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에 해로운 이야기
02 Apr 2006하는 짓거리나 말투에서 느껴지는 내 모습과는 달리 의외로 소설이나 영화는 사랑 이야기 쪽을 좋아한다. 물론, 매트릭스나 콘스탄틴처럼 살짝 종교 느낌이 나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화끈한 액션(Action)으로 풀어낸 것도 좋아하지만, 일부러 찾아보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체로 사랑 이야기 쪽을 본다.
심장을 살살 건드리는 맛이랄까?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사랑 이야기도 그렇고, 가슴과 간을 베어 훔쳐가는 듯이 아픈 사랑 이야기도 그렇다. 이런 이야기들은 심장을 건드리는 맛이 있다.
영화로는 Love actually, 클래식, 내 머릿속 지우개가 그렇다. 물론, 이외에도 내 심장 건강에 좋건 나쁘건 영향을 미친 사랑 이야기 영화들은 참 많지만, 누군가 토요일 밤에 볼 사랑 영화를 권해달라면 불쑥 말할 수 있는 영화들은 저 3개이다.
책이라면 역시 신경숙 작가가 내 밤잠을 자주 괴롭혔다. 느리지만 서서히 식도를 타고 내 몸 안으로 들어가 위에서부터 심장, 간, 폐까지 골고루 보랏빛으로 물들이는 신경숙 작가의 이야기 전개 방식을 참 좋아한다. 가끔은 내가 너무 작가 의도대로 감정이 휩쓸리는 것 같아서 오기를 부리며 버텨보려 하지만, 다음 단락을 넘기기도 전에 무릎을 꿇고 항복을 외친다. 그래도 날아오는 집요한 공격, 공격, 공격!
박범신 작가의 외등은 읽는 내내 안절부절 못하게 만드는 악랄한(?) 맛이 있다. 똥 마려운 강아지 마냥 안절부절 못하며 읽는 동안 내 심장은 어느새 작은 찌꺼기조차 남지 않고 삭삭 긁혀서 몸 밖으로 나간 듯, 속이 허해진다. 이 강렬한 경험 탓에 아직도 KBS TV 문학관에서 만든 영화(?) 외등을 보지 못하고 있다. 혹시나 저 영상물이 그 강렬한 맛을 없애버릴까 봐.
정서 차이인지 사람 심장에 해롭기로 날고 기는 걸로 알려진 일본 책들은 내 심장 건강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드라마인 사랑 따윈 필요 없어, 여름이나 요시모토 바나나 작가의 요밀하게 달콤하고 절절한 이야기들은 꽤 재미나게 접했지만, 대부분 감정이 이미 동한 사람처럼 대하게 된다.
이런 이야기들은 감성을 풍부하게 해준다. 평소 심드렁한 표정을 지어 간혹 주변 사람을 머쓱하게 하는데 감성이 계속 풍부해지면 늘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흔치 않게 공개하는 내 얼굴이 나온 사진
가끔 나도 의식하지 않았을 때 저런 표정이 나오는 걸 보면 좀 더 심장에 해로운 이야기들을 찾아 헤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