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 동안 백스쿼트 90파운드 올리기

부제 : Bill starr와 Super squat 완주 후기

여는 글

0개. 무섭다. 그래도 할 건 해야지. 흐음... 좌우 균형 맞나? 바벨이 미끌미끌한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5개. 아직 할 만하다.

8개. 슬슬 입질이 온다. 허벅지 안쪽과 코어에 부하가 느껴진다.

10개. 하기 싫다. 하지만 포기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니 좀 더 하자.

12개. 숨이 찬다. 몸에 부하가 걸리는 게 느껴진다. 허리뼈 2~3번쪽에 부담이 느껴지고, 등뼈 10~12번쪽이 뻐근하다. 3개만 더 해서 15개 채워보자.

15개. 속이 슬슬 울렁거린다. 호흡이 거칠고, 허리가 아프다. 내려갈 때 상체가 바벨에 짓눌리기 시작한다. 복근이 타들어가는 것처럼 찌르르하다.

18개. 울고 싶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종아리에 쥐가 날 것 같다. 바벨을 짊어지고 있는 것 자체가 무섭고 버겁다. 뒷목도 뻐근하다. 근데... 2개 남겨놓고 포기하기엔 너무 억울하다. 옆에서 내게 기합 넣어주고 응원해주는 것 같은데, 솔직히 개수 말고는 귀에 들어오질 않는다.

19개. 못해. 안해. 온몸에서 식은땀이 난다. 허벅지는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빠르게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바르르 떨리고, 종아리는 맨몸으로 뒤꿈치만 들어도 쥐가 날 것처럼 수축해있다. 허리는 끊어질 것처럼 아프고 등은 뻐근하다. 너무 이를 악물어서 악관절도 아프다. 그런데... 이제 딱 한 개만 하면 된다. 아, 몰라. 무릎이 모이든 상체가 굽어지든... 한 개만 더 하자.

20개. 해냈다. 이제 더이상 하고 싶지 않다. 이제 super squat는 그만두자.

super squat를 마친 직후 모습

10분 후. 다음 주에 5파운드 더 올린 걸 해낼 수 있을까? 궁금하다. 무섭지만 궁금하다. 해봐야지.

205파운드

2013년 8월 29일.
WOD를 마치고 잠시 쉬고 나서 슬쩍 Back squat 1RM을 측정해봤다. 무게를 서서히 올리며 진행했고 185lb도 무난했다. 어? 이거 할 만하네? 그래서 난 기존 내 1RM인 205lb를 건너뛰고 215lb를 도전했다.

실패했다.

2013년 초부터 6개월 넘게 내 Back squat 1RM은 205lb였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스쿼트를 따로 파기로 결심했다.

목표는 285~295lb. 내 몸무게 2배 무게를 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약 5주 후 255lb를 들었고,
255lb를 든 지 6주 후 275lb를 들었으며,
275lb를 든 지 6주 후인 2014년 1월 2일, 295lb를 들었다.

신체 상황

  • 나이 : 35살 (2014년 기준)
  • 키 : 173cm
  • 크로스핏 시작한 시기 : 2012년 8월 말
  • 몸무게
    • 2013년 초 : 63kg
    • 2013년 8월 : 64kg
    • 2013년 9월 : 65kg
    • 2013년 10월 ~ 현재 : 65~66kg
  • 운동 능력
    • 유연성 꽝 (땅바닥에 손끝이라도 닿고 싶다...)
    • 운동치
    • 달리기, 로잉, 월볼샷, SDHP 쭈구리
    • 풀업, 물구나무 푸시업은 그나마 나은 편
    • metabolic conditioning WOD를 하고나면 자주 종아리 쥐나서 뻗는 저질 근지구력 보유자
  • crossfit total : 785
    • back squat : 295lb
    • shoulder press : 125lb
    • deadlift : 365lb
  • 기타 특이사항
    • 식탐이 없으며, 딱히 먹는 걸 즐기지도 않음
    • 가리는 음식은 없으나, 육식 보다는 채식을 선호하며, 식사할 때 과일을 반찬 중 하나로 놓고 먹기도 함.

