 있다. 그런데 오지랖 넓은 호기심 탓에 이것 저것 많이 건드렸다. 그림을 그리던 때도 있었고 음악을 짜던(?) 때도, 그리고 당장 쌀 살 돈이 없어 급한대로 웹 프로그래밍 외주를 한 적도 있다.

그래도 내 본업은 기획이다. 본업이 아닌 일엔 깊이 파고 들지 않는다. 아니, 그 일에만 파고 들지를 못한다. 얕고 넓게 여러 가지를 접하고 대하며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조금씩 깊어지곤 하지만, 일부로 깊게 파고 들지 않는다. 난 내 분수를 알고 주제를 안다. 그래서 되도록 각 분야 담당자나 전문가에게 까불지 않는다.

강좌 하나 쓰려 한다. 까불지 않는다면서 감히 프로그래밍쪽 강좌를 쓰려 한다. 이름하여 “날로 먹는 Django 웹 프로그래밍”이다.

이 강좌 역시 시건방지게 똥꼬에 주름 접으며 방귀 뽕뽕 낄 계획은 없다. 전문성과 깊이를 담은 지식과 정보를 널리 퍼뜨리는 것이 목적이라기 보다는, 새내기나 웹 기획자들에게 길라잡이 역할만 하려 한다. Django가 Python 이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기반으로 하는데 Python 을 모른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Python 문법 설명도 틈틈히 간단하게 다룰 것이며, 굳이 Python을 모르더라도 흘러가는 논리만 이해하면 어려움 없이 따라 할 수 있다.

아, 물론 사이비가 잘못된 길로 이끌 수도 있는데 그건 각자 알아서 길을 바로 잡아가길 바란다. 그 정도 노력도 없이 어떤 분야를 바르고 깔끔하게 다 얻고자 하는 건 무임승차자 심보이고, 난 무임승차자를 싫어한다. ^^ (농담 반 진담 반)

잠깐, 웹 기획자라고? 어째서 웹 기획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지?

사람 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난 기획자라면 기획을 빼고 다른 분야 중 하나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픽이든 프로그래밍이든. 그걸로 먹고 살거나 그 분야 담당자/전문가와 맞장을 뜨기 위함도, 뜨내기 개발자 기죽이기 위해서도 아니다. 기획을 할 때엔 많은 경험과 정보가 “기획 삽질”을 줄여 준다. 겪어 본 이들은 알다시피 기획 삽질은 많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이 강좌는 웹 기획자도 쉽게 웹 개발을 겪어서 관련 이해도를 높여 다른 분야 사람들을 덜 고통스럽게 하고, 결국 웹 기획자도 행복해지게 하기 위함이다. (그래도 기획자는 게으르고 꼭 핵심 내용 한 두 개쯤 빼먹는 문서나 만들어 대는, 그래서 스토리 보드나마 좀 제대로 만들어 줬으면 좋을 족속에서 벗어나긴 쉽지 않을 것 같다. ^^;)


이 강좌는 6월 1일에 시작해서 8월 중순 경에 끝날 예정이다. 1주일에 한 편씩 올릴 예정인데 짧지 않은 이 기간 동안 우리는 간단한 블로그를 만들 것이다. 어딘가에선 5분이나 10분 만에 블로그를 만든다는 걸 보면 이 강좌를 쓰는 한날이라는 사람 수준을 알 만 하다. 어쩔 수 없다. 내가 하수이니 손이 느리며, 이 강좌를 쓰는 나 역시 공부를 하며 강좌를 쓰기 때문에 더 느리다. 그런데도 감히 강좌를 쓸 용기를 갖는 것은 홀아비 마음 헤아릴 줄 아는 과부 같은 마음이라 하겠다.

우리나라에 우리말/글로 쓰여진 python + django 정보가 많지 않아서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 참에 많은 초보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 본다. 2007년, 열심히 구글링하며 했던 아주 단순한 실수를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기도 바라 본다.

- 2008년 5월 23일, 한날.

• 저작권 : 이 강좌의 저작권은 한날에게 있으며, 무단 배포를 원하지 않습니다. 어떡해서든 도메인과 블로그를 지켜낼테니 안심하고 강좌를 주소 연결(link)만 하시기 바랍니다. 다른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고 중간 중간 틀린 걸 고치거나 내용을 덧쓸 수 있는데, 무단으로 퍼가면 조금이라도 더 부족한 내용을 제가 제어 할 방법이 없습니다.
• 배포처 : 이 강좌 예고는 이곳에서 하지만, 실제 연재는 한날은 생각한다에서 합니다.
• 연락처 : iam 달팽이 hannal.net 으로 연락을 하시면 되며, 전자우편으로 질문은 받지 않습니다. 질문은 python 과 django 에 궁금한 점 물어보고 답하기에 댓글로 남기세요.


책, 이노베이션 게임 (Innovation game)

부제목 : 혁신은 고객에게서 나온다.

1. 들어가며...

책, 이노베이션 게임 사진</p>

사진 출처 : 에이콘 출판사

고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답만큼 책도 많고 사람들 고민도 많았다. 답을 얻기 위한 방법 중 가장 정확하고 빠른 방법은 고객에게 원하는 바를 직접 물어보는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고객은 우리에게 신통한 답을 주지 않는다. 우리를 골탕 먹이려는 사람도 있겠지만, 실은 너무도 좋은 답과 도움을 주려고 애쓰다 방향성과 의도성이 담긴 진실되지 못한(?) 답을 얻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어보는 것 같지 않게 은근하게 물어보며 고객들이 흘려 말하는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참마음을 알아내기 위한 여러 분석 방법과 접근법이 동원된다.

