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Dec 2004
만일 내 학창 시절 세계사 교과서가 이 책만 같았더라면 나는 지금보다 더 예전에 역사에 관심을 갖고 빠져들었을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학창 시절 접한 세계사와는 다른 시각과 다른 방향으로 바라본 세계사를 다루고 있다. 책 이름처럼 세계사를 거꾸로 보고 다룬 느낌이다. 이런 류의 글이나 책의 위험은 글쓴이의 논리에 오류가 있거나 그릇된 지식과 이해도를 가지고 있을 경우 아주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반대 시각의 내용을 사전에 알고 있어서 다른 시간의 내용을 접했을 때 올바르게 이해하고 휩쓸리지 않을 안목이 필요하다. 더욱이 이 책의 저자가 머리에 든 거 많고 사람을 설득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며, 상대의 의견에 날카롭고 논리적인 반론을 할 수 있는 유시민 의원이라면 더욱 더 그러하다.
그때문인지 저자는 서문에서 책을 쓰던 당시의 상황에서 야기된 고분 고분하지 못한 심리에 연유되었음을 언급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언급이 필요할만큼 거꾸로 바라보는 시각은 현재의 세계사 교과서가 다분히 열강의 시각에서 쓰여져있다는 현실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는 것을 나는 말하고 싶다.
광범위한 지식 전달을 짧게 함축하여 다뤄야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너무나 광범위한 소재라서 저자의 깊은 조사가 부족했기 때문인지 핵탄두에 대한 이야기 등은 너무 가볍게 다루고 있는 점이 이 책의 단점이라면 단점일까? 그러나 서점에, 혹은 학교에 널리고 널린 힘과 돈의 시각에서 쓰여진 각종 세계사 책이 존재하는 한 그런 단점조차도 추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사에 관심이 없었거나 중고등학생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 책을 다시 한 번 추천해본다.
01 Dec 2004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소설, 다빈치 코드. 대체 어떤 놀라운 이야기가 펼쳐지길래 저렇게 열광을 할까 고민을 했었다. 그래도 추석 연휴에 부담 없이 읽을까, 그리고 독후감 써서 얻은 적립금으로 받은 것도 있어 지난 9월에 이 책을 주문했다.
지금은 SBS에서 다빈치 코드라는 이름을 따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방영하고 있고 다빈치 코드 여행 상품이 나오는 상황에 이르렀나니, 다빈치 코드의 열풍은 정말 범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말 이 책이 이런 선풍적인 호응을 이끌어낼만한 그릇이 될까? 나는 이 책을 읽느니 그 시간에 낮잠을 자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고 단언한다.
다빈치 코드는 소설이다. 당연 허구적이다. 아주 조금의 사실을 이리 저리 요리하여 그럴듯한 허구를 풀어제꼈다. 그것이 소설의 맛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런 소설의 맛은 허구를 맛깔스럽게 표현하는 맛이라고 할 수 있다. 다빈치 코드의 표현의 맛은 어떤 맛일까?
이 소설은 베르베르의 뇌와 유사하다. 영화 한 편을 그대로 풀어쓴 수준이라는 말이다. 영화 시나리오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소설 속 인물의 동작 표현과 장소 표현이 더 세밀하다는 점이다. 이 책의 문학적 문장의 음미나 숨 막히는 인물간의 갈등, 심리 싸움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니, 이것도 과찬이다. 액션 영화를 한 편 본 뒤 영화 시나리오를 구해서 읽을 때보다 더 재미 없고 지루하다. 적어도 영화를 본 뒤 시나리오를 읽으면 장면을 주관적으로 상상이라도 할 수 있을테니.
결말이라도 깔끔했다면 이런 혹평을 하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깔끔한 결말이었더라면 나는 화장실에서 대변을 보며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이 책의 나름의 용도를 정의해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말에 이르자 주연과 조연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아, 그거 네가 한 짓이었니? 왜 그랬어~", "응 미안해. 사실 너의 주먹코가 너무 부러웠어. 으억. 나 죽을 타이밍이다. 그럼 안녕 주인공~" 라고 무릎 맞대고 대화하며 일이 마무리되는 구성은 나를 비명 지르게 만들었다. 이런 구성은 베르베르의 뇌에서 겪은 것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겪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내가 읽은 최악의 소설은 다빈치 코드이다. 내가 이토록 독서를 후회해본 것도 오랜만이라 생각된다. 내가 이 책을 구매하여 읽은 것에 대해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면 책을 구매하여 얼어 붙은 도서 출판 시장에 작은 역할을 했다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