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고 싶다.

"수치는 청년에게는 장식이고 노인에게는 불명예다"
-- 아리스토텔레스

잠수 기간 동안 지난 날들의 일상과 다를 바 없이 지냈는가 하면 지난 날들의 일상과 다를 바 있게 지내기도 했다. 주된 생활 패턴은 회사 생활이었지만, 시계 속 바퀴처럼 항상 똑같은 일상 속에서도 변화를 주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003년 10월 14일자로 나는 공식적으로 실패자가 되었다. 물론 그 이전에 실패자가 될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들이 일어나긴 했지만 더이상 어떠한 여지를 가질 수 없게 공인 판정 받은 실패로 나의 도전은 일단락 되었다. 2000년부터 매달린 일이었고 많은 경험을 하였다. 오랜 기간 동안 하나의 일에 매달리면서 받게 되는 생각들에는 희열, 보람, 좌절, 슬픔 등이 있지만, 일의 성패와는 무관한 것은 아마도 "지침"이 아닐까 싶다. 지침. 지치다. 성공을 해도 몸이건 마음이건 지치고, 실패를 해도 지치고. 나 역시 성패를 떠나서 20대의 열정을 전부 걸었다는 점에서 지쳐버렸다. 아무 일 없다는 듯 흔들림 없이 초연히 서있지만, 마음은 이미 무너져서 아무 소리도 못듣고 아무 것도 보지 못하는 상태. 그것은 심장을 움직이고 근육을 일으켜 뼈를 움직일 기력을 3년간 소비함으로서 새하얗게 타버린 것 때문이 아니었을까.

재충전을 해야 했지만 그럴 여유가 내게는 마땅치 않았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극도로 건조한 스펀지가 되어 충전을 하고 싶었지만 내 상황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혼란, 다시 혼란. 그제사 나는 20대 청년의 인생 고민과 방황에 외로움과 고독함에 치를 떨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20대 중반에 접어들어 처음으로.

지난 한달 가까이 되는 기간은 재충전의 좋은 시간이었다. 너무나 바쁘고 할 것이 많은 상태에서 오히려 시간의 여유를 만끽하였다. 집 안에서 뒹굴거리며 등에 바닥 장판의 무늬를 새기며 물 마시고 싶을 때 마시는 물 한잔에서는 청량감을 느낄 수 없었다. 뛰고 또 뛰어 몸 안의 수분을 염분과 함께 땀으로 배출했을 때의 물 한 모금은 입안을 통해 들어와 식도를 거쳐 위장에서 몸으로 흡수되는 것이 아닌 피부로 수분을 흡수하여 심장에 이르는 상쾌함이다. 극도의 외로움과 고독함을 통해 비로서 나는 열심히 뛰다가 물 한잔 찾아 마시는 법을 배웠다.

책을 읽었다. 쉽지 않았다. 그동안 나는 책의 글자를 읽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책들을 하나 하나 거치며 비로서 나는 책을 읽을 줄 알게 되었다. 비록 10권 정도 밖에 못읽었지만 재밌는 책도 읽었고 무거운 책도 있었고, 삶의 방향을 잡아준 책도 있었다. 게중에는 고교 시절의 청소년 권장 도서도 있었다. 그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을 했다. 「 이게 10대에게 권장하는 책이라고? 솔직히 나는 10대 때 이런 고민과 혼란을 겪지 않았는데? 」 사람마다 환경이 다르고 생각하는 바가 다르다. 그리고 책 역시 읽는 상황에 따라 전달되는 바가 다르다. 책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권장 도서이지만, 나는 문학보다 영화를 더 낫게 평가한다. 나는 그동안 성공을 향해 온 열정을 다 바쳐 앞만 보고 달렸다. 내게 혼란과 외로움, 고독함을 느낄 여유의 권리는 없었다. 아니 없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지금의 나는 그럴 권리가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나는 책의 내용을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책을 읽는다.

얼마 전에 휴가를 받았다. 거의 한달 내내 철야를 했었다. 일을 많이 해서 힘들기 보다는 주야가 뒤바뀌는데서 오는 생리적인 변화. 휴가는 달콤했다. 휴가 동안 공사장 막일을 하루 했었다. 어차피 기술자가 아니기 때문에 잔심부름을 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추위와 단순한 일을 하는 데서 느끼는 피곤함이 색다른 경험이었다. 무언가를 느끼었지만 깨닫지는 못했다. 다음에 휴가를 받으면 또 해봐야 겠다. 육체 노동을 통해 정신의 깨달음을 얻는다라. 오오 스코트 니어링, 헬렌 니어링 만세. 역시 당신들은 멋진 분들입니다!

