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Jun 2004
미용실을 이용하다보면 어떤 머리카락 유형을 원하는지 말로 전달하기 참 힘들 때가 많다. 그래서 든 생각인데, 머리카락을 정리했으면 그 모습을 디지털 카메라 등으로 저장하고 나중에 손님이 다시 왔을 때 그 사진을 보여주는 건 어떨까? 저번에 그 머리카락 모양으로 해주세요, 라고 했을 때 스포츠형으로 자를 일은 없지 않겠는가.
에휴. 며칠 뒤에 미용실 갈 건데 어떤 모양으로 머리카락을 다듬을지 벌써 고민된다. 관리하기 귀찮은데 기를까?
26 Jun 2004
김선일씨가 살해된지 4일째가 되었다. 이제 고인이 된 김선일씨는 아무런 말이 없지만 살아서 아무 말을 할 수 있는 우리들은 그에 대해, 그리고 그 사건에 대해 토로하고 절망하고 슬퍼한다. 다양한 음모론과 하나씩 밝혀지는 진실, 나날이 겹쳐지는 슬픔.
그러나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故 김선일씨의 인질 당시 나는 살고 싶다며 절규하는 장면을 TV에서 그만 봤으면 좋겠다. 아주 커다란 사건이지만 그만 봤으면 좋겠다.
만화가 보고 싶어서? 드라마가 보고 싶어서? 내가 이뻐하는 여자 연예인이 나오는 TV 프로그램이 취소 되어서?
아니, 아니. 슬픔을 이제 가슴에 묻고 고인을 놔주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사들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제 나는 방송사들이 고인이 된 김선일씨를 화제거리로 삼고 있다는 느낌을 너무나 많이 받는다. 故 김선일씨 살해 사건을 다루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외교부가 어쩌고 저쩌고, 가나무역이 어쩌고 저쩌고 떠들며 마무리 화면은 울부짖는 김선일씨의 생전의 모습을 더이상 이용하듯 내보내지 말란 말이다.
故 김선일씨를 두 번 죽이는 자들은. 故 김선일씨의 가족을 가슴을 짓밟는 이들은 故 김선일씨 참수 동영상을 공개하고 배포하는 (일명 엽기 사이트라 불리우는) 해외 사이트, 그걸 구해서 배포하거나 심심풀이 땅콩처럼 이용하는 철 없는 우리네 일부 어른애(어린이가 아니다)가 아니라 故 김선일씨와 그 가족들을 방송의 화면으로 자극적 소재로 활용하려는 방송사들이 아닐까. 방송사들은 이제 그만 故 김선일씨를 놓아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