Super squat를 시작하다

난 5x5니 무슨 운동법이니 하는 것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냥 크로스핏 WOD만 충실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크로스핏 WOD 조차 소화하기 버거웠기 때문에 다른 운동법에 관심을 둘 여유가 없었다. 스쿼트도 그냥 열심히 하면 되지 뭐 다른 특별한 방법이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6개월 넘게 기록이 정체되자 뭐가 됐든 비법을 얻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인터넷에서 super squat를 접했다. 단순했다. 명쾌했다. 한 번에 10번 들 수 있는 무게로 20번을 들라니. 뭐 이런 무식한 운동이 다있나 싶었다. 운동 효과는 의심할 필요가 없겠다 싶었다. 그래서 바로 시작하기로 했다.

2013년 8월 16일. 135lb로 시작했고, 15개까지 들다 결국 실패했다. 허리가 너무 아팠다.

2013년 8월 23일. 같은 무게로 재도전했고 아주 힘겹게 성공했다. 비록 성공했지만 3회차(8월 30일) 때 무게를 올릴 엄두가 나질 않아 한 번 더 135lb로 했다.

그렇게 일주일에 한 번씩 super squat를 했다. 145lb부터는 매주 5lb씩 올려갔다.

super squat.
처음 접하고 시작할 때만 해도 머리로만 이거 정말 힘든 운동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그냥 힘든 정도가 아니라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점차 두려운 마음이 커져갔다. 5분 뒤에 시작하자고 마음 먹고도 막상 바벨을 마주하면 숨이 막힐 것처럼 두렵고 긴장되어 차마 바벨 밑으로 들어가지 못하기 일쑤였다.

back squat를 20번 하는 게(20RM) 아니다. 10번 들 수 있는 무게(10RM)로 20번 하는 것이다. 이게 대체 말이 되는 운동인가? 그런데 다른 운동은 몰라도 back squat는 말이 된다.

10번까지는 어떻게든 들 수 있다. 10번 들고나서 몸이 지쳐 바벨을 버리고 싶을 때, 딱 1개만 더하자며 마음을 잡는다. 숨이 차오르기 시작하는데, 호흡을 가다듬고 코어에 긴장감을 유지한다. 또, 로우-바(low bar)로 바벨을 짊어졌기 때문에 광배근과 견갑근에도 긴장감을 유지하여 등을 조여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곧 등과 허리가 미칠듯이 아파오기 때문이다. 아무튼 1개만 더 하자는 마음으로 해나가면...

15개까지는 어찌저찌 들 수 있다. 이때부터 숨이 가빠오고 허리와 등이 아파온다. 하지만 아직 다리는 풀리지 않았다. super squat는 다리 힘이 부족해서 실패한다기 보다는 코어가 털려서 실패한다. 조금 쉬며 조금이라도 숨을 고르면 힘들지만 아직 1개는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너무 오래 쉬면 안 된다. 바벨을 오래 들고 있을수록 허리가 아프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둥바둥 하고나면 17개째까지 든다. 코어를 비롯해서 상체가 너무 아프다. 허벅지에도 부하가 걸리기 시작하고 종아리도 슬슬 수축하기 시작해서 금방이라도 쥐날 것 같다. 이러다 코어쪽에 부상을 입는 거 아닌지 두려워진다. 이제 정말 할 수 없다. 한계다.

18개째부터는 정신력 싸움이다. 참 절묘한게, 17~18개쯤 하고나면 몸이 만신창이가 되는데, 몸을 생각하면 그만두고 싶지만 딱 3개만 더 들면 성공하기 때문에 갈등이 시작된다. 여기서 실패하면 일주일 동안 너무 분하고 억울할 것이다. 그런데 갈등한다는 것 자체가 아직 몸이든 정신이든 여유가 있다는 반증이다. 포기할만큼 힘들면 갈등이고 뭐고 바로 포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내려간다.

1개를 더했을 뿐인데 이미 허리는 바벨에 짓눌려 더 굽혀졌다. 내려갔을 때 폴더처럼 상체가 바벨에 짓눌리기 때문에 일어날 때 상체부터 들어올린 뒤에 하체로 바닥을 밀며 올라간다. 올바른 자세는 아니지만 하고 있는 중엔 그런 안좋은 자세로 하는 지 인식하지 못 한다. 동영상을 촬영하고나서야 자세가 안좋은 걸 깨달았다. 만약 초반부터 상체가 바벨에 눌려서 허리 힘으로 바벨을 밀어 올리며 스쿼트를 하면 십중팔구 super squat는 실패할 것이다.

