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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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업계에 첫발을 들였지만, 게임 기획자로서 급여를 받으며 일을 시작한 때는 1999년 9월에 KRG Soft에 입사하면서부터였다.

요즘 그 회사는 다른 이름이 된 채 힘겹고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국민연금 취득일 등을 안내하는 우편물을 보니 그때와 이때 생각이 뒤섞여 마음이 착찹하고 쓸쓸하다.


첫 펜팔 추억

어떻게 연결이 됐는지는 모르겠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에 사는 또래 여학생과 편지를 주고 받기로 했다. 펜팔이었다.

편지지를 사는 것부터 수줍었다. 평소라면 눈에 닿지도 않을 분홍색 편지지와 봉투 꾸러미를 거금 1,000원에 한참 만지작거렸다. 계산대로 가져가면 누구에게 보내려고, 왜 보내려고 분홍색 편지지를 사는지 가게 주인이 따져 물을 것 같았다. 갑작스레 급우가 들이닥쳐 내 손에 들린 분홍색 편지지를 보고는 다음 날 학교에 온통 퍼뜨릴 것 같았다. 그럴 것 같았다.

펜 글씨 교본 책을 사서 필체를 고치리라 다짐하며, 궁서체를 흉내내며 바들바들 편지를 썼다. 편지를 받을 그 사람을 상상하며 설레고 내가 쓴 글을 내가 읽으며 설레고 분홍빛 편지지에 설레고, 이웃집 똥개가 멍멍 짓는 소리에 화들짝, 늦은 밤 화장실 가시는 엄마 발걸음 소리에 화들짝.

그리고,

결국은 딸꾹질.

보내는 이, 받는 이 표식이 없는 민무늬 편지 봉투에 우리 집 주소를 쓴다. 그의 집 주소를 쓴다. 하교길에 우체국에 들러 우편번호를 확인해두길 잘했다. 액체 풀을 쓰면 종이가 울까봐 그러면 내가 울까봐 딱풀을 바른다. 붙인다. 구겨지지 않게 한문 교과서에 껴넣는다. 다음 날 시간표엔 한문 시간이 없다. 가방에 한문 교과서를 넣는다.

며칠 뒤.

나는 편지를 받았다. 내가 보낸 편지였다. 보내는 이와 받는 이 위치를 거꾸로 쓰면 아무리 편지를 집 근처 우체통에 넣어도 편지가 내게 온다는 걸 깨달았다. 생애 처음으로 여성 펜팔에게 보내는 수줍은 내 편지는 내가 받았다. 내 펜팔 첫 경험은 내가 고이 간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