애초 잠수의 목적대로 이제 내가 나아갈 길의 출입문을 찾아내었고, 계획 수립에 있어 방향을 정하고 있다. 또한 책 읽는 법을 배웠고, 표현법을 익혀하고 있으며 나의 정체성을 잡아나갈 안목을 찾게 되었다. 지난 한달 가까이 되는 시간을 나름대로 잘 보냈다는 판단이 내려지어 오랜만에 즐거움과 기쁨을 느꼈다.

이제 진정한 삶의 목표를 수립하고 그곳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을 할 때가 되었다.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나를 비춰보기 위한 표현을 하고, 표출하기 위함이 아닌 더 나은 이 되기 위한 자기 계발을 하는 것. 그곳을 향하는 발걸음을 20대 중반에 시작하며 걸어본다.


설득의 심리학

- 책 제목 : 설득의 심리학
- 저자 : 로버트 치알디니
- 분량 : 380여 페이지
- 분류 : 자기관리, 심리학, 비즈니스
- 사진 출처 : YES 24

책의 내용은 책 제목으로도 쉽게 유추가 될 것이다.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여러 가지 심리학적 기법들을 실증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포함하여 대인 관계에 관한 책들을 여러권 읽었다. 하지만 나는 설득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 중에서 이 책을 가장 추천한다. 책 표지에 쓰여 있는 대로 '감탄이 절로 나는' 정도는 아니지만 주변 사람에게 추천해서 나 자신의 격을 약간은 올릴 수 있다고 본다. 그 이유는?

  • 실증적이다.
    이런 책의 생명은 신뢰성이다. <span class=key1 onclick=keyword_open('./kview.php?kd=%C7%D1%B3%AF')>한날</span>군에 의하면 1+1=2 다. 라는 문장은 독자로 하여금 강한 신뢰를 주지 못한다. 그러나 <span class=key1 onclick=keyword_open('./kview.php?kd=%C7%D1%B3%AF')>한날</span>社는 지난 2000년, 1개의 제품이 남아있던 창고에 1개의 제품을 하나 더 구매하여 쌓아놨다. 그것은 1+1=2 가 된다는 이론을 증명하는 사건이었다. 라는 내용은 좀 더 강한 신뢰를 준다. 여기서 실사례를 하나가 아닌 둘, 셋으로 늘리면 신뢰는 더욱 커진다. 그래서 이 책이 같은 주제의 다른 책들보다 책 분량이 많은 이유이다. </p>
  • 번역서 같지 않다.
    번역서들의 단점이라면 번역체의 어려움일 것이다. 나는 그녀에 의해 가격을 당했다 라는 문장보다는 나는 그녀에게 가격 당했다 는 문장이 좀 더 자연스럽다. 혹은 우리말로 적절히 변환하기 힘든 영어 단어를 영어-->일어-->한국어로의 변환에 인한 문장의 난해함이 번역서에 대한 거부감을 일으킨다.
    하지만 이 책은 번역서임에도 불구하고 번역서라는 느낌이 그다지 들지 않는다. 문장 이해가 너무 쉽다. 심지어 잘난 척하기 위함인지 어려운 단어를 잔뜩 도배한 국내서보다 더 쉽다. </p>
  • 흥미로운 사례들이 가득하다.
    이 책에는 실사례가 많이 언급되어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다른 책들과 차별화 되는 점이 있다면 다양한 사례 중 흥미롭고 재미있는 사례들을 선별하여 다루었다는 점이다. 어쩌면 재미와 흥미 모두 부족한 사례들을 멋진 글 재주로 재미와 흥미를 느끼게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쨌건 이 책에 거론된 사례들은 설마 저렇게 했을까? 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흥미로운 사례들이 가득하다. </ul>

    이 책은 총 6가지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주제에는 직접/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다양한 작은 주제들이 존재한다. 간접적이란, 해당 작은 주제들이 설득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은 없지만, 큰 주제(6개 중 하나)를 보좌하는데 있어 꼭 필요하다. 6가지의 큰 주제를 보좌하기 위한 작은 주제들이 결과적으로 설득을 넘어선 다양한 정보를 제공 받게 되는 셈이다.

    목소리 큰 자가 이긴다는 말은 옛 말이 되었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자가 이기는 세상이 되었다.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것은 비즈니스는 물론 대인 관계에까지 매우 중요한 행위이다. 상대방을 효과적으로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훈련이 이루어져야하고, 이 책은 그러한 훈련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지하철에서 독서를 하고 있는 이의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책을 읽고 있는 사소한 궁금증이 자라난다. 때때로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하며 책 이름을 확인하고는 하는데 이 책을 읽고 있는 이를 너댓번 보았다. 과연 좋은 책이라 여러 사람들에게 읽힌다는 이유 모를 뿌듯함이 생겼다. (확률적으로 지하철에서 짧은 기간 동안 같은 책을 읽는 이를 여럿 보기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계산에 근거한 발언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