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모델을 고민하다

자신의 열정과 능력이 최대치로 발휘될 수 있어야 한다. 한시도 머리를 떠나지 않아 밤에 잠을 잘 수조차 없어야 한다. 자신과 팀이 모든 것을 한 점에 모아 송곳같이 파고들어 들어야 한다. 그런 사업모델 혹은 사업아이템이라면 살아남을 길이 저 멀리 조금 보인다. 그 구멍을 마침내 뚫고 나오면 생존한 것이다. 잠깐, 성공이 아니라 생존이다.

가끔 길을 잘못 들어 도저히 뚫을 수 없는 벽에 부딪히기도 한다. 그럼 주저하지 말고 빠져나와 새 길을 찾아내야 한다(pivot). 조금만 늦어도 빠져나갈 구멍이 막혀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길이 맞는지 틀린지를 확인하는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방법은 아이디어를 빨리 실행하는 것이다.

1. 그때 이야기

뭐 먹지?

창업을 결심하긴 했지만 사업 아이템을 정하진 못 했다. 할 게 없어서 그랬다기보다는 하고 싶은 "거친(rough) 아이디어"가 너무 많았다. 전혀 다듬어지지 않은 장밋빛 생각들만 이리저리 들추다 하나 집었는데 내가 좋아하거나 열정을 품던, 혹은 잘 알거나 잘하던 분야는 아니었다. 단지 관심을 두던 분야였다.

바로 먹기(eating)였다. 난 식탐도 없고 평소에도 딱히 식욕이 잘 일지 않는다. 내게 먹는 행위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이번 끼니엔 "뭘 먹지?"라는 생각을 하는 데 시간을 쓰는 걸 무척이나 싫어한다. 도시락이나 식판을 좋아하는 이유도 이런 식기구는 먹을 음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일 때 내 앞에 놓이기 때문일 정도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먹는 걸 좋아하고 먹는 행위에 여러 의미를 두기도 하며 종종 먹는 행위를 목적으로 삼기도 하는 걸 보며 신기하고 흥미롭게 여겨왔다[1]. 그런데다 당시에 즐겨있던 책 분야가 사회과학(주로 문화인류학)여서 관심도도 높았다. 많은 사람이 뭘 먹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이유나 내용이 나와 사뭇 다르다는 점, 그러면서도 어쨌든 뭘 먹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행위 자체는 똑같다는 점에서 내 마음이 움직였다.

이제 뭘 먹을지에 대한 고민이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고통(needs)인지 알아야 했다. 내 생각이 얼마나 말이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러 길을 나섰다.

알리고 다니기

2009년 11월 10일에 나는 블로그와 트위터, 미투데이에 창업한다고 알렸다. 보잘것없는 내게 고맙게도 100여 분이 축하, 응원, 격려를 해주었다.

창업한다는 글을 쓰고 그 글이 퍼지도록 애쓴 이유가 있었다. 내가 알리지 않으면 아무도 내가 창업했다는 사실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아주 당연한 말이라 생각하겠지만, 수줍음을 많이 타는 내 성격 때문에 먼저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 창업했다는 사실을 알리려 노력하려는 마음보다는 누군가 먼저 알아봐 주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는 걸 알고 있었다. 스스로 내성형 성격이라는 굴레를 깨고 나올 필요가 있었다.

창업소식을 알리는 목적을 세웠으니 목표도 정했다. 개인 명함을 200장 찍어서 100일 안에 200장을 모두 쓰기로 했다. 티저(teaser) 광고매체물처럼 명함을 만들었다. 디자인은 디바인 인터랙티브서나연 팀장님이 도와주셨다. 예쁜 디자인과는 달리 투자를 해주어 고맙다는 인사말을 뻔뻔스럽게 내세운 명함이었는데, 대체로 재밌어했고 기억해주는 사람도 생각보다 많았다.

티저 명함

100일 안에 명함 200장 다 쓰려면 하루에 두세 번은 누군가를 만나야 했는데, 98일째에 목표를 달성했다. 내 성격을 극복하며 달성한 목표였기에 성취감도 컸고, 무엇보다도 현실감을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막연한 사업 모델을 허술한 이야기(story)로 들려주었는데(storytelling) 훌륭한 피드백을 많이 받았던 것이다.

재밌겠어요

"'뭐 먹지?'라는 고민에 도움을 주는 서비스를 만들 거에요"

"와~ 저한테 꼭 필요한 서비스네요. 어떻게 도움을 줘요?"

