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Nov 2010
평소에 우리는 길 아래 하수도에 있는 오물을 대할 일은 별로 없지만 홍수가 나면 하수도에 잠겨 있어 보이지 않던 온갖 오물이 저절로 흘러 나온다. 하수도를 상수도로 바꾸기란 아주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비록 내가 그 길을 사랑할지라도 슬프고 씁쓸한 마음을 안고 유독 오물이 많이 나오는 하수도를 기억한다. 앞으로 마주치지 않길 바라며.
그래서 나는 의뭉한 꼴통이 싫다. 홍수가 나면 신나서 방방뛰며 정체를 드러내니까. 차라리 홍수가 나기 전에 정체를 드러냈으면...
15 Nov 2010
문득 생각이 나 운영하는 블로그들을 둘러봤다. 어떤 곳은 거의 1년째 새 글을 쓰지 않았고, 어떤 곳은 몇 달에 한 번, 어떤 곳은 시즌2를 예고하고 잠적했다.
글 쓸 시간이 없다기 보다는 글 쓸 용기가 없다. 미투데이나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곳은 그래도 간간히 글을 쓰는 건 흘려보내고 있다고 막연히 부담을 덜 느끼기 때문이다.
실은 책을 읽는 것도 부담스럽다. 앎이 아니라 안다는 느낌에 취하려 한다.
글을 쓰지 못하는 것도, 글을 읽지 못하는 것도 모두 다 허세와 허영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자 비로소 글을 쓰고 싶고, 글을 읽고 싶다.
나의 허세와 허영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외로움? 두려움?
밤에 잠을 쉬이 이루기 어렵고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