마지막 1개를 앞둔 상황. 토할 것 같다. 몸은 한계에 이르렀는데, 마지막 1개를 남기고 포기하면 소리 지를만큼 분할 것 같아서 정신력으로 억지로 마저 1개를 더 채운다. 너무 힘들어서 너무 분할 것이고, 그 분한 감정이 싫어서 근성으로 마저 하는 것이다.

이 지옥같은 운동을 마치는 데 드는 시간은 고작 2분 정도이다. 시간 제한이 있어서가 아니라 2분을 넘기면 허리가 너무 아프기 때문에 오래 끌 수가 없었다. 135lb로 deadlift를 150번 정도 들고나서 back squat하는 것처럼 허리가 아픈데, 이런 통증이 고작 2분 만에 찾아온다. 코어에 자신있고, 자세 유지할 자신이 있다면, 그리고 하이-바(high bar)로 20번을 들 수 있다면 2분을 넘겨서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youtube에서 super squat 수행 동영상을 보면 나 말고도 대부분 2분 대에서 마친다.

그렇게 두려운 super squat를 7회 치르고 나서 10월 7일에 crossfit total을 치렀다. 조금씩 무게를 올려가다 내 기존 1RM보다 조금 더 무거운 215lb를 시도했다. 지난 금요일에 치른 super squat 무게가 내 기존 1RM 무게인 205lb의 70%가 넘는 150lb를 들었기에 과감히 기존 1RM 무게를 건너뛴 것이다. 그런데 정말 1RM이 205lb가 맞나 싶을 정도로 무게감이 덜했다. 다음엔 245lb를 시도했다. 무거웠지만 성공했다. 마지막으로 10lb를 더한 255lb에 도전했다. 자세가 무너져 상체로 들어올리긴 했지만 255lb를 성공했다. 놀랍게도 기존 1RM에서 무려 50lb나 오른 것이다.

2013년 10월 7일에 측정한 crossfit total 기록

Bill starr를 시작하다

super squat 효과를 보자 욕심이 생겼다. 마침 bill starr 5x5라는 strength program이 있다는 걸 줏어들었다. billstarr 엑셀 파일을 받아다 내 운동 관련 숫자를 넣자 9주짜리 프로그램을 짜준다. 1주차 때 5번 들어야 할 가장 무거운 무게가 210lb인데, 9주차 때는 260lb로 나오더라. 딱 1번 드는 것도 자세 망가지며 어거지로 겨우 들었는데, billstarr 프로그램을 다 마치고 나면 지금 드는 1RM보다 무거운 무게를 5번 든다고? 실감이 나질 않았다. 그래도 billstarr보다 더 좋은 프로그램을 짤 지식도 경험도 없기에 믿고 따르기로 결정했다.

billstarr에서 시키는 운동은 몇 가지가 있는데, 기구를 쓰는 거나 체력 한계 상 squat와 deadlift만 하기로 했다. benchpress도 몇 주 했지만 crossfit WOD를 하는 데 지장이 생겨서 뺐다.

훈련은 월, 수, 금요일에 하는데, 수요일엔 스쿼트 훈련이 다소 부담이 덜했다. 그리고 때마침 크로스핏 박스에서 수요일엔 Active recovery라고 따로 WOD를 하지 않는 운동 일정을 잡았다. 그래서 super squat를 수요일에 하기로 했다.

billstarr 초기엔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았다. 세트 간 무게 증량폭을 12.5%로 했는데, 대략 20~30lb씩 증가한다. 예를 들어, 1주차 월요일엔 105 - 131 - 158 - 184 - 210 파운드로 각 세트마다 5번씩 들어야 하는데, 반올림해서 105 - 130 - 160 - 185 - 210파운드로 들었다. 맨 마지막 세트가 힘든데, 4번째부터는 허벅지가 미처 회복하지 못 하는 게 느껴진다. 그래도 실패할 정도로 압박감이 들진 않는다. 1RM으로 255lb를 들었다는 자신감이 드는데다, 훨~~~~~~~씬 고통스러운 super squat도 하는데 고작(?) 5번 드는 걸 포기하고 싶진 않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가짐이 상당히 훈련에 이득이 됐는데, billstarr 후반부에 접어들면 “고작” 5번 드는 것도 결코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 이런 마음가짐이 없었다면 실패하는 경우가 꽤 많았을 것 같다.

