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가 이명박

혁신이란 없음에서 새로움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있는 것을 응용하여 더 나은, 더 새로운 가치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혁신은 보수와 어울린다. (반대로 진보는 개혁과 어울린다)

이명박은 소속 정당과 그간 성향을 볼 때 수구주의자와 아주 흡사한 무늬만 보수주의자이다. 어쨌든 자칭 보수주의자들에게서 지지를 받아 껍데기만 보수인 정당에서 꼴만 보수주의 흉내를 내는 사회에서 성공을 하며 대통령이 되었다. 그런 그는 지난 100여일 만에 실로 놀라운 혁신을 이루고 있다.

그가 그간 어떤 생각과 움직임을 보여왔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지만, 그 파급에 대해선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최근에 작은 불씨에서 시작한 반대 움직임들을 70~80년대 방식으로 탄압하여 횃불로 만들었다. 아직 결과를 논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은

  1. 노무현과 김대중도 해내지 못한 지역감정 타파도 해낼 것 같고,
  2.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에 너덜 너덜한 넝마가 된 민주주의에 새로운 피를 수혈하고 있으며,
  3. 파업이라면 그 내막을 떠나 비난을 하는 사람이 대다수였던 우리 사회에서 이명박 정책에 반대하는 이유이나마 파업 하는 이들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조성 될 싹이 보이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더구나 매번 실패했던 조중동 불매 운동 조짐이 심상치 않으니 실로 대단한 혁신가라 할 수 있다.

물론, 밀실/위장/거짓 행정의 진수를 보이며 몰래 수돗물 사유화를 발표하거나 영리 병원 허용을 검토하고 있어 혁신가로서 오점을 남기고 있기도 하다. 또한 1/3 정도 되는 사람들이 꼴통이거나 무식하거나 천박해서 자신을 뽑아줬다고 해도 머리 텅 빈 빠순이/빠돌이 취급하여 오점을 키워가고 있는 점도 아쉬운 점이다.

그래도 지금처럼 상황이 흘러가다 잘 마무리 되면 분명 우리는 진보하고 성숙한 민주주의를 다시 이끌어 낼 수도 있을 것 같다. 좀 더 욕심을 낸다면 친일 세력(뉴라이트, 한나라당 등)과 조중동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정도 성과라면 비록 몇 가지 오점이 있을지라도 혁신가라 칭할 수 있으리라.


이번 시위와 경찰의 진압을 보며 썩은 냄새를 맡다.

이번 촛불문화제에 이은 시위를 과잉진압하는 경찰을 보며 착찹한 심정이다. 헌법과 인권을 생각했을 때 경찰이 저런 대응을 해서는 안됐다.

여러 글들에서도 잘 느낄 수 있지만, 이 집회 후기 글 곳곳에 나타난 전/의경 대응, 그리고 좌파나 불법성 운운하며 과잉 진압을 지지하는 익명성 댓글들, 혹은 전/의경 전역자라며 이번 과잉 진압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글을 읽으면 국가주의와 군사주의 산물인 현 징병제 폐단을 다시금 깨닫는다.

과연 국가주의와 군사주의로 이 나라를 장악한 이들이 바라던 대로 흘러가는구나. 무법 정권으로써 정당성과 정통성을 갖기 위해 세뇌 시킨 군사주의가 이렇게 잘 먹히고 있으니, 저런 글들을 볼 때 마다 한나라당과 전두환, 노태우, 혹은 박정희 측근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기껏해야 반세기 남짓한 의식들이 국민성과 민족성으로까지 발달해 나타날 조짐이 보이니 말이다.

아, 슬픈 대한민국 민주주의. 이렇게도 우리는 근대화와 군대화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