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희생양은 무의식에서 보상 받는다.

나는 최근 몸을 막 움직이는 편이다. 몸을 함부로 굴린다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필요 이상의 운동을 하고 일부러 일을 찾아 만들고 처리하고 있다. 사실 다 해낼 수 있을지 조금 의심스럽다. 나 혼자 다 할 필요는 없고, 또 그래서도 안되지만 조금 여러 일을 동시에 벌린 경향은 있다.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 등을 보면 이런 이들은 보통의 경우 사랑에 실연 당해서 그것을 현실, 즉 의식의 세계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게 하려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정신 없이 바쁘면 실연의 아픔을 생각할 시간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한 행위는 허구 속의 것은 아니어서 현실에서도 그런 사람은 종종 만날 수 있다.

나 역시 그런 상황임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아니, 실연을 당해서 그 아픔을 잊기 위해서가 아니다. 외롭기 때문에 그 외로움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라는 것이 정답이다. 나는 아직 사랑을 할 준비가 되지 못된다는 것이 이유이다. 어느 누구에게 지지 않을만큼 외롭고 사랑을 갈구하지만 쉽게 시작을 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뭐, 왜 안되는 상황인지에 대해 말할 주제는 못되고 이 글에 쓸 생각도 애초 없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의식의 세계, 즉 깨어있어 의식이 행동의 대부분을 좌우하는 때는 의식적으로 움직이고 생각을 하여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잠이 들어 꿈을 꿀 때는 무의식으로 쫓겨나있던 그리움이나 외로움의 감정이 활개를 친다는 점이다.

나는 꿈 내용을 어느 정도 의식적으로 제어한다. 잠을 자면서도 꿈을 꾸면서도 의식이나 이성의 힘으로 꿈 내용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달 동안 꾼 꿈의 주제 대부분이 사랑과 관련된 것이었다. 이별, 행복, 야한 꿈 등등.

의식의 세계에서는 의식적으로 사랑을 밀쳐내고, 무의식의 세계에서는 무의식적으로 사랑을 갈망하고 있다. 의식의 희생양인 사랑이라는 녀석이 무의식의 세계에서 보상을 받고 있다. 참 피곤한 나날이 아닐 수 없다.


이해찬 의원이 교육 말아먹었다?

이번에 총리로 이해찬 의원이 지명되었다는 소식에 일부 사람들(특히 이해찬 세대들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극심한 반대를 하고 있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르겠지만 일단 전반적인, 혹은 기반에 깔아두고 있는 반대의 이유는 공통적이었다. 이해찬이 우리 나라 교육을 망쳐먹었고 자신은 그 피해자라는 것. 그런가?

나는 이해찬 세대가 아닌 그전 세대인 관계로 이해찬 세대와 같은 당사자는 아니다. 그런만큼 제대로 체감을 못했고 그런만큼 객관적으로 상황을 지켜볼 수도 있다. 그런 내가 생각했을 때 이해찬 교육부 장관 시절은 내가 다녔던 그때보다 학교 다닐 맛 났다는 것이다. 솔직히 부러웠다.

물론 어느 세대건 동일한 피해 의식은 있다. 우리 세대는 엄청 고생하고 암울했는데 졸업했더니 제도나 시설이 개선되었다는 얘기다. 내 선배들도 그런 소리했고 우리 세대도 그랬고, 내 후배 세대들도 그런 소리를 한다. 그러나 냉정히 따지고보면 그것은 개개인의 피해 의식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러나 세대 막론하고 이해찬 교육부 장관 시절의 교육 정책은 개선의 잣대와 주관이 뚜렷했으며 불합리한 것도 아니었다. 정책 수행 중 기대 밖인 경우도 있었지만, 적어도 왜 그런 정책을 냈고 어떤 형태로 우리 나라 교육 정책을 유도하는지는 전달되었다. 그러나 그전 세대들은 대체 이번 학력고사, 혹은 수능이 어떤 정책을 가지는지 조차 알지 못한채 무작정 책만 머리 속에 각인시켜야 했다. 적을 알면 승률이 높아진다. 이해찬 교육부 장관 시절에는 어떤 정책이 나올 지 알 수 있어 충분히 승률을 높일 기회가 대단히 많았다.

물론 그가 실수한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각종 여론에 제대로 맞서지 못하고 소신을 지키지 못하여 일부 세대들에게 혼란을 준 적도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이해찬 의원의 교육부 장관 시절의 정책들은 나로서는 꽤나 부러운 것이 솔직한 감정이며 이성이다.

그의 정치력과 이끎 능력이 어떨지는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교육부 장관 시절 보여준 소신과 추진력이라면 그의 총리 활동이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의 소신과 추진력이 문제 투성이도 아니었고, 아주 빗나간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덧쓰기 : 언제나 그랬지만 이번에는 특히 내 주장이 제대로 표출 안된 듯 싶다. 요는 이렇다. 자신의 피해 의식, 혹은 그 비슷한 상황을 이유로 무작정 제대로 탐구하고 분석할 의지 없이 평가를 내려서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좀 더 객관적으로 그에 대해 정보를 찾아보고 분석하여 아주 논리적이고 논증이 가득한 형태로 비판을 하면 모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