운동 효과가 나기 시작하다

billstarr 4주차, 그리고 super squat 13회까지 마친 11월 18일, back squat와 deadlift 기록을 경신했다. back squat는 275lb, deadlift는 345lb를 들었다. 목표로 한 무게에 가까워졌다. 더불어 clean 등 여러 운동 동작에서도 무게 기록을 많든 적든 경신했다.

billstarr는 무난히 진행하여 5번 드는 가장 무거운 무게가 230lb였고, super squat는 145lb부터 매주 5lb씩 증량해서 185lb까지 도달했다. 3달 전만 해도 1RM 무게가 205lb였는데 그보다 25lb 무거운 무게를 5번 들고, 3~5번 정도 들던 185lb를 20번 들었다.

billstarr는 무척 좋은 프로그램이다. 같은 무게를 5번씩 5세트 드는 것이 아니라, 세트를 더해갈수록 무게가 조금씩 올라간다. 1세트 무게는 몸풀기에 가까울 정도이고, 3세트까지만 해도 별 부담이 없다. 그렇게 몸이 무게에 익숙해지며 증량되는 탓에 가장 무거운 무게를 들어야하는 세트 때에도 예상보다 덜 무겁게 느껴진다.

각 세트 사이엔 3분 정도 휴식을 취한다. 2분 정도도 쉬어보고 5분도 쉬어봤는데, 3분이 가장 적당했다. 3분을 넘기면 긴장 상태가 풀려서 무게가 올라간 다음 세트가 더 힘들고, 3분보다 적으면 허벅지도 덜 회복하고 심장도 안정화가 덜 되어 세트를 마치고 나면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중에 따로 알아보니 5x5같은 strength 훈련은 3분 휴식을 권장하던데, 난 몸으로 부딪혀 깨달았다. 게으르니 몸이 고생한다.

세트 간 휴식 중에 폼롤러(foam roller)로 허벅지를 푸는 건 그다지 좋은 건 같진 않다. 주로 금요일엔 세트 간 휴식 시간에 재빨리 폼롤러로 허벅지를 풀어주는데, 수요일에 치르는 super squat 후유증이 몸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폼롤러로 근육을 풀어주다보면 간혹 너무 근육이 이완되어 근수축이 완전히 일어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무게 부담이 커지는 4~5주차부터는 각 허벅지와 허리를 각 각 30초 정도씩만 풀었고, 후반엔 아예 폼롤러를 쓰지 않거나 허리만 풀었다.

난 워낙 허약 체질인데다 squat를 못했기 때문에 세트 당 무게 증량 비율을 billstarr 기본 권장값인 12.5%로 했는데, 어느 정도 운동 능력이 되거나 몸이 건강하다면 15% 정도로 설정해도 괜찮을 것 같다. billstarr는 4~5주차까지는 큰 부담은 없고 6주차쯤부터 무게 부담이 나는데, 6주차까지 성실히 billstarr 프로그램을 진행했다면 1주차 때에 비해 이미 strength가 향상된 단계이기 때문에 도전할만 하다고 생각한다.

super squat는 185lb부터 비로소 제대로 super squat를 하는 것 같았다. 물론 그 이전, 그러니까 185lb보다 낮은 무게로 super squat를 할 때마다 힘들고 두렵고 고통스러웠지만, 10RM을 10번 더 든다기 보다는 15RM 무게로 5번 더 드는 느낌이었다.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 차오르는 시기는 17개를 할 때였기 때문이다.

185lb는 달랐다. 6~7개째부터는 연속으로 하지 못하고 1~2초라도 쉬어야 했고, 8개를 할 때엔 이미 숨이 가빠왔다. 예전엔 15개를 들 때 일어나던 몸과 마음의 격전이 185lb를 들 때엔 10~12개째부터 일어났다. 13회차인 11월 12일에 185lb를 성공하긴 했는데, 이제부터는 벽에 부딪히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동안 꾸준히 매주 5lb씩 증량했는데, 앞으로는 실패해서 같은 무게로 재도전하는 일이 잦을 것 같았다. 어쨌든 예전 1RM에 가까운 무게를 20번 들다니. 감동이 인다.