"이용자가 버튼을 누르면 뭘 먹을지 추천해줘요"

"어떤 기준으로 추천해요?"

"이용자가 저희 서비스에 쌓은 데이터를 분석해요. 물론, 초기엔 쌓은 데이터가 없으니 그때그때 시각이나 날씨 같은 환경 정보를 토대로 제안하고요"

"그럼 어떻게 이용자 데이터를 모아요?"

"명확한 형태는 아직 고민 중인데, 방향은 재미(fun)에요. 게임을 즐기듯 이용자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죠. 포스퀘어(foursquare)처럼 목표를 제시하고 목표를 달성하면 보상을 하는 것이 한 예죠. 오래 해왔던 일이 게임 쪽이니 이쪽 경험을 녹여내어 다른 서비스와 차별화하려고요"

이쯤에서 내 이야기를 듣던 상대방은 방향을 잃은 표정을 지었다. 뭘 하겠다는 것인지는 알겠는데 그걸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는 막연하게 이해될 뿐 그다지 와닿지 않은 눈치였다. 지금은 게이미피케이션(gaminication)이라는 용어와 개념이 업계에선 어느 정도 통용되고 있지만, 2009년 말 한국에선 생소한 개념이었다. 그나마 포스퀘어가 있었지만, 이 서비스마저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 당시는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되기 전이었다.

어쨌든 사람들은 "재밌겠어요"라고 평가해주었다. 지금이라면 내 생각(idea)을 심각하고 진지하게 다시 고민하라는 신호로 감지하지만, 그때엔 재밌겠다는 표현에 혹하여 신나서 수다스럽게 떠들었다.

이야기를 들은 상대방이 정말 재미있고 관심이 생긴데다 마음이 끌린다면 어떡해서든 그 생각(idea)에 발을 걸치려 한다. 자신에게 들려주는 그 이야기를 남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도 속한 우리의 이야기로 만들고 싶어 한다. 그렇지 않고 그저 남의 이야기 전해 듣듯이 반응한다면 별 관심이 안 생긴다는 뜻이므로 그것이 칭찬이든 비판이든 개의치 않는 게 낫다. 다른 사람을 무시하라는 게 아니라 일희일비하면 본인의 감성 에너지만 소모되니 휩쓸리지 말라는 뜻이다.

내가 만난 수백 명 중 대부분은 재밌겠다거나 잘될 것 같다고 했지만, 그 재밌고 잘될 것 같다던 내 사업 아이템에 동참했거나 동참하려한 사람은 단 세 명이었다. 그 세 명 중 한 명은 지금 플라스콘에서 기술이사(C.T.O)를 맡고 있다. 난 그래도 내가 조금은 유명하고 신뢰받는 사람이라 창업을 알리고 내 끝내주는 사업 아이템을 이야기해주면 동참하거나 얼마라도 투자하겠다는 사람이 몇 명은 있을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상처받거나 좌절하진 않았지만 내 그릇 크기가 내 생각보다 훨씬 작다는 현실을 깨닫고 위기를 느꼈다. 내 정신은 여전히 연안해에 있던 것이다.

가르치지 말고 동화시켜라

위기를 느끼고서부터 사업 계획이나 생각에 대한 설명이나 발표를 점점 더 멍청하게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사람들이 잘 몰라서 내 위대한 생각을 이해 못 한다고 착각했다. 그래서, 내가 왜 그런 생각에 이르렀는지 과정을 가르쳐주려 했다. 아마 잘 정리해서 블로그에 써 올렸다면 "잘 읽었습니다", "담아갈게요", "퍼가요~"같은 칭찬 댓글 정도는 달렸을 것이다. 실제로 내 이야기를 들은 사람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사람들이 뭔가 새로운 정보를 얻어 유익해하거나 재밌어하기만 할 뿐 그 다음 진도가 나가질 않아서 답답했다. 내 발표(presentation) 기술이 부족해서 그런가 싶어 스티브 잡스 흉내를 내보기도 했다. 멍청한 경험치 +10.

문제가 뭔지 날카롭게 집어준 사람은 현 아블라 컴퍼니노정석 대표였다. 그는 언제나 친절하게 덕담 한마디로 입을 열고는 곧바로 날카로운 질문과 조언을 했다. 그때 그는 "한날님 사업과는 별로 상관없어 보이는 남의 이야기를 가르치려 애쓰지 말고 한날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라고 했다. 잠시 멍하니 있다 곧 이해하고는 얼굴이 빨개졌다.

