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에 인색하지 말자.

점심 시간이다.
자신이 먹을 음식 조차 고르지 못하고 겨울의 찬바람에 어깨를 움츠린 남자 몇이 여기에 있다.

"한날씨, 점심 뭐 먹을까요"

먼저 음식을 제안하는 일이 거의 없는 이가 내게 의견을 묻는다. 그 사람의 얼굴을 보니 왠지 칼국수가 생각났다. 늘 자신의 주관 없이 다른 이에 의지하는 모습이 칼국수를 연상시켰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때맞춰 칼국수가 생각났다고 치자.

"칼국수 먹을까요?"

"어딘데요?"

"저 위쪽에 찜닭집"

"아.. 거기 맛있어요?"

물론 그곳은 맛있다. 아무거나 잘 먹긴 하지만, 맛에 대해서는 까다로운 내 기준에서 맛있었다. 나는 대답한다.

"음.. 괜찮아요. 먹을만 해요"

거짓말이다. 나는 저 식당에서 칼국수를 맛있게 먹었다. 다음에 칼국수 먹고 싶으면 또 오겠다고 다짐까지 했다. 그러나 내 입은 지난 날의 생각과는 달리 인색한 표현을 하였다.

내가 스스로 "맛있다"고 표현한 음식점을 세는데 한 손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표현과는 달리 맛있다고 느낀 음식점은 아주 많다. 언행불일치.

심술은 아니다. 직원이 불친절하면 심술을 부리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인색한 표현과 평가를 한 적은 거의 없다.
아마도. 그래, 아마도 누군가 내게 그곳 맛있느냐고 질문하면 불필요한 자존심 보호 심리에 늘 애매한 평가를 내렸다고 생각한다. 나는 맛있게 먹었는데 상대방은 맛없게 먹으면 왠지 자존심이 상한다. 맛있다는 말에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별로라고 평하는 상대방을 바라보면 마치 나를 향해 이게 맛있냐고 반문하며 내 미각 수준을 평가 절하하는 기분이 든다.

내가 좀 더 성숙하다면 설령 상대방이 나를 향해 그렇게 생각하거나 말을 하더라도 개념치 않았을 것이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다는 사실만 상기해도 다른 이의 생각은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미안하다거나 고맙다는 표현은 작년부터 신경써서 그다지 인색하지 않다. 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이 되자는 목표를 이루기 위함이다. 그게 내 시야를 좁힌게 아닐까? 표현에 인색하지 않아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인색한 사과와 고마운 표현에만 너무 신경을 썼던게 아닐까.

리마리오 왈. "느낌에....충실해애애애~~". 내게 필요한 말인지도 모른다.
좋다. 멋지다. 예쁘다. 아름답다. 사랑한다. 맛있다. 훌륭하다. 잘했다.
바보같게도 어려울 거 하나 없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던 표현을 적극적으로 해야겠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지금같은 기분에 듣기 적당한 음악

바로 Fatboy slim의 음악들.

한때 비보잉에 심취하여 나름대로 연마(-_-..)도 하고 비보잉에 좋은 음악을 찾아다녔다. 그러다 알게 된 Fatboy slim. 노먼 쿡 아저씨의 음악을 듣자면 기분이 명랑해진다.

우리 나라에는 물랑루즈와 개편 전의 "느낌표"의 시그널 음악으로 사용된 Because we can과 정우성이 이종 격투가와 싸울 때 나오는 남성스러운 느낌의 Apache, LG 싸이온 광고에 사용된 Renegade Master가 사람들 귀에 꽤 익숙한 곡이다. 아, 물론 전지현을 일약 스타로 올린 삼성 프린터의 테크노 음악 Get up! go inside도 이 아저씨 작품이다. 뭐, 나는 유로 2004 공식 O.S.T 수록곡이기도 한 Right here, right now를 유달리 좋아한다만.

벅스뮤직에서 Fatboy slim으로 검색해보면 여러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이 음악을 들어보면 지금 내 기분이 매우 명랑하고 즐거울 것이라 생각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기운이 추욱 처지고 빠지는 상태라 이 기분을 올려줄 목적으로 Fatboy slim의 음악이 필요하다.

어떤 점에서는 르네상스의 "세라자드 이야기" 노래나 양방언의 Piano sketch 앨범이 적당할지도 모르겠다. DreamTheater의 Stream Of Consciousness 곡도 적당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 음악들을 듣기엔 햇볕이 좋은 괜찮은 날이다.

내 기분이 이렇게 된 건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라 내 부주의로 인한 실수 때문이다.
작성하던 글이 있고 이 글에 첨부할 사진이 몇 장 있다. 이 글은 여느 내 글과는 달리 사진이 주인공이다. 회사에서 찍은 사진인데 집의 동생 컴퓨터에 옮겼다고 생각하였는데 막상 찾아보니 없었다. 어제 회사의 내 업부 컴퓨터를 아무리 뒤져도 나오지 않았기에 나는 아주 당황스러운 상황이다. 글은 어제 다 써놨는데 사진이 없어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자책하는데 좋은 음악을 들어야 하겠지만, 나 자신에게 실망한 마음을 일단 명랑한 음악으로 위로해야겠다.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