끝을 향해...

이전 무게와는 확연히 다른 185lb. 어찌저찌 185lb는 들었지만, 190lb는 실패하고 말았다. 5~6개 들 때부터 힘들기 시작했고, 10개째 들었을 땐 이미 기진맥진했다. 악을 쓰듯 5개를 더 들고 중단했는데, 자세가 무너져 상체 힘으로 들다보니 허리와 등이 아팠다.

Low bar squat는 확실히 무거운 무게를 들기 좋다. High bar squat에 비해 상하체 힘 전체를 오롯이 squat에 쏟는 느낌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High bar 방식은 상체가 무너지면 목쪽으로 전해지는 무게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체를 Front squat 하듯이 세워서 버텨야 하는데, 난 고관절이 유연하지 않아 이 자세 자체가 잘 안 되어 하체 힘을 제대로 못 쓴다. 반면 Low bar 방식은 상체가 숙여져도 바벨이 몸 앞/뒤 기준으로 중앙점 부근에 여전히 위치한다. 그래서 일단 어떡해서든 엉덩이가 무릎 위로 올라가기만 하면 이후엔 허리 힘으로 상체를 일으켜 바벨 위치를 조정할 수 있고, 그 정도쯤 들면 고관절을 펴기 용이하다. 보통은 엉덩이가 무릎 위로 올라가질 못하거나 무릎 높이에서 고관절을 펴지 못하고 락(lock)이 걸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 실패하기 때문에, Low bar 방식이 온 몸을 잘 활용한다.

단점은 허리에 부하가 실린다는 점이다. 몇 회 안 들면 그나마 괜찮은데, super squat처럼 고반복을 해야 할 경우 확실히 허리와 등에 부하가 많이 실린다. 185lb 무게부터 “아, 이젠 정말 성공하기 힘들겠다”라고 막연히 느낀 이유도 하체 힘이 달려서 그렇다기 보다는 허리가 버텨내지 못 할 것 같아서 그런 것 같다.

190lb를 한 번 실패하고 난 후, 190, 195, 200, 205lb는 실패하지 않고 한 번에 성공했다. 하지만 새로운 문제점도 발견했고, 익히 느꼈던 문제점도 확인했다.

200lb로 super squat하는 내 뒷모습을 영상으로 찍어보았다. 예전엔 몰랐는데 내려갔다 올라오는 자세가 이상했다. 몸이 뒤틀리는 모습이었다. 바벨도 오른쪽으로 좀 더 쏠려있었다. 그동안 전혀 몰랐던 문제여서 꽤나 당황했다. 이 문제는 지금도(2014년 5월 기준) 남아있는데, 몸 균형도 안 맞고 잘못된 자세가 몸에 배어서 좀처럼 고쳐지질 않고 있다.

또다른 문제는 상체 힘에 의존해 드는 것이다. 마지막 무게였던 205lb로 super squat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재차 확인한 문제였다.

무게에 부담을 느끼는 7~8개를 드는 시점부터 상체 힘을 쓰기 시작했고, 12개째부터 상체가 눌리기 시작했으며, 15개째부터는 상체가 너무 무너져서 깊이 앉지도 못했다. 깊게 앉으면 상체가 바벨에 짓눌려 많이 접혀서 아예 상체를 일으킬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과연 squat 운동 취지를 살린 것인지 의심스럽다. 성공해서 기쁘면서도 어거지로 성공했다는 아쉬운 마음이 일었다.

얼마 후, 그러니까 2013년 12월 18일, super squat를 마쳤다. 총 20주(19회)에 걸쳐 매주 super squat를 했고, 가장 마지막에 한 무게는 205lb였다. 내 1RM 무게였던 205lb로 super squat를 성공한 것이다. 20주 일정을 계획하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190lb부터는 압박감과 부담감에 시달려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는데, 마침 super squat는 16주 이상 해서 좋을 게 없다는 글을 읽은데다 며칠 뒤에 Back squat 1RM 목표 기록인 295lb를 들었고 같이 진행하던 Billstarr 5x5 프로그램도 막 마친 터라 super squat 여정도 마치기로 한 것이다.