프라이머권도균 대표도 쾌검처럼 파고드는 질문과 조언을 해주었다. 그는 친절하며 상대방을 늘 배려하지만 해야 할 말은 명확하게 하는 분이다. 그는 "뭘로 어떻게 돈을 벌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했다. 부끄러웠다.

내 이야기(story)를 하지 않으면 남의 이야기 혹은 그냥 좋은 이야기(a good story)를 아무리 해도 대부분 사람은 내 이야기(the story)를 이해할 수 없다. 내 이야기가 아니면 아무리 잘 전달해봐야 가르치는 행위일 뿐이며, 서로 지루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사업 아이템 방황

사업 아이템을 잡지 못한 채 내게 한정된 시간과 돈, 명함은 줄어갔다.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건네오는 "재밌어 보여요"라는 반응은 나를 더 압박하고 힘들게 했다. 무관심을 표현하는 말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혹평이나 비판이라도 받으면 성과를 거둔 날이라고 여겼다. 그때 경험 이후로는 가끔 심심하면 최신 스마트폰으로 바꿔준다며 전화를 걸어오는 텔레마케터가 5분이고 10분이고 설명하는 동안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던 내 행동을 반성하고선 다시는 그러지 않는다. (하지만 보이스피싱엔 늘 확고하게 대처한다)

나는 현실성 있고 실행 가능할 만큼 명확한 사업 아이템을 끝내 잡지 못했다. 모바일 게임 개발과 서비스라는 현 사업 아이템으로 자리를 잡을 때까지 사업아이템 다섯 개를 폐기했다. 실은, 차마 공동창업자에게 말하지 못 한 채 내 머릿 속에서 시작됐다 폐기된 사업아이템은 훨씬 많다.

그래도 내겐 여전히 운이 따랐다. 자신을 투자한 사람이 있었다. 현 플라스콘의 기술이사(C.T.O)인 그는 당시 사업아이템이 아닌 나라는 사람에 자신을 기꺼이 투자하기로 했다. 2009년 12월 말, 우리의 팀이 마침내 탄생했다.

2. 돌이켜보기

자신의 무기를 굳이 버린 과오

줄곧 게임을 개발해오다 2007년에 인터넷 업계로 전직했을 때, 성과든 결과물이든 내겠다고 다짐했다. 그 다짐은 함정이었다. 내게 가장 익숙하며 다른 일에 비해 더 잘하는 일인 게임 개발을 굳이 외면하며 다른 영역에서 길을 찾아 나섰기 때문이다. 스스로 가장 익숙하고 잘 다루는 무기를 버리고 제대로 들어 올리지도 못하는 무기를 잡으려 낑낑댔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잘하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이 같다면 정말 좋겠지만, 같지 않다면 잘하는 것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하기 싫은 일인데 잘하는 일이라고 억지로 해서도 안 된다. 잘하는 일로 하고 싶은 일을 해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내 경우엔 잘하는 일(게임화 혹은 게임요소 접목(gamification))을 활용하여 하고 싶은 일(데이터분석을 기반으로 하는 추천 서비스)을 하려 했지만, 잘하는 일을 활용할 방법에 대한 고민보다는 하고 싶은 일 자체에 지나치게 쏠려있었다. 그래서 내가 하고자 하는 일(사업아이템)을 어떻게 하겠다는지 다른 사람 머릿속에 제대로 그림 그려줄 수 없었다.

진통제 빚는 장인

비타민은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영양소이다. 하지만 우리는 대개 비타민을 신경 써서 챙겨 먹지 않는다. 챙겨 먹는 양보다 보관기한을 넘겨서 버리는 양이 더 많은 사람이 대다수일 것이다. 그에 반해, 생명에 위급한 상황을 일으키진 않는 치통이나 두통, 근육통 등을 우린 견디지 못하고 진통제를 찾는다.

당연한 얘기지만, 아무런 쓸모가 없는, 즉 누구도 필요로 하지 않는 사업아이템을 만들려고 고민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사업아이템에 대한 고객의 필요성을 과대평가하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사업 아이디어이나 모델에 지나치게 집착하곤 한다. 자신의 사업아이템에 대한 사용자의 필요성이 진통제인지 비타민인지 냉정히 평가해야 한다.

