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10-01
09 Nov 20111998년 업계에 첫발을 들였지만, 게임 기획자로서 급여를 받으며 일을 시작한 때는 1999년 9월에 KRG Soft에 입사하면서부터였다.
요즘 그 회사는 다른 이름이 된 채 힘겹고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국민연금 취득일 등을 안내하는 우편물을 보니 그때와 이때 생각이 뒤섞여 마음이 착찹하고 쓸쓸하다.
1998년 업계에 첫발을 들였지만, 게임 기획자로서 급여를 받으며 일을 시작한 때는 1999년 9월에 KRG Soft에 입사하면서부터였다.
요즘 그 회사는 다른 이름이 된 채 힘겹고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국민연금 취득일 등을 안내하는 우편물을 보니 그때와 이때 생각이 뒤섞여 마음이 착찹하고 쓸쓸하다.
어떻게 연결이 됐는지는 모르겠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에 사는 또래 여학생과 편지를 주고 받기로 했다. 펜팔이었다.
편지지를 사는 것부터 수줍었다. 평소라면 눈에 닿지도 않을 분홍색 편지지와 봉투 꾸러미를 거금 1,000원에 한참 만지작거렸다. 계산대로 가져가면 누구에게 보내려고, 왜 보내려고 분홍색 편지지를 사는지 가게 주인이 따져 물을 것 같았다. 갑작스레 급우가 들이닥쳐 내 손에 들린 분홍색 편지지를 보고는 다음 날 학교에 온통 퍼뜨릴 것 같았다. 그럴 것 같았다.
펜 글씨 교본 책을 사서 필체를 고치리라 다짐하며, 궁서체를 흉내내며 바들바들 편지를 썼다. 편지를 받을 그 사람을 상상하며 설레고 내가 쓴 글을 내가 읽으며 설레고 분홍빛 편지지에 설레고, 이웃집 똥개가 멍멍 짓는 소리에 화들짝, 늦은 밤 화장실 가시는 엄마 발걸음 소리에 화들짝.
그리고,
결국은 딸꾹질.
보내는 이, 받는 이 표식이 없는 민무늬 편지 봉투에 우리 집 주소를 쓴다. 그의 집 주소를 쓴다. 하교길에 우체국에 들러 우편번호를 확인해두길 잘했다. 액체 풀을 쓰면 종이가 울까봐 그러면 내가 울까봐 딱풀을 바른다. 붙인다. 구겨지지 않게 한문 교과서에 껴넣는다. 다음 날 시간표엔 한문 시간이 없다. 가방에 한문 교과서를 넣는다.
며칠 뒤.
나는 편지를 받았다. 내가 보낸 편지였다. 보내는 이와 받는 이 위치를 거꾸로 쓰면 아무리 편지를 집 근처 우체통에 넣어도 편지가 내게 온다는 걸 깨달았다. 생애 처음으로 여성 펜팔에게 보내는 수줍은 내 편지는 내가 받았다. 내 펜팔 첫 경험은 내가 고이 간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