후기

super squat가 근비대 향상에 좋은 운동인지는 모르고 시작했다. super squat 루틴이라 알려진 것 중 super squat만 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제대로 챙겨먹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딱히 몸이 커지진 않았다. 몸무게는 1~2kg 정도 늘었고, 체지방량도 별 변화 없었다.

힘(Strength)은 대체로 분명히 늘었다. 스쿼트는 90파운드가 늘었고, 역도 동작 등도 무게 기록이 향상됐다. 무엇보다 정신력이 많이 좋아졌다. 어지간해서는 super squat보다 무섭지 않기도 했고, 크로스핏에서 그날의운동(wod)을 마친 후 개인 운동으로 하는 것이다보니 아무래도 자기와의 싸움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스쿼트 자세가 한결 나아진 점과 문제점을 발견한 점도 얻은 효과이다. 그리고, 유연성(mobility)이라는 한계에 부딪힌 점도 소득이다. 힘만 세다고 될 일이 아니라 어느 단계에선 유연성이 받쳐줘야 하는데, 그걸 “그 단계”쯤 도착해서 깨달았다.

잃은 점도 있긴 하다. Billstarr와 super squat라는 Strength 운동을 하다보니 정작 본(main) 운동인 크로스핏을 다소 소홀히 수행했고, 그래서 짐네스틱(체조) 능력이 많이 떨어졌다. 그리고 생각보다 근지구력이 크게 향상하진 않았는데, 역시 근지구력을 올리려면 근지구력 운동을 따로 하는 게 나았을 것 같다.

super squat가 워낙 힘든 운동이라 Billstarr에 대한 소감이 적은데, Billstarr도 충분히 힘들고 효과 있는 운동이다. Billstarr 맨 마지막 주(9주차) 때 255파운드로 다섯 번을 들었는데, 지금(2014년 5월 기준) 생각하면 대체 어떻게 들었는지 신기하다. 지금은 Strength가 다소 떨어져서 세 번도 겨우 들기 때문이다.

Billstarr가 힘들어지는 건 9주 일정 중 절반을 넘는 시점이다. 6~7주차쯤엔 Billstarr를 시작할 당시의 1RM 무게에 가까운 무게를 다섯 번 들기 때문이다. 나는 6주차에 실패해서 6주 프로그램을 한 번 더 수행했다. 만만하지 않다. 그래도 super squat가 너무 힘들어서 Billstarr만 수행하는 월요일과 금요일은 마음이 한결 편안하긴 했다(super squat는 매주 수요일에 수행해서 super squat와 billstarr 두 가지를 함께 했다).

마지막으로 super squat와 Billstarr에 대한 소감을 짧막하게 나열해본다.

  • 효과는 확실하다. 분명히 힘이 늘든 몸이 커지든 할 것이다.
  • super squat는 정말 힘든 운동이다. 정.말. 힘들다.
  • super squat는 일주일에 한 번이면 족하다. 횟수에 욕심낼 필요 없는 운동이고, 제대로 하기만 한다면 욕심낼 수 없는 운동이다.
  • super squat 목표를 자기 몸무게의 1.5배 무게에 맞추라고 하는데, 가능한 목표이긴 하다. 난 1.4배까지 도달했고, 1.5배 무게까지는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
  • back squat 1RM 기록을 올리는 데엔 super squat보다는 Billstarr가 더 기여한 것 같다.
  • Billstarr와 super squat의 효과를 제대로 보고 싶다면, 운동 취지에 맞게 정석대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잘 먹고 잘 자는 것 같다. 나는 먹는 것과 자는 걸 부실히 했다.
  • 목표로 한 무게까지 완주하는 게 목적이라면 Low bar 방식으로 squat를 하고, 다소 지지부진하더라도 신체 발달을 이루고 싶다면 High bar 방식으로 하는 걸 추천한다.
  • 솔직히 super squat는... 겁나서 또 수행할 지는 모르겠다.

super squat를 처음 시작하려는 사람을 위한 조언

혹시 이 글을 읽고 super squat를 처음 시작해보려는 사람을 위해 조언을 주고자 한다.

