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동 걸린 선수라는 함정

펠러는 "훈련받지 않은 눈으로 보는 랜덤 현상은 규칙적 패턴이나 무리를 이루려는 경향처럼 보인다"라고 말했다. - 책, 생각에 관한 생각 174쪽에서</p>

우리는 하늘에 떠있는 구름에서 동물이나 사람 얼굴을 보기도 하고, 풍경 사진에서 미확인비행물체(UFO)나 귀신을 발견한다. 펠러가 말하는 훈련이란 복잡한 계산을 포함해서 관심이 요구되는 노력이 필요한 정신 활동을 의식해서 일으킬 수 있는 훈련을 말한다. 즉, "훈련받지 않은 눈"이란 의심하며 분석하는 복잡한 정신 활동으로 대상을 보도록 하는 훈련이 되지 않아 거의 혹은 전혀 힘들이지 않고 자동적으로 빠르게 작동하는 두뇌 작동 방식으로 대상을 보는 눈이다. 세스 고딘의 책, 블링크(Blink)에서 말하는 바로 그것이다.

무작위성에 대해 패턴이나 규칙을 찾으려는 우리의 직관은 종종 사람에 대해서도 같은 경향을 보인다.

선수들이 가끔씩 발동(hot hand)이 걸릴 때가 있다는 '사실'은 선수, 감독, 팬들이 모두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 175쪽

발동걸려 공을 던지는 족족 득점을 하는(것으로 보이는) 선수가 있을 경우, 감독이나 선수들은 의식해서 혹은 의식하지 않더라도 발동 걸린 선수에게 공을 건낸다. 이는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여서 프로젝트나 자잘한 과업에서 성과를 내는 사람에게 조직의 자원(resource)이나 판단할 기회가 더 주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귀중한 자원을 맡길만큼 '발동'이라는 걸 믿을 수 있을까?

수천 차례의 슛을 분석한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즉, 프로 농구의 경우 필드에서 슛을 쏘건 파울 라인에서 슛을 쏘건, 발동 걸린 선수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략)
발동은 엄청나게 광범위하게 퍼진 인지적 착각에 불과하다. - 175~176쪽

발동걸린다는 상태는 믿을 수 없다. 착각이라는 표현에 반발심이 생길 수 있는데, 통계상 득점력이 좋은 선수와 발동이 걸린 선수를 구분해야 한다. 발동이 걸렸다는 것은 무작위성에서 직관에 비추어 패턴이나 규칙을 보려는 우리의 경향일 뿐, 실제 선수의 득점 능력을 나타내는 사실은 아니다. 많은 표본을 토대로 산출한 데이터인 득점력을 신뢰할 수 있다.
(물론, 역으로 이용해 상대팀이 우리팀의 발동걸린 선수를 의식하게 만들고 우리팀의 다른 선수가 득점할 기회를 만들어내는, 팀 전체 득점 가능성을 높이는 팀 전술은 가능하다. 다만, 이 글 논지는 아니므로 논외로 친다)

즉, 당신이 직관을 추종할 경우 무작위적 사건을 체계적인 사건으로 잘못 분류하는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 176쪽

직관은 데이터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 했던 패턴을 발견하고, 나아갈 방향을 잡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조직의 득점력이라는 파악하기 힘들고 어려운 근거보다는 발동이라는 불규칙하거나 우연한 현상에 의지하게 우리의 판단을 잘못 이끌기도 한다.

만약, 중요한 결정이나 위임을 직관에 의존한다면, 혹은 직관에 의존한 결정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결정에 사용한 근거가 표본으로써 충분치 않다면, 신탁(神託, oracle)에 기대어 조직을 운영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비명 지르는 모니터

회사에서 퍼블리셔와 함께 사용하는 프로젝트 현상관리도구(Issue Tracker)에 새로운 문제(issue)가 등록되면 모니터에 그 내용이 뜨고 비명소리 효과음이 난다.

이제 슬슬 비명이 난무하기 시작할텐데, 뭐 아무렴 어때. 재밌잖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