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로 얼굴 씻기
23 Sep 2006심상성 좌창. 백제 멸망에 큰 영향을 끼친 황산벌 전투에서 신라군의 사기를 드높인 화랑 관창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
Acne vulgaris. 한 겨울, 큰 스님이 일을 마치고 나올 때 쓸 물을 대야에 담아 들고 있는 동자승을 그려낸 TV 광고로 깊은 인상을 남긴, 똥 잘 나오게 하는 음료를 떠올리게 하는 이름.
여드름을 이르는 다른 이름들이다.
올해 들어 여드름이 나기 시작하더니 여름부터 부쩍 심해졌다. 사춘기 때도 건드리면 아플 정도로 심한 적이 별로 없었던데다가 이마와 구레나룻 부근까지 드넓게 자리 잡은 적도 거의 없다.
원인은 올 초여름에 산 화장품 때문이다. 젊어지고자(?) 코엔자임 Q10 함유 화장품 3종(Tonic, Emulsion, Cream)을 한 꾸러미로 샀다. 그런데 과한 영양분을 여드름을 일으키는 균이 먹고 힘이라도 세진 것인지 살아오며 겪은 여드름은 우스울만큼 무서운 여드름이 돋아나고 말았다.
3개월 가량 써오다 화장품이 여드름의 원인이라는 걸 깨닫고 쓰지 않았지만, 일단 자리 잡은 여드름은 쉽게 들어가지 않고 있다. 게다 올봄에 짧게 자른 머리카락이 이젠 꽤 자라 봉긋 솟은 여드름 꼭짓점을 머리카락이 건드리는 통에 가라 앉을 새가 없다.
여드름 약도 발라보고 수시로 비누로 얼굴을 씻어봤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하던 어느 날. 녹차가 여드름에 참 좋다는 말을 줏어 듣고선 틈틈히 녹차로 얼굴을 씻었다. 며칠 되기도 전에 불길은 푸르다 못해 여리게 보이는 녹차 물에 조금씩 가라 앉기 시작했다. 하얗거나 누런 피를 토해내며 괴로워하던 여드름은 조금씩 사그라 들었다. 씻고 나면 얼굴에서 녹차의 구수한 냄새가 나긴 했지만 여드름에 효과를 보이는 녹차가 자랑스럽다.
회사에서는 이번 추석과 개천절 사이, 그러니까 10월 4일에 특별 휴가를 주었다. 10월 2일만 출근하면 한 주는 주욱 쉰다. 추석 내내 머리띠를 해서 머리카락이 여드름에 닿지 않게 조심하고, 틈틈히 녹차 대원을 투입하여 여드름 불한당을 무찌를 생각이다. 그래서 왼쪽 얼굴에 좀 더 자신감을 갖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