  • 시작 무게 :
    • 1RM을 아는 경우 : 1RM의 50% 무게
    • 1RM을 모르는 경우 : 자기 몸무게의 50~80% 무게
    • 핵심은 무리하지 말고 감당할 수 있는 무게로 시작하는 것이다.
  • 증가 무게 :
    • 1RM을 아는 경우 : ( ( 1RM * 0.8 ) - 시작무게 ) / 10
    • 1RM을 모르는 경우 : 5파운드
    • 5파운드씩 증가하더라도 10회면 무려 50파운드가 증가한다. 초반엔 5파운드 증가가 가볍지만 누적되면 결코 만만하지 않으니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는 무게로 올린다.
  • 목표 무게 : 1RM의 80% 또는 몸무게의 1.5배 무게
    • super squat를 하는 중에 1RM이 증가할 수 있는데, super squat를 시작할 당시 1RM 무게를 기준으로 한다.
  • 운동 간격 : 일주일에 1회만 한다.
  • 주의점:
    • 무게가 가벼운 단계에서는 정자세를 유지하는 데 집중한다.
    • 20번을 들 수 있는 최대 무게가 아니다. 10번 들 수 있는 최대 무게로 20번을 드는 것이다.
    • High bar 방식을 추천한다. Low bar 방식은 허리에 실리는 부하가 너무 크다.
    • 너무 빠르게 수행할 필요는 없다. 힘들면 바벨을 짊어진 채 호흡을 가다듬어서 복압이 무너지지 않게 한다. 하지만 너무 쉬면서 천천히 하면 허리나 등에 무게가 실려 아플 것이다.
    • 성공했을 경우 주변에 자랑하거나 주변에서 칭찬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 좋다.

참고 자료


효과적 훈련의 원리

며칠 전에 참석한 근거기반훈련(evidence based training) 워크샵에서 배운 내용 중 효과적 훈련의 원리라는 내용이 기억에 남아 기록해본다.

  • 질문하기 (deep questions)
  • 간격학습 및 섞어학습
  • 예제 보여주기/문제 풀기
  • 퀴즈/시험 보기
  • 다양한 문제
  • 상호의존/상호독립
  • 적절한 난이도
  • 시청각 교육
  • 실수 훈련
  • 형성 평가(교사, 학생 모두)

강사는 아이추판다님과 김창준님이었다.

질문하기

말 그대로 질문을 하면 더 효과가 있다는 것. 물론 깊게 질문해야 효과가 좋다. why, why not, how, what-if 등을 들 수 있다.

간격학습과 섞어학습

간격학습은 몰아서 하지 말고 간격을 두는 학습이다. 학습하고 잊을 때쯤 다시 학습(혹은 복습)하는 것이다.

장기 기억엔 간격을 두어 학습/복습하는 게 좋고, 단기 기억엔 몰아서 해치우는 게 좋다.

참고 자료 :

섞어학습은 국어만 공부하지 않고 국어, 영어, 수학 등을 섞어서 공부하는 것인데, 장기기억에 좋다고 한다. 공부할거리를 몰아서 학습한 그룹(blockers)과 섞어서 학습한 그룹(mixers)으로 학생을 나눠서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공부하는 중(practice sessions)에는 blockers 그룹이 29% 더 나은 성적을 거뒀지만, 일주일 뒤에 시험을 치르자 mixers 그룹이 무려 43%나 더 나은 성적을 거뒀다고 한다. (다음 참고 자료에서 Interleaved Practice 참조)

참고 자료 :

이 둘을 종합하면, 벼락치기 시험은 각 과목 단위로 연속된 시간으로 몰아쳐서 공부하면 효과를 거둘 수 있고(단기기억), 온전히 내 지식으로 쌓으려면(장기기억) 여러 과목을 섞어서 간격을 두며 공부하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예제 보여주기/문제 풀기

말그대로 예제를 보여주고 예문을 푸는 것. 피교육자가 초보자나 저수준인 경우 질문에 초점을 맞춘 Inquiry 교육을 하거나 직접적으로 암기시키는 방식이 효과있고, 고수준자인 경우 탐구(exploration) 학습이 효과있다고 한다. 탐구 학습은 Inquiry based learning과 같은 종류로 보면 된다고 한다. (김창준님 댓글 참조)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지 부하를 줄여주어 제한된 인지 에너지를 아껴쓰는 방법이 있다. 채워 넣기 문제(completion problem)이라고 한다고 한다. 가령, 공인회계사 시험을 볼 때 계산기 사용을 허용하는 건 회계 지식을 평가하는 것이 핵심이고 덧셈 뺄셈은 부차 요소이기 때문이다.

