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지역) 기반으로 하는 인맥관리서비스 (SNS)

인맥관리서비스(SNS)와 가치

지난 2007년 8월 1일, GPS 기능이 있는 휴대전화기로 즐기는 모바일 인맥관리서비스(SNS : Social Networking Service)인 밍클열렸다. 쓰는 법은 간단하다. 사진을 찍거나 간단한 글을 올리면 GPS를 통해 현재 위치도 함께 전송되고, 이용자가 올린 글이나 사진은 친구들들의 개인 공간에 통보되는 식이다. 간단히 말해서, 마이크로 블로그 같은 간단한 소통 수단이 있고 이걸 휴대전화기로 이용하는 SNS인데, 여기에 GPS 기능을 이용하여 실제 위치 정보도 더한 것이다. “나 지금 시부야 109 건물 앞에 있다!”며 사진 찍어 올리면, 그 사진과 글을 나와 연결된 친구들이 자신의 개인 공간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개인화 서비스는 이미 오래 전부터 여러 산업군에서 적용해 왔다. 사업이나 마케팅 전략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인화 전략을 좇는 조직은 고객을 적확하게 분류하고 특화하려고 고민하기도 하고, 각 고객 정보를 토대로 고객 특성을 고려한 마케팅을 짜기도 하고(CRM :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혹은 고객이 어떻게 움직이나 하나 하나 녹화하며 많은 노력을 한다. 어떻게 고객을 잘게 분류하고 어떤 근거로 쪼개는 것인지 필요한 정보를 찾는 것이다. 그 필요한 정보를 일으키는 기법이나 수단은 “서비스”의 핵심이고, 고유한 핵심을 쥐고 있는 곳은 큰 이익을 창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런 정보를 일으키는 각종 수단 중 정말 믿을 수 있거나 각 개인에게 특화된 정보를 일으키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난다. 즉, Social Networking 에서 일어나는 것인데, 이는 나를 잘 아는 이는 기계가 아니라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아니, 적어도 그럴 확률이 더 높다. 이 외에도 Social Networking 깊이나 넓이에 따라 취할 수 있는 가치는 매우 많지만, 개인화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는 중요한 가치는 바로 개인 단위로 특화된 정보(관심사 등)이다.

SNS 에서 취할 수 있는 개인화 전략 가치 중 또 다른 좋은 점은 이용자가 정보를 찾아 움직이도록 하기 전에 먼저 이용자에게 정보를 주어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구글은 훌륭한 검색기지만 내가 구글에서 아무것도 찾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구글은 그 훌륭한 검색 능력을 내게 발휘할 기회 조차 얻지 못한다. 내가 아무리 심심해도 내가 스스로 구글에서 뭔가 재밌는 걸 찾기 전에는 구글이 먼저 재미거리를 찾아 제시할 수 없다. 그러나, 내 재미 취향을 아는 내 벗은 메신저 등을 통해 재미거리를 보내줄 수 있고, 근무 중 농땡이를 피우며 심심해하던 나는 벗이 던져준 재미거리를 보고 즐거워하며 (무엇을 하든) 움직일 것이다. 바로 이용자가 관심을 가질만한 것을 던져줘서 “움직이게 하는” 동기 부여는 SNS에서 강력하게 이끌어 낼 수 있다. 이것도 결국은 날 아는 가까운 누구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여기서 “안다”는 말은 서로를 인식하는 것과 서로를 이해(혹은 파악)하고 있는 것을 뜻한다)

이 강력한 힘에 이끌려 많은 곳에서 SNS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잘 되는 SNS는 몇 개 없다. Social Networking Service 에서 Social과 Service는 만들었는데 Social과 Networking이 붙질 않거나, 혹은 Networking과 Service 는 만들었는데 Social 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왜냐하면 Social 과 Networking 이라는 목표에만 신경을 썼지, Social과 Networking, 즉 사람과 사람을 엮어줄 미끼 역할인 관심사를 일으키는 부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휴대전화기 속 전화번호부 보다도 못한 SNS도 흔하다.