이러한 평가는 그 분야에(domain) 대한 깊은 고민과 경험을 토대로 이끌어낼 수 있다. 자신이 잘하며 경험을 쌓아온 분야에서 사업 아이템 방향을 찾아야 하는 이유도 본인이든 다른 사람이든 꼼꼼한 분석과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사소한 것도 일일이 공부하며 확인해야 하는데, 떨어져 가는 통장 잔액을 보며 공부에 집중하기 정말 어렵다. 내 경우, 한 번은 가상 화폐와 쿠폰에 관한 사업 아이템을 고민하느라 금융과 외환 시장을 공부했는데, 지금 전혀 기억나지 않는 걸 보니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것이다. 절대 이런 시행착오를 겪지 말라.

사업 모델 변동을 두려워 말라

기업의 목적은 고객을 창조/창출하는 것이다. 또한, 기업이 무엇인지를 결정짓는 주체는 고객[2]이다. 마케팅은 고객을 창출하는 활동[3]인데, 고객을 창출할 수 없는, 다시 말하면 마케팅할 수 없는 사업 아이템이라면 그 기업은 곧 망할 것이다.

만약, 시제품(prototype)으로 시장을 겪어보거나 설문조사 등을 하였을 때, 혹은 스스로 생각해도 도저히 고객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않으면 더 늦기 전에 다른 사업 모델을 찾는 것이 낫다(pivot). 시장은 자신의 사업 모델뿐만 아니라 시기나 인프라, 지역 등 다양한 요소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모든 상황에 맞는 사업 아이디어나 모델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시장은 이미 죽었거나 죽기 직전이라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죽은 시장이다. 시장은 끊임없이 변하며 사업 모델과 아이템도 그러한 변화에 대응하며 변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다른 사업 모델로 변하기도 한다. 기존 사업 아이템을 폐하는 것이 회사가 망하는 것보다 낫다.

사업 모델을 바꾼다고 해서 내가 부정당하는 것이 아니다. 성과를 낼 수 없는 시장에서 고객을 창출하지 못하는 것이 부정당하는 것이다. 사업 아이디어 자체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그 사업 아이디어를 실행하여 시장을 경험할 방법을 고민하고 그 과정과 결과에서 얻는 데이터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빠른 실패를 반복해야 하는 이유

사업 아이디어 대부분은 실패한다. 10에 9은 실패하는 게 아니라 100에 99는 실패한다. 어차피 실패할 것이니 포기하겠다고 마음 먹은 게 아니라면, 실패를 안 하려고 애쓰기보다는 "" 실패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더 낫고 중요하다. 즉, 위험(risk)은 피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해야 한다. 그렇다면 잘 실패하려면 어떻게 실패해야 할까? 빨리 아이디어를 실행해서 빨리 실패하는 것이다.

빨리 실패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로 실패 비용을 들 수 있다. 창업자는 시간과 돈 등과 같은 자원이 절대 부족하므로 사업 모델을 정교하게 구상하는 데 많은 자원을 써선 안 된다. 작게 그리고 빨리 사업 아이디어를 실행하여 시장을 알아가고 잘못 알고 있던 정보를 교정해야 한다. 빨리 실행하여 빨리 실패할수록 실패 비용은 줄어든다. 많은 자원을 투입해서 실행할수록 실패 여부를 판단(인정)하기 어려우며 실패했을 때 떠안는 비용도 증가한다.

둘째, 튼튼한 자신만의 이야기(story)를 만들 수 있다. 다른 사람이 관심을 두지 않든 비웃든 자신을 가르치려 하든 크게 염두에 둘 필요 없다. 상대방이 내일이라도 실제로 돈이든 몸이든 맡기려고 하는 게 아니라면 다른 사람의 반응에 너무 의미를 부여하며 스트레스받지 않는 게 낫다. 의미를 부여할수록 마음이 무거워져서 몸도 느려진다. 멀리 길게 봐야 한다. 일희일비 반응하지 말고, 끊임없이 계속 실행하고 결과를 얻어서 자신만의 이야기(story)로 결국엔 납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면 된다. 누군가 "그거 안 될 것 같은데요?" 라고 할 때 "되는데요"라며 근거를 보여주어 증명하면 된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혹은 듣기 좋으라고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동화될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갖고 있으면 사람의 마음을 사는 데에(투자유치나 사람 영입 등) 큰 도움이 된다. 직접 아이디어를 실행해서 몸으로 부딪혀보지 않으면 남의 이야기로 기워서 엉성한 누더기를 만들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진짜 이야기에 반응한다. 남들과 비슷한 이야기로는 동화시킬 수 없다. 비슷한 것은 가짜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실행하고 실패하는 과정에서 자신에 대해 신뢰를 갖게 되며, 그 신뢰를 토대로 확신과 자신감을 세울 수 있다. 실행하지 않고 생각만 하거나 실행 준비만 해서는 모든 것이 가정이다. 스스로에 대해서 신뢰할 수 없다. 자기 자신조차 신뢰하지 않는데 다른 사람에게 신뢰를 얻긴 어려우며, 신뢰하지 않는 사람에게 자신의 시간이나 돈, 사람을 투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가장 먼저 자신에게 근거 있는 확신과 자신이 들어야 한다. 그래야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을 수 있다.