2. 이노베이션 게임?

이노베이션 게임은 놀이를 통해 고객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원하는 바를 표현하도록 이끌고, 그 과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중한 정보들을 낚아서 맛있는 정보로 구워내는 놀이이며, 이 책에선 12가지 방법(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제품, 고객, 조직 상황에 따라 적합한 놀이를 골라 쓸 수 있게 각 놀이를 친절하게 정리해 놓았다.

따지고 보면 이노베이션 게임에서 소개하는 게임들은 이전에 전혀 본 적 없는 완전한 창조성으로 똘똘 뭉친 새로운 방법과 전략은 아니다. 마케팅 관련 책들을 보다 보면 이 책 저 책에서 한 번쯤은 봄직한 방법들을 잘 엮은 느낌이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에이~ 이미 아는 내용이잖아”라고 구시렁 거릴 수 있는데, 이는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미 오래 전부터 고민이 이뤄져 온 방법이기에 그만큼 신뢰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그 중 몇 가지를 살펴 보자. “제품 상자” 놀이는 고객이 제품을 담을 상자를 만드는 단순한 놀이다. 제품 상자는 고객에게 제품을 파는 데 아주 중요한 전달 매체로, 제품의 핵심 특징과 가치를 상자에 나타내야 한다. 즉,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고객이 가장 중요하고 멋지다고 여기는 기능을 파악하는 기회’다. (127쪽 인용)

“제품 가지치기”는 커다란 나무를 그린 뒤 제품에 들어 있는 기능을 나뭇잎으로 붙여 제품 나무를 만든 뒤, 이 나무를 다듬는다. ‘나무 가지를 치듯이 제품 가지를 쳐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99쪽 인용)

3. 좋은 점과 아쉬운 점

이 책은 친절하다. 방법론에 접근하고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각 놀이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목적, 그리고 놀이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방법, 그리고 분석하는 방법까지 놀이를 시작해서 마치는 전 과정을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대로 한다면 설혹 놀이를 진행해 본 적이 없을지라도 무리 없이 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책에서 다루는 12가지 게임들도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쓰임새가 분명하고 주옥 같다. 또한 각 게임들 목적이나 쓰임새가 아주 나뉘어져 있지 않고 어느 정도는 각 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개성 강한 각 게임을 공부하고 분석하느라 많은 시간을 들일 필요도 없다. 마치 하나를 꿰니 자연스레 12번째까지 스르륵 삼키는 느낌이다.

아쉬운 점은 얕은 깊이다. 이런 류 책이 으레 그렇듯이 이 책 역시 원론이나 방법론은 최소화 하고, 당장 숨이 차서 죽을 것처럼 급한 사람들에게 적당한 실행/행동 중심으로 내용이 구성되어 있다.

이 점은 함정이 될 수 있다. 마케팅을 잘 모르는 이들이라도 쉽게 이해하고 볼 수 있지만, 잘 모르기 때문에 섣불리 책에 나오는 내용을 따라 하면 “삽질”을 할 수 있다. 다방 커피만 알던 사람에게 다양한 원두 커피를 주며 깊이를 이끌어 내기엔 너무 성급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오히려 이 책은 어느 정도 기본이나 기반이 있어서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찾아 볼 수 있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또 다른 아쉬움은 지나치게 책이 무거운 점이다. 이렇게 질 좋은 종이로 만들어 값을 올릴만큼 곁에 두고 종이가 닳도록 볼 책은 아니다. 물론 각 놀이들 정보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테니 자주 꺼내 볼 여지가 많을 수도 있지만, 이 책을 보며 이노베이션 게임을 준비하다 보면 기획서에 이미 책에서 다루는 모든 내용을 담게 될 것이다.

4. 마치며

20대 초중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넷 서비스를 기획하기 위해 몇 몇 대학생들을 인터뷰 한 적이 있다. 그때 당시 최대한 인터뷰 목적이나 의도를 감추고 편안히 수다를 떨듯 얘기를 진행하려 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인터뷰 대상자는 더욱 더 내 표정과 손짓을 살피며 예민하게, 그리고 매우 이성에 기대어 신중히 답을 주었다. 그들은 어떡해서든 내게 도움을 주려고 했다. 그들의 그런 마음씀씀이 덕에 기사거리로 쓸 만한 내용은 많았고, 기획에 필요한 정보는 부족했다. 그들이 무의식 중에 툭 내뱉는 감성 조각이 필요 했기 때문이다.

이노베이션 게임은 고객 마음 속 곳곳에 박혀 있는, 이 책의 표지말을 빌리자면 ‘고객의 숨겨진 요구를 찾아내는 12가지 전략 게임’을 잘 다루고 있다. 좀 더 책을 가볍게 하고 싸게 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두루 부담없이 사서 봤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드는 좋은 책이다.

물론, 기획자나 마케팅 담당자라면 설혹 이 책이 더 비싸더라도 꼭 볼 필요는 있다. 혁신(Innovation)은 아무 것도 없는 것에서 갑자기 완전 새로운 무엇이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응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이끌어 내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이(이미 있는 무엇) 원하는 것(새로운 가치)을 이끌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