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 축하.

어제 질레트 스타 리그가 있었다. 2회 우승을 노리는 영웅토스 박정석과 최초의 온게임넷 저그 우승(정규 리그, only 저그 유저)을 노리는 투신 박성준. 목디스크와 KTF팀의 부진으로 우승을 해야만 하는 박정석 선수와 어려운 팀이기에 우승을 해야만 하는 박성준 선수.

나도현, 강민, 이윤열, 이병민, 최연성과 같은 쟁쟁한 선수들을 거치고 올라온 영웅과 전태규, 한동욱, 서지훈, 최연성을 거치고 올라온 투신의 전쟁은 결국 투신이 가져갔다. 압도적으로 일방적으로 영웅을 몰아치던 투신이 온게임넷 스타 리그의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결승전을 보자니 박성준 선수의 대단함이 느껴졌다. 혹자는 박정석 선수가 지나치게 초반 전략에 치우친 경기를 했고, 그러한 전략의 실패로 경기를 놓쳤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박성준의 천개의 눈은 맵핵과도 같아 초반 전략을 무력화하였고 확장 시점과 공격 시점이 적절하여 홍진호, 조용호, 마재윤 등 최고의 저그 선수들을 상대로 연습을 해온 박정석이 뭐 해보지도 못하였다고 볼 수 있다. 만일 저그와 프로토스의 경기에서 프로토스가 정석적인 경기를 했다면 저그는 정석대로 프로토스를 이겨버렸을 것이다.

영웅이 져서 아쉽다. 그래도 팀 사정이 어려운 P.O.S의 박성준이 우승해서 박정석 선수의 패배를 받아들일 수 있다. 아쉽고 또 아쉽지만 이번 결승을 그래도 조금은 즐겁게 받아들여본다. 수고했습니다, 박정석, 박성준 선수.


사진 출처 : http://www.fighterfor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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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쓰기 : 많은 이들이 박성준의 우승자 징크스는 없을 것이라고 하는데 내 생각에는 그 역시 차기 리그에서 우승자 징크스로 8강 진출 실패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성취한 것이 너무나 크기에 그에 따르는 만족감이 크고 목표 상실도 클 것이라는 생각에서. 또한 그의 엄청난 공격적인 경기 운영 방식에 다른 선수들의 집중 분석이 뒤따를 것이므로.

덧쓰기 : 이번 질레트 스타 리그 때문에 200~400원짜리 일회용 면도기에서 질레트 마하 3 터보 면도기라 바꿨다. 정말 잘 밀리더라.

덧쓰기 : 박성준 선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상대로 하여금 방어 건물을 짓도록 강요하는 점이다. 그리도 공격적인 박정석 선수도 꽃밭으로 꾸미고, 최연성 선수도 그랬다. 방어 능력 믿고 방어 건물 조금 지었다가 박성준 선수의 컨트롤에 뚫리는 아픔을 경험해서 그렇겠지? 대단한 선수다, 정말.


반헬싱, 그래도 젠틀맨 리그보다는 낫네

본 사진은 만지면 커짐. 클릭이라던가..

회사 동료 직원의 축하(?) 선물로 얻은 공짜 표로 본 영화, 반 헬싱. 지하철 역내에서 광고를 보며 그럴듯한 CG네 라는 인상 외에는 별 다른 인상을 못받은 그저 그런 영화. 지난 목요일에 보았다.

주 내용은 범상치 않은 과거를 가진 주인공이 지옥 훈련을 거쳐 괴물들을 때려 잡으며 세계의 평화를 그럭 저럭 시끌하게 지켜나가다가, 최악의 악당인 뱀파이어와 싸운다는 것. 그 과정에서 뭣도 모르는 일반 사람들에게는 살인마로 지명 수배가 붙고, 주인공은 약점 잡혀서 고된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고단한 영웅 생활을 하는 것도 보여준다.

익히 사람들에게 노출이 되어 이제는 친숙한, 아니 너무나 친숙하여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희화(Parody)되며 친구처럼 되어버린 서양의 무써븐 몬스터들이 영화에서 많이 보인다.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봤기에 나는 '젠틀맨 리그'같은 영화라 생각을 하며 보았다. 근대화 과정에서 영국이 보유하고 있던 세계 패권을 미국에게 전달하는 미국식 정치색(쿼터메인이 톰 소여에게 니가 이제 짱 무라~하는 장면)이 없는 반헬싱이 젠틀맨 리그보다는 조금 더 낫지만, 사실 도토리들이 덩치 차이가 나봐야 얼마나 나겠는가?

반지의 제왕의 아라곤처럼 물미역 머리를 한 주인공. 엄청 강한 맷집과 최첨단 무기, 어리버리하지만 도움 되는 부하(표면상으로는 친구처럼 나오지만)와 대면 초기의 마찰 이후 only you~ 를 외치게 되는 쭉쭉빵빵 미녀 동료. 그리고 오직 주인공만이 없앨 수 있는 극강의 악당 두목. 늬히히히~ 라며 우스꽝스럽고 과장된 연기를 보이는 여자 뱀파이어의 존재 역시 타영화의 악당 진영에서는 꼭 볼 수 있는 캐릭터.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캐릭터 구성이며 이야기를 그려나가는 것 역시 매우 평범하다. 시종 일관 평범한 점이 오히려 독특하달까?

평범함을 극복하려는 화려한 영상의 연출들도 사실 꽤 아쉬움이 남았다. 영화의 화면은 거의 시종 일관 어두컴컴 칙칙하다.

아주 맑고 밝은 날에 고질라 같은 애들이 막 헤집고 다니게 하기가 CG기술로는 만만한 게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영화의 분위기가 칙칙한 설정이긴 하다만, 그래도 좀 CG티가 많이 나서 아쉬웠다. 마무리가 부족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그래도 안개나 비바람에 CG들을 억지로 뭉갠 수준은 아니라서 흠집 찾느라 눈에 핏발 서지는 않았지만 ..

별 다른 주제나 교훈 없는 영화,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즐기기에 나쁘지 않은 영화이다. 그러나 일부러 극장 찾아가서 보기에는 많이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다. 반지의 제왕처럼 거대한 화면에서 봐야 제 맛인 것도 아니고, 여러 사람들이 함께 꺄악~ 비명 지르며 보는 공포 영화같은 맛이 있는 것도 아니고, O.S.T가 딱히 뛰어난 것도 아니고. 표 준 회사 동료의 성의가 있어서 감상글까지는 적어보지만, 꽤나 그저 그런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덧쓰기 : 혹시 게임으로 만들려던 걸 영화로 만든게 아닐까? 이런 연출에 소재라면 영화보다는 'Devil may cry' 같은 게임으로 만들면 오히려 더 나았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