참고 자료 :

퀴즈/시험 보기

책 한 번 더 들여다보는 것보다 시험을 치르는 것이 더 효과있다고 한다. 시험을 치르는 과정 자체가 유추 과정이자 훈련이며, 지식을 더 체계적으로 이해하게 돕고, 새로운 맥락에 잘 응용하게 하며, 여러 과목을 배울 때 서로 간섭되는 걸 막아준다고 한다.

또 다른 중요한 장점 중 하나는 바로 피드백(feedback)이다.

단, 객관식은 별 효과가 없고 주관식이나 서술형이 효과가 있다고 한다.

참고 자료 :

다양한 문제

단순한 형태인 문제만 푸는 것보다 문제를 다양하게 변화를 주면 학습/훈련에 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문제의 다양성을 뜻하는 것 같다. 이전 워크샵에서 예시가 있었나보다.

멀리 던지기 연습을 할 때 A그룹은 1m에서 던지게 하고, 이후 3m에서도 던지게 한다. B그룹은 1m만 던지게 한다. 그리고 나서 2m 시험을 보면 A그룹이 더 잘던짐 -- (2014.04.17) 근거기반 훈련 워크숍 출처 뱅미랭

상호의존/상호독립적

피교육자(학습자)가 서로 협력하기도 하고 독립되기도 하고. 이 워크샵도 이런 구조였는데, 한 자리당 5~6명씩 그룹을 지어(상호의존) 토론을 했고, 각 그룹이 토론 내용을 공유(상호독립)하며 피드백을 받았다.

적절한 난이도

피교육자 수준에 맞는 난이도여야 효과가 좋다는 건 익히 알려졌는데, 이 난이도라는 게 문제 자체 난이도 뿐만 아니라 학습(풀이) 과정 난이도도 해당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책을 거꾸로 들고 읽는 것만으로도 좀 더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한다. 물론 그 책을 읽을 수 있는 수준 자체가 안 되면 소용없다.

결국 적절한 난이도는 포기하지 않을 정도이거나 집중을 해야 하는 다소 어려운 난이도인 것 같다. 이런 난이도는 피교육자의 집중력을 높이는데, 당연하게도 피교육자의 만족도는 낮아질 수 있다.

시청각 교육

시청각 교육은 효과가 있는데, 시각과 청각에 같은 내용을 주면 효과가 없다고 한다. 예를 들어, 프리젠테이션 때 슬라이드에 써있는 내용과 발표자가 말하는 내용이 동일하면 효과가 떨어진다는 얘기. 여기서 똑같은 내용이라면 슬라이드에 써있는 문장을 발표자가 그대로 읽는 걸 말하는 것 같다.

실수 훈련

교육/학습 중 실수를 많이 할수록 학습 효과가 높아진다는 얘기. 훈련 중 실수할 시간이나 기회를 의도해서 제공할 필요가 있다.

형성 평가

훈련 진행 중에 피드백을 받고 반영하는 것이다. 교육자와 피교육자 모두가 서로에게 하는 것이다.

참고로 교육 평가는 다음 세 가지가 있다.

  • 진단 평가 : 훈련/교육 에 학습자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평가
  • 형성 평가 : 훈련/교육 에 피드백을 주고 반영하여 유동성 있는 학습 진행
  • 총괄 평가 : 훈련/교육 에 목표 달성 등을 파악하기 위한 평가

예를 들어, 쪽지 시험은 형성 평가에 해당하고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는 총괄 평가에 속한다.

동기(motivation)

Sitzmann의 메타 분석에 따르면 훈련 효과에 대해서 동기(motivation)는 별 영향/연관이 없다고 해서 놀랐다. 물론 단기 동기와 장기 동기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어쨌든 별 연관은 없다고 한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