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냥 걸었어. 도쿄 거리를 11시간 걸었어.

처음엔 그냥 걸었어.
비도 오고 해서...
오랜만에 빗 속을 걸으니
옛 생각도 나대...</p>

울적해 노래도 불렀어.
저절로 눈물이 흐르대.
너도 내 모습을 보았다면
바보라고 했을거야.

정말이야 처음엔 그냥 걸었어.
비도 오고 기분도 그렇고 해서.
정말이야 거짓말이 아니야.
미안해 너의 집 앞이야~

난 너를 사랑해~ 우우~ 우우.

1994년에 큰 인기를 끌었던 “임종환”의 “그냥 걸었어”라는 노래 1절이다. 전화를 걸었다는 말과 길을 걸었다는 두 뜻을 품은 노랫말이 재밌다. 지금 들어도 좋은 노래.

어제 나는 도쿄 현장 조사를 목적으로 몇 몇 동네를 걸어다니며 일본 사람들은 어찌 사나 보고 다녔다. 아침 10시에 집에서 나와 밤 10시 20분쯤 들어왔고, 점심과 저녁 밥 먹는 시간 30분씩을 빼면 거의 11시간을 걸어다닌 셈이다. 정확한 건 아니지만 지도 위에 대충 그려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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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다녔다. 정확하진 않다. 표지판을 읽을 줄 모르기 때문에 대충 저렇게 생긴 한자를 걷다 본 기억이 나는 것 뿐이다. 얼마나 걸었는지는 모르겠고 직선 거리로만 대충 쟀을 때 40km 이상 걸은 듯 한데 잘 모르겠다. 골목길 사이 사이로 요리 조리 다녔으니까.

다니면서 여러 가지를 보고 느꼈다. 몰랐던 바를 알게 되기도 했고, 막연하게 알던 걸 확인하기도 했다. 몸은 피곤했지만 시간 들여 돌아다닌 보람은 있었다고 스스로 평하고 있다.

일본에서 생활한지 3주차이지만 난 히라가나도 거의 몰랐다. 이, 타, 사, 고, 우처럼 많이 보는 글자는 알아보는데 “라”행이나 “마”행, “하”행은 거의 모른다. 그런데 어제 하루 내내 걷고 나서 나는 히라가나를 거의 외웠다. 더불어 낱말 몇 개도 익혔다. orz

그간 그렇게 글자를 익히려고 노력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대충 외워서 그렇고 그 다음 이유는 써먹질 않아서 그렇다. 그런데 어제는 길을 잃지 않으려고 표지판이나 안내 지도를 잘 보며 각 글자와 소리를 꼼꼼하게 기억했다. 난 휴대전화기도 없고 회사 사람들 연락처도 모르며 일본어를 할 줄 모른다. 게다가 어제 돌아다닌 곳들은 거의 내가 처음 가보는 곳들이었다. 지역 이름을 꼼꼼히 기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길눈이 밝아서 동서남북 방향만 알면 목적지에 잘 찾아간다. 하지만 그것도 그 지역이나 주변 지역을 어느 정도 알고 있을 때 얘기이지, 생판 모르는 도쿄 시부야 한복판에선 동서남북만으로는 나다니기에 “아주 조금은”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시부야에서 계속 서쪽으로 걸으면 몇 km 오차가 있긴 해도 숙소 근처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은 했기 때문에 절박하진 않았다.

어제 새벽에 에어컨 바람 때문인지 자다 말고 오른쪽 종아리에 쥐가 제대로 나서 한참을 다리 붙들고 굴러다니며 낑낑댔다. 그리고 몇 시간 뒤에 일어나 숙소를 나서고 12시간만에 들어왔다. 다행히 날씨가 무덥지 않아서 별 일 없었지, 평소처럼 땡볕 더위였다면 지금쯤 몸살나지 않았을까 싶다.

일본에서 겪는 이야기들이야 여행한 날 블로그에서 다루기로 하고, 이 글에선 다른 나라에 오랜 기간 머무르는 사람들에게 하루쯤은 큰 길과 작은 길로 다니며 그네들 문화와 생활을 익히고 위기(?) 속에서 박진감을 느끼며 글자나 낱말을 익혀보길 권하고 싶다. 아, 물론 지도를 보고 방향을 잡을 수 있는 사람에 한해서 말이다. :)


블로그 하나를 더 새로 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한날입니다.

며칠 전에 블로그 하나를 새로 하나 더 열었습니다. 이름은 “여행한 날”입니다. 꼭 여행이 아니더라도 제가 이곳 저곳 다니며 겪은 이야기를 다룰 곳입니다.

며칠 전엔 이곳에 올렸던 “긴자와 도쿄타워 나들이” 글을 옮겨놨고, 어제는 “매운 카레집, 리틀스푼” 글을, 오늘은 “후타코 타마가와 불꽃놀이” 썼습니다.

현재 있는 곳이 일본인지라 당분간 일본 관련 글을 올릴 겁니다. ^^ 이외에도 다닌 여러 곳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