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고전 경기에 대한 잡음 몇 개
14 Jun 2006어제 경기에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재밌게 봤다. 다른 사람들도 재밌게 본 것 같다. 그런데 어제 경기에 대해 몇 가지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 그 비판에 내심 속이 불편하더라.
1. 이천수 요즘 잘한다?
음. 이천수는 원래 늘 잘했다. 이천수와 박지성처럼 기복 없이 꾸준히 잘한 선수는 거의 없다. 이천수 관련 기사로 이천수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이 워낙 많고, 스페인 진출 후 국내 복귀로 평가절하 받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냉정한 눈으로 봐왔다면 국가대표축구단은 물론이고 소속 축구단인 울산 현대에서도 경기 운영의 주요 선수였다. 내가 이천수를 좋아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천수를 평가절하 할 때마다 참 마음이 아팠는데, 어제 멋진 모습 보여줘서 기쁘다. :)
어제 경기 초반, 박지성은 부상 후유증 있는 것처럼 좀 조용했다. 그때 공격 활로를 뚫던 선수가 바로 이천수다. 이후 박지성이 슬슬 활발해지면서 공격 실마리가 더 살아났다.
2. 경기 막판 공 돌리기?
경기 막판에 있었던 공 돌리기는 좋은 전술이었다. 자유차기(프리킥) 실패하다가 빠른 공격을 잘하는 토고에게 역습 당하면 상당히 위험하다. 그리고, 어제 독일 날씨는 더웠으며 지붕을 덮어 더운 공기 방출도 좋지 않았다. 선수들의 체력 관리와 경기 막판 과열될 수 있는 경기에서 입을 수 있는 부상 방지 차원에서 봤을 때 막판 공 돌리기는 좋은 선택이었다.
더욱이 어제 공 돌릴 때 선수 대부분이 수비를 한 것이 아니었다. 위치는 유지하되, 중앙과 수비쪽에서 공을 돌렸기 때문에 토고 선수들이 앞으로 나왔다 싶으면 과감히 역습도 가능했다. 경기 막판에 아주 적절한 전술이었다.
3. 박지성은 다 잘하는데 너무 잘 넘어진다?
박지성은 온 힘을 다해 달린다. 그래서 개인기가 부족해보이고 수비수와 몸싸움만 하면 제끼지 못하고 넘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현상은 당연하다. 자세한 얘기는 박지성 개인기 얘기에 써놨다.
4. 이천수의 자유차기 득점 공은 막기 어려웠다?
이건 비판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과도한 칭찬이다. 이천수의 자유차기는 빠르고 정확했지만 막지 못할 정도로 예리한 건 아니었다. 그런데 막지 못한 건 박지성의 움직임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천수가 공을 차는 순간 벽을 쌓고 있던 박지성이 휙 돌아 들어가려 했고, 박지성을 의식한 골키퍼는 왼쪽으로 움직이다 벽 위를 넘어 날아오는 공을 뒤늦게 보고 방향을 틀지 못하여 주춤하며 실점했다. 박지성과 이천수의 합작품이다. 만일, 박지성의 이런 움직임이 없었다면 이천수의 공은 무난히 막혔을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