위치(지역) 기반과 SNS

SNS를 일으키는 수단으로 여러 가지 발상들이 나왔다. 그 중에서도 위치(지역)이 갖는 매력은 엄청나서 여러 흥미로운 서비스가 많이 나왔다.

위치(지역)는 실재성이라는 대단한 요소를 갖고 있고, 이끌어 낸다. 실제로 그곳에 있고, 실제로 있는 그곳에서 만난다는 것은 실체를 확인하는 것이다. 또한, 실제 지역에서 만난다는 것은 같은 시간을 공유하며, 그 시간에 공유하고 경험할 수 있는 열쇠 역할을 지역 그 자체가 한다. 예를 들어, 갑돌이가 갑순이를 만나기 전에는 익명일 뿐이지만, 어떤 백화점에서 둘이 만났을 때 그 시간, 그 백화점은 두 사람에게 말문을 털 수 있는, 즉 관계를 일으키는 열쇠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위치(지역)이 가치를 발휘하려면 그 곳에서 뭔가를 했다는 행위가 따라야 한다. 만난다거나 그 곳에 실제로 가서 볼거리(글이나 사진)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실제하는 위치(지역)에 대해 실제하지 않는 행위(도쿄에 살면서 서울에 대해 글만 끄적거린다거나)를 하면 “위치(지역)”이 갖는 실재성을 일으키기 어렵고, 실재성을 살리지 못하면 위치(지역)는 이용자 관심사 중 하나일 뿐이다. 예를 들면, 커피, 구두, 교통비 같은 것처럼 된다.

그래서 지역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SNS들은 그 지역에 가서 관계(인연)를 일으키든, 아니면 관계를 일으킨 뒤 그 지역에 가서 그것을 더 단단하게 맺게 해주든, 어떡해서든 위치(지역) 실재성에 이용자가 발을 담그도록 한다. 닷지볼(dodgeball)은 “나 지금 종로5가에서 맥주 한 잔 하고 있다. 근처에 있는 사람 나와~”라는 말을 벗에 게 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고, Flirtomatic은 웹이나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 자신의 실제 사진을 보며 들이대게 한 뒤 실제 어딘가에서 만나서 술을 하든 하룻밤을 즐기든 하도록 하고 있다. 미투데이는 실제 지역 정보와 아직 연계하고 있지 않는 대신, 실제 만남에 초점을 맞추고 그런 만남을 하도록 유도하고, 그런 만남을 하기 편하게 돕는 기능들을 제공하고 있다.

글머리를 열며 언급한 또 다른 사례인 밍클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실시간성 생활 기록으로 이용자들에게 다가간 뒤, 그 지역에 지금 있는 누군가를 만나게 유도하거나 그 지역에 관심 있는 누군가와 관심사를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지역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은 그 지역 사진이나 글이고, 이것을 일으키는 방법이 바로 실시간에 가까운 생활 기록(Life logging)이다. 위치(지역)에 대한 관심사만으로 그치지 않고 그 관심사에 실제로 그곳에 갔다는 실재성을 더하여, 좀 더 적극성 있는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이용자 입장에선 꽤나 귀찮은 행위이므로 얼마나 호응을 얻고 있나 궁금한데, 아직 한 달이 채 안된 서비스라서 실적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다.

접근성 문제

위치(지역) 실재 정보성과 SN(Social Networking)이 어우러졌을 때 만끽할 수 있는 끝내주는 맛은 내가 굳이 더 길게 말할 필요는 없다. 상상만으로도 입이 헤~ 벌어지는 여러 맛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이런 서비스로 재미를 크게 본 서비스는 나타나지 않고 있을까. 물론, 몇 몇 서비스는 거대 기업에 인수 합병되는 재미를 봤고 일부 서비스는 어느 정도 매출을 일으키고 있는데, myspace 나 mixi, mobage town, facebook 같은 큰 재미를 일으킨 위치(지역) 기반 SNS가 아직 없다.

