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고전 경기에 대한 잡음 몇 개

어제 경기에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재밌게 봤다. 다른 사람들도 재밌게 본 것 같다. 그런데 어제 경기에 대해 몇 가지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 그 비판에 내심 속이 불편하더라.

1. 이천수 요즘 잘한다?
음. 이천수는 원래 늘 잘했다. 이천수와 박지성처럼 기복 없이 꾸준히 잘한 선수는 거의 없다. 이천수 관련 기사로 이천수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이 워낙 많고, 스페인 진출 후 국내 복귀로 평가절하 받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냉정한 눈으로 봐왔다면 국가대표축구단은 물론이고 소속 축구단인 울산 현대에서도 경기 운영의 주요 선수였다. 내가 이천수를 좋아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천수를 평가절하 할 때마다 참 마음이 아팠는데, 어제 멋진 모습 보여줘서 기쁘다. :)
어제 경기 초반, 박지성은 부상 후유증 있는 것처럼 좀 조용했다. 그때 공격 활로를 뚫던 선수가 바로 이천수다. 이후 박지성이 슬슬 활발해지면서 공격 실마리가 더 살아났다.

2. 경기 막판 공 돌리기?
경기 막판에 있었던 공 돌리기는 좋은 전술이었다. 자유차기(프리킥) 실패하다가 빠른 공격을 잘하는 토고에게 역습 당하면 상당히 위험하다. 그리고, 어제 독일 날씨는 더웠으며 지붕을 덮어 더운 공기 방출도 좋지 않았다. 선수들의 체력 관리와 경기 막판 과열될 수 있는 경기에서 입을 수 있는 부상 방지 차원에서 봤을 때 막판 공 돌리기는 좋은 선택이었다.
더욱이 어제 공 돌릴 때 선수 대부분이 수비를 한 것이 아니었다. 위치는 유지하되, 중앙과 수비쪽에서 공을 돌렸기 때문에 토고 선수들이 앞으로 나왔다 싶으면 과감히 역습도 가능했다. 경기 막판에 아주 적절한 전술이었다.

3. 박지성은 다 잘하는데 너무 잘 넘어진다?
박지성은 온 힘을 다해 달린다. 그래서 개인기가 부족해보이고 수비수와 몸싸움만 하면 제끼지 못하고 넘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현상은 당연하다. 자세한 얘기는 박지성 개인기 얘기에 써놨다.

4. 이천수의 자유차기 득점 공은 막기 어려웠다?
이건 비판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과도한 칭찬이다. 이천수의 자유차기는 빠르고 정확했지만 막지 못할 정도로 예리한 건 아니었다. 그런데 막지 못한 건 박지성의 움직임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천수가 공을 차는 순간 벽을 쌓고 있던 박지성이 휙 돌아 들어가려 했고, 박지성을 의식한 골키퍼는 왼쪽으로 움직이다 벽 위를 넘어 날아오는 공을 뒤늦게 보고 방향을 틀지 못하여 주춤하며 실점했다. 박지성과 이천수의 합작품이다. 만일, 박지성의 이런 움직임이 없었다면 이천수의 공은 무난히 막혔을 거라 생각한다.


읽기와 이해, 논리와 연관성

읽기와 이해

글을 읽을 줄 아는 것과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다르다.

글자를 읽을 수 있다면 글을 읽을 수 있고,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글자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글을 읽을 수 있다고 꼭 글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글을 읽고 나서 이해보다는 오해를 많이 한다. 글을 읽긴 읽었는데 이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증거이다.

논리와 연관성

논리에 맞게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 건 어렵지 않다. 자신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혹은 무슨 글을 쓰고 있는지 알고 있으면 쉽게 논리를 갖출 수 있다.

연관성은 자신의 생각을 연관 지으려는 대상(target)에 맞게 구성하는 능력이나 방법이다.

글이나 말에 논리를 갖추었다고 해서 상대방의 말이나 글과 연관성 있다고 장담할 순 없다. 상대방의 말이나 글을 읽기만 하고 이해하지 못했을 경우, 그 사람의 말이나 글에 논리를 갖춘 동의나 이의를 할 순 있어도 관련 없는 말을 하거나 글을 쓸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면,

철수 : Who are you?
영희 : I am 18 years old.

같은 경우이다. 철수는 영희에게 누구냐고 물어보는데 영희는 자신의 나이를 말하고 있다. 영희의 영어 맞춤법은 맞지만, 철수의 질문에는 꼭 맞다고 할 순 없다. 나이도 '나'를 나타내는 것 중 하나라는 논리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상황과 연관 있는 논리는 아니다.

결론

그럴듯한 논리를 가진 말이나 글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자신의 말이나 글이 그럴듯하다고 해서 언제나 다른 이의 말이나 글에 연관성이 높은 건 아니다.

읽었다고 해서 이해한 것은 아니며, 논리정연하다고 해서 연관성 있는 것은 아니다. 읽은 것과 이해하는 것은 별개이며, 논리와 연관성 역시 별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