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초기 화면 문구

에 ... 그러니까 언제더라. 98년도 가을이었던가. 삐삐를 폐기하고 핸드폰을 마련하였다. 011-357-7393. 아아 좋은 번호. 2002년도까지 썼던 번호. 당시 내 핸드폰이 오른쪽의 저거다. 실제 저거는 아니지만 비슷하게 생겼다. (사진 출처 : http://www.anycall.co.kr )

그때 내 핸드폰 초기 화면에 무어라 써놨는지 기억이 도통 안난다. 핸드폰 초기 화면을 잘 바꾸지 않기에 오랫동안 기억할 줄 알았는데 기억이 안난다. 하긴. 초기 화면 뿐 아니라 핸드폰 기능 자체를 그다지 활용하지 않는다. 연락처 저장, SMS, 알람, 전화 걸기/받기가 주용도이고 이외의 기능은 사용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난 좋은 핸드폰이 아무 필요가 없다.

아아. 이 못된 버릇! 또 말이 옆으로 샌다. 어쨌건 처음 핸드폰을 사고 내가 핸드폰에 무어라 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대단히 평범하고 무난한 문구를 써넣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2000년도부터 사용하던 초기 화면은 기억난다.

■ 2000년 ~ 2003년 초 : 해 뜨게 하련다
당시 하던 일의 성공에 대한 염원이 강했다. 일상에서 콧노래로 흥얼거리는 노래는 쨍 하고 해뜰 날이라던가 나는 문제 없어, 사노라면 등을 주로 불렀으니 오죽했을까. 하지만 저 문구를 핸드폰에 적은 뒤로 내 사회 생활은 인간적으로 이렇게 꼬여도 돼? 라고 반문할 만큼 최악의 흐름을 타고 왔기에 지금은 쓰지 않고 있다.

■ 2003년 초 ~ 2003년 3분기 : 낭만 축구공
이때는 다니던 회사의 정치적 힘 싸움에 한참 이리 저리 치일 때였다. 정치적이라는 것이 무슨 당이 어쩌고 누구는 저쩌고가 아니라 회사에서의 덩덩이(엉덩이) 아랫목에 들이밀기 전쟁이었다. 딱히 무어라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회사 책상 밑에 박혀있던 내 불쌍한 축구공에 나를 비유했다. (회사에 축구공이나 농구공을 놓고 다녔다)

■ 2003년 3분기 말 ~ 현재 : 넌 누구시니?
현재의 초기 화면 문구. 어째서 저런 정체 불분명한 반말+존대말의 문장이 나왔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하지만 손가락이 작문한 이 문장을 나는 좋아한다. 넌 누구시니... 뉘슈보다 더 글깔(유사어 = 맛깔)스럽다.

낭만 축구공을 제외하고 한 번 초기 화면 문구를 정하면 1년 이상씩 끌고 가는 나. 평소에도 늘 바꾸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인스턴트같은 단기적인 문구를 하면 뭔지는 모르지만 후회를 할 예감이 들어 바꾸지 않는다. 이번 초기 화면 문구는 얼마나 갈끄나~

p.s : 초기 화면 문구만 쓰고 간결하게 글을 마무리 하려 했지만, 뭐든 길게 설명하려는 습성 때문에 이번에도 글이 길어졌다. 으아아아악!


양방언

- Artist : 양방언
- Album : Pan-o-rama
- Genre : Newage
- 사진 출처 : YES 24

2001년 늦여름. 차를 몰고 집으로 귀가하는 길이었다. 여느 때처럼 국악 방송을 듣다가(FM 99.9 였던가) 그날은 무슨 생각에서인지 채널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그때 들려오는 흥겨운 사물 놀이 소리. 사물 놀이를 대단히 좋아하는 나는 채널을 정교하게 맞춘 뒤 발장단을 맞추며 즐거운 감상을 했고 내 차는 그날 4분간 고생을 했다. (참고로 내 차는 수동이다. 왼발은 클러치, 오른발은 엑셀레이터나 브레이크)

재일교포인 양방언님. 그는 피아니스트이다. 그의 음악들은 다른 뉴에이지 음악들과는 다른 독특한 맛이 있다. 나는 그 맛을 양방언표 명랑함과 양방언표 우울함이라고 하고 싶다. 굳이 한국적인 맛이라고 하진 않겠지만 대단히 동양적인 뉴에이지 음악이라고는 단언한다. 개인적으로 그에게 아리랑을 리메이크 해달라고 하고 싶을 정도?

2002 부산 아시안 게임, 각종 시그널 음악, 허준 메인 테마곡 등 우리에게 친숙할 정도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양방언님. 그의 앨범 중 가장 다양한 색과 소리를 들려주는 Pan-o-rama 앨범을 강력 추천한다. (게다가 이 앨범에는 그의 멋진 모습이 실려있다. 멋지게 생긴데다 멋진 음악. 으으 부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