그 이유는 바로 접근성에 있다. 가장 큰 접근성은 바로 위치(지역)에 이용자가 실제로 갔거나 그곳에 지금 있다는 정보를 일으키는 문제이다. 나라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나라는 GPS나 LBS 기능이 내장되고 이를 이용할 수 있는 휴대전화기는 많지 않으며, 있더라도 매우 제한된 쓰임새로만 다룰 수 있다. 설령 내가 그런 휴대전화기를 갖고 있더라도 내 벗들도 갖고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두 번째 접근성은 어쨌건 어떤 장소에 갔다는 걸 서비스 제공자가 알고 있다손 치더라도 이용자 입장에선 “거기 가서 뭐? so what?”이 되기 쉽상이다.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을 찍어서 왜 그곳에 갔고 거기서 뭘 했으며 어떤 느낌이었는지 글까지 덧붙이는 친절한 이용자는 많지 않다. 싸이월드 사진첩에 있는 그 수 많은 사진들의 제목이 ㅋㅋㅋ 나 ㅎㅎ인 이유를 생각하면 답은 간단하다. 일상에서 그런 손 많이 가는 행위를 이용자에게 강요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밍클이 휴대전화기로 간편하게 내 생활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는 건 당연하다. 굳이 길게 멋진 글을 쓰거나 멋진 사진을 찍으라는 것이 아니다.

세 번째 접근성은 사람들이 평소에 다니는 지역은 지나칠 정도로 뻔하기 때문에 위치(지역) 실재성에 매력을 덜 느끼거나 부담을 느끼는 점이다. 어차피 매일 보는 출퇴근 길인데 그곳에 내가 모르는 누군가 지나갔다고 사진이나 글을 남겨봐야 신기할 것이 없다. 차라리 내가 여행하고 싶은 잘 모르는 지역이 더 관심과 호기심을 이끌어 낼 수 있다. 혹은, 내가 주로 일하는 지역이 SNS에 밝혀졌는데 내가 모르는 누군가 그런 사실을 알고 있다면, 즉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내가 일하고 출퇴근 하는 지역을 알고 있을 때 느낄 수 있는 부담이 들 수도 있다. 물론, 나와 인맥이 맺어진 사람만 볼 수 있다고 해도 정도 차이만 있을 뿐, 누군가 나를 지켜볼 수 있다는 부담감은 여전하다.

실제 위치(지역) 정보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는 계속된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많은 회사들이 실제 위치(지역) 정보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으며, 이런 서비스에 SNS를 접목하는 전략을 꾸리거나 이미 시도하고 있다. 간단하게 평면 지도 위에 무엇 무엇이 있다는 표시를 하기도 하고, 첨단 그래픽 처리 기술을 접목하거나 비싼 장비를 들여 좀 더 현실감과 공간감 나는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들이 나오고 있다. 실재성을 근거로 하는 위치(지역) 정보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직접 와닿는 정보이기 때문에 그만큼 중요도가 높은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거나 관리할 수 있는 SNS가 이용자에게 정보 관계도나 교류에 많은 발전을 가져왔다면, SNS와 실제 위치(지역) 정보 연결은 정보 질과 지역에 따른 정보 가치 창출 등에 많은 가치를 이끌어 낼 것이다. 그렇기에 아직 이렇다 할 눈에 띄이는 성과를 거둔 서비스는 나오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계속 SNS과 위치 기반 정보 조합 시도는 이뤄질 것이다. 어떤 측면에선 환경 등 서비스 시도 외 문제일 수도 있다. 누가 먼저 터뜨리느냐에 따라 향후 문화를 이끌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는 살 떨리는 상황인 셈이다. 그렇기에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거리를 헤매이며 어떡하면 위치(지역)와 SNS를 어울리게 붙일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리라.


애플 아이폰과 매트릭스

1. 들어가며

영화 매트릭스에서 네오는 두 번 각성한다. 첫 번째 각성은 매트릭스 속에서 매트릭스 통제(control)에서 벗어나는 것이고, 두 번째 각성은 매트릭스 밖에서 매트릭스를 보고 건드릴 수 있는 것이다. 매트릭스 내용을 해석하는 사람은 많고 해석도 다양한데, 이를 휴대전화기와 아이폰에 연결해서 생각해봤다. 가벼운 마음으로 썼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즐겨주시라.