3. 덧붙임

사업계획서

사업계획서는 언제(자신의 현재 상황/단계) 누구를 대상으로 하여 어떤 목적으로 작성하는지에 따라 구성을 달리 한다. 하지만 공통되게 반드시 꼭 들어가야 하는 내용은 있다.

  • problem : 고객이 겪고 있는 고통이 무엇인데
  • solution : 그 고통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으며
  • why us : 그 해결책을 당신이 가졌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전달

아무리 분량이 많은 사업계획서라도 이 3가지는 필수사항이자 주제이며, 나머지는 이 주제를 부연하는 내용이다. 맨 앞(Executive Summary)에서 이 내용을 뇌리에 각인시키지 못하거나 설득하지 못하면 나머지 내용은 제대로 읽히지도 않은 채 버려진다. 많은 내용을 담은 사업계획서를 쓰느라 시간을 보내선 안 되지만, 이 3가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계획을 세우는 과정으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건 추천한다.

고통(문제, problem)은 고객의 수요나 욕구(needs)를 뜻하기도 하지만, 시장을 뜻하기도 한다. 자신 혹은 팀이 소화할 수 있는 시장을 날카롭게 파고들어 틈을(niche) 벌려야 하지만, 그 틈이 벌어졌을 때 충분히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장 크기여야 하기도 하다.

해결책(solution)은 문제를 해결할 방법, 즉 고객을 창출할 제품이나 서비스이다. 그런데 투자를 받아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이어서는 안 된다.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정의한 것이다. 물론, 대규모 자본이 투입돼야 성립되는 산업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신이 정의한 문제(시장, 고객의 욕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현실성 없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 거대한 월마트나 스타벅스도 작은 매장에서 시작했다.

자신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어째서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는 긴 글이나 설명보다는 시제품(Demo, Prototype)을 만들어서 보여주는 것이 좋다. 실제로 작동하는 것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기 때문에 이해하는 데에도 좋으며, 그러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능력, 그리고 만들겠다는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팀(why us) 부분은 어째서 자신의 팀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설득돼야 한다. 주요 구성원의 학력이나 경력, 조언을 해주는 조언자(advisor) 등을 적는다. 많은 사람이 이 부분에 과장되거나 거짓된 내용을 쓰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이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 진실하지 않은 내용은 금방 탄로가 나서 신뢰를 잃는다. 돈이든 역량이든 종류 상관없이 투자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신뢰가 있어야 가능한데, 신뢰를 쌓는 건 많은 노력을 해야 하지만 잃는 건 순식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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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내 과거 글에 몇 가지. 먹기, 음식으로써 술</p>

2. 피터드러커, Management

3.마케팅의 목표는 고객을 잘 알고 충분히 이해해서 그에게 딱 맞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고 그것이 스스로 팔리게 만드는 것이다. 이상적으로 말한다면, 마케팅은 기꺼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할 고객을 만들어줘야 한다. -- 피터드러커, Management 중에서 </div>


다녀왔다 1997

떡볶이집에서 떡볶이를 먹는데 뜬금없이 머릿 속에서 "샤다이"라는 필명이 떠올랐다. 하이텔, 나우누리 유머게시판을 단번에 휘어잡았던 남자, 샤다이. 아마 1997년인가 1998년쯤인 것 같다.

인터넷을 뒤적여보니 지금도 간간히 글이 올라오는 샤다이님 블로그가 있었다. 술술 읽히게 하는 글솜씨는 여전하다. 이야기 한번 나눠본 적 없는 사이였지만 굉장히 반가웠다. 

요즘 "응답하라 1997"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길래 찾아볼까 했는데, 샤다이님 글 몇 개로 1990년대 중후반을 다녀온 덕에 굳이 저 드라마를 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미 난 그 시절에 인사를 나누고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