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샷. 무엇을 보고 있는가

나는 사진발을 필요 이상으로 안받는다. 어느 정도인가하면 종종 내 사진을 보고 나인지 못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정도이다. 그래서 난 사진 찍히기를 매우 싫어한다. 사진 찍히기 싫어하는 사람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성향 중 하나인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점은 나 역시도 보유하고 있는 성향 중 하나이다.

불행히도 난 디지털 카메라가 없다. 핸드폰도 요즘 핸드폰들에 비하면 꽤나 구형이기 때문에, 이동 중 전화 통화라는 본직에 충실한 핸드폰일 뿐이다. 그래서 간혹 디지털 카메라를 가진 친한 사람을 만나면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

평소 사물이나 사람을 자세히 보는 성향이 있어서 사진도 접사를 주로 찍는다. 접사할 것이 없어도 사진 찍는 것은 좋아하기에 셀프 사진으로 디지털 카메라 메모리를 채워 준다. 그리고 내 셀프 사진들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해줄만큼 엉망으로 나와있다. 어느 정도인가하면 여지껏 찍은 수 백장의 셀프 사진 중 세상에 나와 민폐를 끼치지 않을 가능성이 가장 큰 사진이 바로 저 사진일 정도이다. 참고로 저 사진은 셀프 사진이 아니다. (즉 셀프 사진 중 공개 할 만한 사진은 없다는 얘기)

나는 개인적으로 저 사진의 느낌을 좋아한다. 이현세님의 공포의 외인구단에서 우울함을 가진 채 악역을 맡고 있는 조연이 가질만한 이미지샷 느낌이다. (그런 캐릭터가 있던가? 긁적) 나는 이 사진을 이력서에 첨부하기도 했다! 도둑 촬영 사진이지만(당했다는 얘기) 느낌은 좋다. 평소 미소를 짓고 다닌다고 생각을 하는데, 실제 내 평소 표정은 저러하지 않을까.


아가씨 훔쳐보기의 추억

2003년 12월 12일, 햇살을 얼굴 가득 받아내며 아침을(??) 열었다.

오늘도 퇴근 길에 이쁜 아가씨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도둑놈이 되어 그녀의 미모를 훔쳐서 감상했다. 도둑질의 기본은 발각되지 않는 것. 난 그 기본을 잘 알기에 미모의 주인인 그 아가씨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조심하며 계속 도둑질을 하였다. 잠시 후 그 아가씨는 내렸다.

.....

정적 한 잔의 여유가 나를 휩쓴다. 첫 맛은 씁쓸하지만 말로 표현하기 힘들게 맛이 좋은 홍차의 끝맛처럼 지난 여름의 추억이 새록 새록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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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6월 12일 : 지하철 안에서..
지하철에서 난 이쁘장한 아가씨 옆에 앉게 되었다. 나이는 한 22~25살쯤? 몸과 고개의 각도가 90도로 꺽일만큼 고개 푹 숙이고 자더군. 조금은 약해보이게 마른 체형이긴 했는데, 어쨌건 꽤나 귀여웠다. 얼굴도 작고 이마도 동글 동글, 목 뒷선도 미끈하고.

곁눈질 곁눈질.
그녀는 의자의 맨바깥쪽, 즉 출입구쪽에 앉아서 건너편 유리에 비춰볼 수 없었다. 그래서 그 아가씨를 보기 위해서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야했다. 하지만 그러기엔 워낙 내가 순진하고 순수하다보니, 잔머리를 굴려서 순진하고 순수한 나에게 어울리는 방법을 찾기로 했다. Now loading ....

꾸벅 꾸벅 화들짝 두리번.
꾸벅 꾸벅 졸다가 열차가 정차하면 움찔 놀라듯 잠에서 깨어나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현재 무슨 역인지 확인을 하는 척 하며 그 아가씨를 쳐다봤다. 물론 그 아가씨는 자는 중이었기 때문에 내 시선을 느낄 수 없었고. 그렇게 5~6 정거장을 쳐다봤다. 10초를 쳐다보기 위해 2분간 조는 척을 해야했다.

내 잔머리가 간파 당한 걸까. 건너편의 다른 아가씨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드르르르르르르륵..
잔머리를 굴렸다. 하드 디스크 돌아가는 소리가 머리 속에서 들려오는 듯 했다. 내가 택한 방법은 정거장 수를 현재 1정거장에서 2~3정거장으로 늘리자 였다. 그리고 그녀는 다음 역에서 내렸다.

.......... -_-

나는 여전히 자(는 척 하)고 있었지만, 오른쪽 엉덩이와 허벅지를 통해 느껴지던 감각의 허전함으로 인해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하차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그대로 잠을 자버렸다. 달리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단 말인가!

쳇. 건너편 아가씨 미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