2. 각성하기 전. 1세대 휴대전화기

휴대전화기는 정말 많은 발전을 했다. 초기엔 전화기를 휴대한다는 쓰임새에 걸맞는 기능에 충실했다. 이러 이러한 멋진 기능이 많아서 좋다가 아니라 전화 잘 걸리고 튼튼해서 좋다는 식이다. 현대에서(현 팬텍) 나오던 걸리버는 “걸리면 걸리는 걸리버”, 삼성에선 어디에서나 걸린다고 “애니콜”이었으며, LG 사이언(CION (지금은 CYON이다)) 광고에서 송윤아는 시끄러운 상황에서도 “응~ 잘 들려”라며 여유롭게 전화 통화를 마친 뒤 “날 방해할 수 없어”라는 대사를 읊었다.

휴대전화기 제조사 뿐 아니라 휴대전화 망사업자도 마찬가지였다. SKT은 제때 제대로 전화 걸리며 통화 품질 좋다며 Speed 011을 내세웠고, 신세기 통신은 “자장면 시키신 분~!” 광고에서 017은 어디에서나 전화 잘 걸린다고 홍보를 했다.

즉, 99년까지 휴대전화기에게 가장 큰 덕목은 전화 걸면 걸리고 잘 들리고 튼튼한 것이었다. 자, 여기까지 1세대.

3. 쓰임새에서 벗어나다. 첫 번째 각성.

다음 세대는(2세대) 네오가 첫 번째 각성한 것과 견줄 수 있다. 기존엔 휴대전화기는 “전화기”에 “휴대성”이 붙은 것이었다면, 슬슬 전화하는 것과 직접 관계 없는 기능들이 전화기에 붙기 시작한 것이다. 2000~2001년부터 휴대전화기는 휴대“전화기”에서 “휴대”전화기로 변해갔다. 늘 갖고 다니며 전화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간단한 오락도 할 수 있고, 전화가 왔을 때 소리도 좀 더 예쁘게 바꿀 수 있게 되었다. 집전화에서 전화 오는 소리가 아름다워봐야 얼마나 가치 있을까? 어차피 듣는 사람이야 가족일텐데. 하지만, 늘 휴대하고 다니는 휴대전화기는 남들도 대하게 된다.

이렇게 “전화를 걸고 전화를 받는” 쓰임새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쓰임새라는 틀, 굴레에서 말이다. 전화를 주고 받는 쓰임새(틀, 굴레)에서 벗어나 있는 독립된 여러 기능들. 이 첫 번째 각성은 약 5년을 끌고 갔다. 새로운 각성이 일어나지 않고 첫 번째 각성을 계속 발전시켜 온 것이다. 휴대전화기로 사진을 찍고 음악을 듣고 TV(dmb)를 보더라도 이는 첫 번째 각성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4. 전화기에서 벗어나다. 두 번째 각성.

두 번째 각성은 2005년에 슬슬 보이더니 2006년부터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올 해 들어 사람들에게 들이대기 시작했다. 휴대전화기가 똑똑해졌다고 해서 스마트 폰(smart phone)이라고 하더라. 두 번째 각성을 했다는 휴대전화기들이 첫 번째 각성한 휴대전화기들과 뭐가 다른걸까? 얘네들도 예전 것들과 마찬가지로 기능만 나아진 것 아닐까?

잠시 네오의 두 번째 각성을 떠올려 보자. 첫 번째 각성에서 네오는 매트릭스라는 통제에서 벗어났다. 매트릭스 안에 연결했을 때 말이다. 두 번째 각성은 굳이 매트릭스에 접속하지 않고도 기계 시스템 위에서 돌아가는 것들을 건드릴 수 있게 되었다. 현실 세계에서도 기계들을 폭파시킨 바로 그 모습이다.
매트릭스에 접속하지 않고도 매트릭스 속 네오처럼 힘을 발휘한다. 이게 휴대전화기와 무슨 상관이 있냐하면, 바로 무선이다. 네오는 두 번째 각성을 통해 유선에서 벗어나 무선으로 시스템에 접근하여 첫 번째 각성에서 이룬 것들을 행할 수 있게 된다.

