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Jan 2007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구치소에 수감 됐다. 하늘색 촌스러운 활동복을 입히고 내 머리카락을 밀려 했으나 마침 오늘 '미용의 날'이라며 다음 날로 미뤄졌다.
나는 탈출을 계획했다. 이곳은 깐깐하기로 유명한 성동 구치소. 하지만, 내 머리는 잔머리 100만개를 뭉쳐 놓았다고 해도 누구나 믿을만큼 잘잘하게 돌아가지 않던가. 곧 잘잘한 발상을 묶어 계획을 완성했다.
성동 구치소는 곧 퇴소하는 이들에겐 주황색 활동복을, 남아 있는 이들에겐 하늘색 활동복을 입혔다. 나는 퇴소하는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매점에서 주황색 활동복을 사입고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생김새 때문에 간수에게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왼쪽 가르마를 오른쪽으로 옮기고 안경도 벗었다. 벨릭 간수장이 날 의심스레 쳐다봤지만 따로 불러내진 않았다.
퇴소자 무리 중 1조가 먼저 나갔다. 2조가 문 앞에 섰는데 불평하면서 되돌아 온다. 내 계획이 탄로난건가? 나는 3조 사람들과 함께 창고 뒤로 갔다. 발 빠른 누군가 2조와 접촉해 이유를 알아 냈다. 몇 몇 사람들이 갑자기 자신의 주황색 활동복을 찢으며 옷을 망가뜨리더니 어딘가로 달려갔다. 열심히 옷을 뜯는 옆 사람에게 물어봤다. 간수들이 대놓고 돈을 달라고 할 수 없으니 활동복을 다시 매점에서 사입게 하려고 활동복이 깨끗치 못한 사람을 골라내 새 옷으로 바꿔 놓으면 내보내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옷이 깨끗한 사람은 이유 없이 개인 면담을 당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서둘러 팔 부분을 떼어냈다.
구치소 출입문 앞에 서있는 3조 사람들과 그 속에 섞여 있는 나. 벨릭 간수장은 여전히 나를 의심스레 쳐다봤지만 이미 나는 문을 나섰다. 얼른 버스에 올라타고 서울로 향했다. 옷을 망가뜨리며 내게 정보를 준 그 옆사람은 매점에서 활동복이 다 팔려 살 수 없었고, 아쉬운 대로 교복을 샀으나 벨릭 간수장의 심기를 건드리는 꼴이 되어 즉결심판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는 내용이 버스 안 TV에서 들려 온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래 소리.
아, 그렇다. 이제 잠에서 깰 시간이군.
12 Jan 2007
- 주최 : 태우 미디어 주식회사
- 공연자 : 태우님
몇 시간 전에 지나간 금요일(12일)에 천원 공연(concert)이 열렸고 끝났다.
인터넷계로 보자면 이런 것을 손수저작물(UCC : User Created Content)이라 부를 수 있다. Web 2.0 시대에 손수저작물이 꼭 디지털 저작물로만 존재하거나 발표될 이유는 없다. 팔딱 팔딱,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살아 숨쉬는 저작물이란 이런 것이다. 만박님께서 선보이신 (주)더블트랙 주제가 연주 동영상도 훌륭하고 끌림으로 가득한 저작물이지만, 작은 공연장에 불편한 의자에 앉아 다소 불편한 소리를 내는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보통 사람(?)의 목울림만 하랴.
이러나 저러나 역시 난 글로 때울 팔자인가보다. 멋진 사진 찍어 아직 짝 없는 태우님을 위해 뚜쟁이 노릇 좀 해볼까 했는데, 사진기는 가방에서 나오자 마자 배고프다며 기절했다. 이봐, 배고픈 건 나도 마찬가지라고. 그러나 대답 없는 그대, 캐논 10D 사진기...
실은 나도 저렇게 작은 공연장 하나 빌려서 홀로, 혹은 몇 명이서 공연을 하려 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계획을 한참 뒤로 미뤘다.
어느 날, 휴대용 MP3 재생기로 내가 부르는 노래를 담아서 들어봤는데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간 주변 사람들에게 씩씩하게만 부르지 목소리는 화물차로 과채류 파는 장사꾼 목소리라고 우스개소리를 했는데 그분들을 오랜 시간 동안 욕 보인 점을 반성할 정도였다. 후진 목소리지만 씩씩한 줄 알았는데, 후지고 시끄럽기만 한 거였다.
두 번째 이유는 내가 직접 쓴 노래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공연을 한다면 내 노래 몇 개는 불러야 한다고 여기고 있는데, 온 누리 사람들이 반할 그 멋진 노래들은 머리 속에만 있을 뿐 아직 머리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다 꺼내려면 길고 푸짐한 호흡이 필요하니 몇 개라도 먼저 꺼내고 싶다.
부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한, 뒤죽 박죽 뒤섞인 마음으로 공연을 보았다. 진하고 많은 움직임, 그리고 훤칠한 겉모습을 보며 멋지다고 느껴왔는데 속엔 저런 모습도 있구나 싶었다.
아, 분명 글거리는 태우님 공연인데 내 얘기만 하고 자빠졌누나...
태우님 공연을 좀 더 얘기하자면.
태우님 노래 목소리는 가수 이적과 비슷한 느낌을 낸다. 탁한 소리를 가진 내 목과 비교하면 미성이라고 부를 수 있다. 조금 호흡이 짧아 보이긴 하지만 표현하고 싶은 소리를 잘 낸다. 훌륭하게 낸다기 보다는 어떤 느낌을 내려고 저런 소리를 내는지 듣는 사람에게 의도가 느껴지는 소리이다. 임재범이나 박정현이 이런 느낌을 깔끔하고 훌륭하게 내주는데, 태우님은 그들보다야 완성도는 부족할지 몰라도 그런 느낌을 내기에 참 부러웠다.
이런 저런 때를 잘라내고 나면 실제 공연은 약 1시간 30분 정도였는데, 노래 사이 사이에 이야기를 재미나게 넣으면서 분위기를 잘 이끌어 시간이 빨리 흐르는 느낌을 받았다. 많은 준비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짜임새 있게 공연을 잘 이끄시더라. 받춰주는 사람만 있었다면 목이 빨리 가라 앉지 않아 더 좋았을텐데, 노래하고 이야기하며 거의 홀로 공연을 이끌다보니 목이 쉬신 것 같았다.
세상이 끝날 것만 같던 달걀 한 판 나이에 달하자 오히려 싱숭 생숭한 마음이 잡혀버렸다는 태우님. 멋지고 즐거운 공연이었습니다.
아참.
함께 노래 부른 그 여성분(그 새 성함 까먹음)도 멋지더군요. 태우님 목소리는 또렷하고 그분은 묵직한 소리를 내셔서 독특한 느낌이었습니다. 이적과 김윤아가 소리를 맞추면 저런 느낌이 나려나? 김윤아가 내는 낮은 소리는 소름 끼치도록 매력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