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기 종기 고양이 형제

어제는 밤새 내린 걸로 부족해 아침에도 추적 추적 비가 왔다. 출근을 하려는데 기가 막히게 귀여운 장면이 눈에 들어와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우리 집 마당에서 무단 서식 중인 들고양이-어머니 표현을 빌리자면 노숙자 고양이- 몇 마리가 있는데, 이 중 새끼 고양이 몇 마리가 옹기 종기 몸을 움크리고 잠을 자고 있었다.

옹기 종기 몸을 맞대고 잠을 자는 고양이 형제들 사진

어미는 어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형제라고 서로 몸을 맞대고 앉아 꾸벅 꾸벅 졸고 있는 모습이 무척 사랑스러워 조심스레 사진기를 깨작였다.

몇 장을 찍다보니 욕심이 생겼고 조심스레 나가려는데 그만 작은 소리에 잠을 깨버렸다. 그래도 밥 주는 사람이라고 아주 경계하지는 않고 “얘가 뭘 하려고 점점 다가오는 걸까?” 라고 하는 듯한, 아니 사실 그런 말을 담기엔 잠에서 덜 깨어 멍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기만 했다.

잠에서 깬 고양이 형제들 사진

나는 아침에 나갔다가 밤 늦게 퇴근을 하니 얘네들을 자주 대하진 못했다. 어머니처럼 밥을 주는 것도 아니고. 월세 계약을 하고 나자 좀처럼 얼굴 보기 힘들었던 5년 전 자취방 주인 아주머니와 어벙한 청년 사이처럼, 나와 우리 집 마당을 점거한 노숙자 고양이 사이는 서먹하기만 했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어미 고양이가 곧 나타났다. 그 어미를 따라 나머지 형제들도 똘랑 똘랑 따라 나타났다.

나머지 새끼들을 주렁 주렁 달고 나타난 어미 고양이 사진

이 많은 새끼들에게 젖을 먹이고 밥을 먹이며 키운 어미 고양이답게 새끼들을 지키기 위해 내게 카악- 소리를 내며 위협을 하기 보다는, 밥 좀 달라는 애처로운 눈빛과 울음소리를 냈다.

고양이는 겁도 많고 대단히 보수성과 모성애가 강한 동물로 보인다. 그 많은 새끼 하나 하나 다 챙기고, 먹을 것이 생기면 새끼들이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린다. 먹거리가 남는 경우는 드물기에 언제나 어미 배는 홀쭉하다. 아, 다시 생각해보니 말을 잘못한 것 같다. 오래도록 쌓인 고양이에 대한 편견에 비추어 봤을 때 고양이는 겁도 많고 대단히 보수성과 모성애가 강했지, 원래 고양이는 이랬을 것이다.

이런 저런 시덥잖은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어미 고양이는 냐앙 거리며 밥 달라고 울고 내 다리 주변에서 뒹굴 뒹굴 배를 보이며 애교를 부렸다. 이런 모습들이 내게 시덥잖은 생각을 하게 만든 것이지. 후훗.

나무 아래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 고양이 사진

미안하게도 내겐 얘네들에게 줄 밥이 딱히 없었고, 지각으로 내 밥줄을 조금이나마 걱정하는 상황이었기에 애써 외면하며 발길을 돌렸다. 새끼 고양이들은 그런 나를 힐끔보다가 자세와 자리를 잡으며 나무 아래에서 비를 피한 채 다시 졸기 시작했다.


사무실에서 내 자리

얼마 전에 회사를 옮겼다. 8년 동안 일하던 분야에서 떠나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새로운 회사, 새로운 자리. 지금도 제법 어질렀지만 아직 그나마 책상인지 난장판인지 구분이 가능하기에 사진으로 슬쩍 남겨봤다.

앞에서 내려다 본 내 자리 사진

19인치 모니터 두 대. 왼쪽은 주 업무 화면으로, 오른쪽은 보조 업무나 업무 외 화면으로 쓰고 있다. 메신저 대화창이 깜박일 때마다 오른쪽 화면을 쳐다본 뒤 alt+tab 누를 때 다시 왼쪽 화면을 쳐다보느라 바쁘다.

내 개인 맥북은 별 다른 역할을 하진 않는다. 눈썰미 있는 사람은 눈치 챘겠지만 맥북에 떠있는 화면은 Windows XP. bootcamp 로 설치한 XP이다. Windows Programming 할 일이 생길 것 같아서 깔았다.

난 물을 많이 마시는 편이다. 그래서 잔을 세 개 쓴다. 물잔, 커피잔, 홍차잔. 화면에는 홍차 주전자만 보이는데 맥북 뒤에 작은 홍차잔이 있다.

포스트잇 덕지 덕지

컴퓨터를 잘 다루게 될 수록 컴퓨터 의존도가 점점 떨어지더라. 처음엔 각종 적바림 무른모(memo software)를 썼는데 지금은 포스트잇 잔뜩 사다가 그때 그때 생각나는 것을 적바림 해두고 책상에 붙여 놓는다. 시간이 흘러도 쉽게 사용하지 않는 건 컴퓨터로 옮기고, 사용한 적바림은 구겨 버리면 그만. 컴퓨터 문서를 구성할 때도 포스트잇을 이리 저리 배치하면 보다 편하게 문서를 써내려갈 수 있다.

좀 더 넓은 적바림

포스트잇으로 감당 안되는 적바림거리는 이면지에 슥슥 남기고 눈에 잘 띄는 곳에 놓는다. 저렇게 띄워 놓는 건 처음이다. 원래 모니터를 붙잡고 있어야 하는데 모니터 뒤통수가 둥글 둥글해서 잡질 못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