휴대전화기는 당연히 무선이다. 그럼 이미 첫 번째 각성에 갈 것도 없이 1세대에서 이미 두 번째 각성을 이룬 것일까?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두 번째 각성을 통해 첫 번째 각성에서 이룬 것들을 행하고, 그 행동이 유의미해야 한다. 그래야 두 번째 각성, 즉 3세대를 이룬 것이다.

첫 번째 각성을 통해 우린 휴대전화기를 이용하여 사진도 찍고 음악도 듣는다. 적바림(memo)을 해두고, 좀 특이한 경우는 휴대전화기를 PDA처럼 쓰기도 한다. 이런 행위들과 자료들은 휴대전화기 속에 갇혀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그러한 자료를 만들고 관리하는 휴대전화기 속 도구들(Application)은 휴대전화기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화를 하는 방법이 무선일 뿐, 전화기 속 알맹이들은 유선도 무선도 타지 못한 채 전화기 속에 갇혀 있었다.

Web 2.0이니 뭐니 하면서 눈으로 드러나고 겪고 있는 문화는 열린 공간과 참여이다. 그런 문화를 이끄는 기술들은 참 많은데, 그 중에서 내가 이 글에서 다루려는 것은 위젯(widget)이다. 작은 부품이나 장치를 뜻하는 낱말인 위젯은 그 이름 그대로 몇 가지 작지만 명확한 목적을 가진 도구를 뜻한다. 날씨 위젯, 지도 위젯 등 다양하기도 하다. 이런 위젯은 개념으로 봤을 때 “어떤 목적성을 가진 작은 무른모(Application)”이고, 핵심은 “개인화와 네트워크를 통한 독립”이다.

서울 지도를 보려고 서울 지도 정보를 모두 내가 보유할 필요가 없이, 서울 지도 정보를 가지고 있는 어느 곳에 접속해서 해당 정보를 가져와 보면 참 효율 있지 않을까? 이걸 되게 하는 접근과 소통 방법이나 수단이 바로 Open API이다. 이런 Open API를 써서 바깥에서 작지만 뚜렷한 목적성을 갖고 정보를 가져오는 배달부나 비서 역할을 하는 것이 위젯이다. 지도를 보려고 지도 서비스를 하는 곳에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내 컴퓨터나 무선 장치에서 편하게 가져와 보는 것이다.

자, 이 위젯의 개념만 보면 첫 번째 각성을 연상케 한다. 그런데 위젯의 핵심을 보면 두 번째 각성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 휴대전화기 속에 있는 날씨 보기나 동영상 보기 기능들이(작은 무른모) 휴대전화기라는 틀과 굴레에서 벗어나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통신하고 소통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예전에도 이런 건 가능했다. 근데 왜 이제 와서 새삼 대단한 신 기술인 것 마냥 얘기를 하는 것이냐하면, 예전엔 휴대전화기 무선 인터넷이 무척 느렸고 요즘 것들은 빠르기 때문이다. 아주 느렸기 때문에 글자 몇 개 디리릭 보내는 SMS(단문 전송 서비스)보다 용량이 훨씬 큰 동영상이나 고화질 사진을 주고 받기 아주 짜증스러웠다. 동영상이나 사진을 네트워크로 전송 받아 보기 힘드니 이용하지 않을 수 밖에 없고, 이용하지 않는 기술은 문화를 만들지 못하는 것이다.

