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른모 판올림에 대한 잡다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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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에 별 불만도 없고 기능도 지금보다 더 좋아질 수 있을까 생각하는 무른모(Software) 몇 개가 있다. Firefox나 Total Commander, Editplus, Wordpress 등등. 다음 판올림 후엔 어떤 기능이 늘어날까 궁금하다. 어떤 무른모는 다음 판올림에 들어갈 기능이나 예상하고 있는 성능 향상에 대해 미리 알리기도 하지만, 그런 알림을 봐도 별 감흥이 없다. 그래서 무른모의 다음 판(version)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는 글을 쓰며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 등을 예측하는 사람을 보면 무척 대단해보이고 신기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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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성능을 올리거나 기능을 더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qmail은 수년째 1.03판에서 멈춰있다. qmail은 e-mail server가 가지고 있어야 할 가장 기본 기능만 가지고 있고, 기본 기능 외 필요한 기능이나 성능 향상은 다른 무른모의(ucspi-tcp, daemontools, vpopmail 등) 도움을 받아 작동되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래서 qmail은 판올림이 오래도록 되지 않고 있지만 qmail 주변 무른모들은 판올림이 되곤 한다.

예전에 잠깐 FreeBSD 운영체제로 돌리는 Web server를 관리한 적이 있었다. Web service에 필요한 각종 무른모를 깔거나 바꿔주는 일이 간혹 있었는데, 그때마다 요근래에 나온 판(version)을 찾고 주의 사항을 찾느라 귀찮음을 느끼곤 했다. 그에 반해 qmail쪽은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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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일이다. 무른모 판올림을 하라고 제작사가 권한다. 부담스럽기 때문에 권유보다는 압박으로 느껴진다. 예전에 판올림 꾸러미를 내려받아 실행해서 판을 올렸다가 꼼꼼하게 다듬은 환경 설정 정보를 날려먹은 기억 때문이다. 제작사는 이런 문제에 대해 경고나 주의를 언급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난 그날로 그 무른모를 버리고 다른 무른모로 갈아탔다.

그래도 요즘 무른모들은 판올림을 할 때 예전 환경 설정 정보를 따로 보관(backup) 해주곤 한다. 문제는 어떤 파일(file)이 환경 설정 정보를 관장하고, 이 파일이 어디에 있는지 안내를 해주지 않는데 있다. "당신이 쓰던 예전 환경 설정 정보 파일은 어디 어디에 어떤 이름으로 따로 복사해서 보관해뒀다. 복구하려면 이렇게 이렇게 하라"는 안내 화면 하나 띄우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기술일까? 아직 이런 안내 화면 띄워주는 무른모가 거의 없는 걸 보면 대단히 어려운 기술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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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른모 판올림은 대부분 무른모 개발자에게 희생과 배려를 요구하는 일이 아니다. 마땅히 해야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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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S를 쓰던 시절에 널리 두루 쓰이던 무른모 중 하나가 Mdir이다. Mdir은 작은 변화를 주는 판올림 꾸러미 마다 무엇을 더했고, 무엇을 뺐으며, 무엇을 고쳤는지 알렸다. 이것을 꼼꼼히 읽는 사람보다는 판 번호만 확인하고 판올림을 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을테지만, 이런 알림은 사소하거나 중요한 여부를 떠나서 이용자에게 주는 작지만 중요한 배려이다.

판올림 전에 무엇을 바꾸는지 알리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제작사는 이용자가 마땅히 판올림을 해야 하고, 판올림하면 이로울 것이라는 착각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ACDSee 2.13 Classic판을 가장 좋은 판이라고 여기고 있다. 이후에 나온 것들의 판올림 내역을 보니 내게 더 이로울 것이 없었다. 만일, ACDSee측에서 내게 판올림 내역을 제공하지 않고 판올림을 강요했다면 주저하지 않고 다른 무른모를 선택했을 것이다. 내게 불필요한 것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주댕네의 주둥아리 수술 이야기

인터넷에 디지털에 관한 전문 기사를 다루는 '주댕네 코 크다'라는 곳이 있다고 치자. 이곳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고 많은 사람을 오게 하려면 무엇을 잘 해야할까? 당연히 좋은 기사를 먼저 갖춰야 한다. 이건 아무리 훌륭한 주소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보고 즐길거리가 없어서 사람들 눈길을 끌려고 80년대 유행하던 무지개빛 수영복 입고 춤을 추는 고려 곰을 보더라도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요소이다.

주댕네는 가까운 형님들이 좋은 떡밥을 주어 주댕네 나름대로 괜찮은 기사를 제법 갖추었다. 그러자 여러 사람이 다른 이를 널리 이롭게 하려고 열심히 갈무리해서 퍼뜨리려는데 아쉽게도 단순한(?) 목적으로 인용하는 것이 아니면 주댕네 기사를 다른 곳에 뿌리지 말라고 한다. 그래서 몇 몇 사람은 기사 전체를 갈무리하지 않고 기사 일부를 인용하며 기사 주소를 연결하였다. 인용문을 읽다가 글 전체를 보고 싶으면 연결된 주소로 가면 되니 다른 사람들도 큰 불만은 없는 듯 했다.

시간이 흐르고 흘렀다. 담배값이 많이 올라 백두산 호랑이가 담배를 끊었다는 시답잖은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다. F킬라 무역 협정인지 뭔지로 세상을 시끌 시끌하기도 하다. 어쨌건 여러 때가 지났고, 주댕네도 그 사이 집안 정리 좀 했다.

그런데 정리를 좀 과하게 했나보다. 성형수술로 치자면 점 좀 빼고 피부 관리 정도 받은게 아니었다. 입이 너무 턱쪽으로 처져있다고 코와 입 사이를 좁히고, 턱도 깎는 큰 수술을 한 것이었다. 2005년 1월 27일에 그 주둥아리(주댕이)로 무어라 말하던 기사를 2006년 7월 22일인 오늘엔 찾아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분명 열매 이름을 이름으로 쓰는 사람이 쓴 글에는 거시기로 연결되어 있는데, 주댕네가 과하게 집안 정리를 하느라 주소가 머시기로 바뀐 것이다.

입 위치와 턱 모양이 확 바뀌어 다른 사람들이 주댕네를 못알아보자 자신이 알던 사람이 맞나 확인하려고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이득을 얻듯이, 나처럼 목 마른 사람은 아마 직접 주댕네 안에서 그 기사를 찾아 헤매며 주댕네 누리집 곳곳에 붙어있는 광고를 뜻하지 않게 보게 하는 이득을 노렸나? 당연히 그럴리는 없다. 어쩌면 "당신이 예전에 보던 기사는 더이상 예전 주소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 기사를 다시 보려면 우리 집에 와서 직접 꼼꼼히 찾아보세요! 신나는 보물찾기! ^_^*"이라고 외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감히 무모한 짓이라고 할 수 있는 주소 체계를 바꿀리는 없다.

꼬리가 길면(Longtail) 여러 사람 발에 밟힌다. 많이 밟혀야 밟은 것 미안하다며 떡이라도 주는 이가 한 명이라도 더 있다는 세상이 요즘 세상이다. 그런데 주댕네는 한 여름 더위에 푹 처진 말자지처럼 길게 늘어질 수 있는 그 많은 기사의 주소를 바꿨다. 자신의 꼬랑지를 스스로 잘라버린 것이다.

대체 누굴까? 이렇게 화끈한 일을 저지른 사람이...
정말이지 이런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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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취향이야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