5. 아이폰과 두 번째 각성

휴대전화기가 두 번째 각성을 하여 3세대에 이르렀다고 치자. “3세대”라는 낱말을 써서 혼란이 있을 수 있는데, 내가 여기서 쓰고 있는 “3세대”는 두 번째 각성을 뜻하는 것이며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규격인 3세대(3g)와는 다른 뜻으로 쓰고 있는 말이다. 어쨌건, 휴대전화기가 두 번째 각성을 했다고 치고, 이것이 아이폰과 무슨 관계가 있어서 이렇게 길게 떠들었는지를 밝히며 이야기를 마무리 할 때가 됐다.

아이폰 UI를 유심히 보면 여러 기능들이 갈래로 묶여 있지 않고 책상에 흩뿌려 놓은 것처럼 낱개로 나와 있다. 각 기능들이 정해진 목적을 행하는 작은 도구들이고, 이것이 위젯이라면 아이폰 UI는 위젯이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지 아주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Photo라는 작은 덩어리를 꾹 누르면 사진 관련 도구가 짠 뜨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폰의 핵심은 이런 위젯들을 인터넷 망에 접속해서 쓸 수 있고, 이런 위젯들을 내장된 웹브라우저를 이용하여 편리하게 내려 받고 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간 여러 기사나 사용기를 보며 추측했고 실제로 아이폰을 만져보며 추측이 맞구나 생각했던 점이 있다. 아이폰은 전화기로써 참 불편하여 휴대전화기 쓰임새로는 절대 사지 않을 확고한 의지가 생긴다. 생각보다 무겁고 생각 외로 불편하다.

그런데, 아이폰에 위젯처럼 들어가 있는 여러 무른모가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움직인다는 생각을 하면 무척 두근거린다. 구글 지도, gmail, 구글 캘린더와 iCal을 네트워크로 실시간 연동을 하며 언제 어디서든지 접근하고, Youtube에 연결되어 동영상을 TV처럼 볼 수 있는 Rimo 같은 게 위젯 형태로 나와 그 아름다운 아이폰 UI에 붙는다면 정말 아름다울 것이다. 아, 물론 이렇게 갖고 노는 것은 전화기 쓰임새는 아니다.

phone 이라는 대중에게 무난하고 쉬운 이름을 붙인 제품이긴 하지만, 아이폰으로 갖고 놀 수 있는 핵심은 바로 두 번째 각성 사항이다. 여지껏 두 번째 각성을 노린 여러 기종들이 나왔지만 그런 문화를 만들지 못하거나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슬쩍 사라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애플은 iTunes라는 다목적 매체(multimedia) 가게도 운영하고 있고, 구글과 손 잡아 구글에서 제공하는 멋진 서비스들도 쓸 수 있게 하고 있다. 거기에다 해킹을 하면 애플에서 정식 지원하지 않는 것들도 즐길 수 있다(물론 나쁜 짓이다^^).

예전에 두 번째 각성을 도전했다가 실패한 네오들과는 달리 이번 네오(아이폰)는 두 번째 각성을 제대로 해서 두 번째 각성 이후 세상을 열어갈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 보인다. 비록 휴대전화기로 쓰기엔 짜증스럽지만, 전화기라 인식하지 않고 전화 기능도 있는 휴대 위젯 실행기라 생각하면 참 멋지고 탐나는 제품이다. 왠지 아이폰이라면 두 번째 각성을 성공하여 그 이후 세상도 이끌어 가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그나저나 영화 매트릭스에서 네오는 숭고한 희생을 하여 시온을 해방한다. 서로를 파괴하려는 두 세력을 파괴가 아니라 공존이라는 다른 답을 내밀고 합의하게끔 이끌어 내었고, 그 대가로 자신을 희생한다. 아이폰은 어떻게 될까? 역대 네오들보다는 좀 더 좋은 환경에 있긴 한데, 정말 기대대로 멋지게 두 번째 각성 이후 세계를 이끌 것인가, 아니면 자신은 희생하고 다른 이들이 평화를 맛보게 될 것인가.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니어서 아이폰 역시 다른 네오들과 비슷해서 그냥 그렇게 서서히 죽을 것인가. 현재 일어나는 현상만 보면 애플 특유라고 할 수 있는 애플식 문화 만들기가 서서히 일어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아직 미미하다. 참 흥미롭고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