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는 것은 과거의 레코드를 돌리는 것과 같지는 않다. 그것은 추론의 과정에 더 가깝다.

기억하는 것은 과거의 레코드를 돌리는 것과 같지는 않다. 그것은 추론의 과정에 더 가깝다. (중략) 그 추론은 그들이 평소에 스토리와 사건은 어떤 식이어야 한다고 품고 있던 생각, 즉 도식에 의존한다.</p>

- “당신의 고정관념을 깨뜨릴 심리 실험 45가지” 중에서

바둑 기사가 바둑판 위에 복잡하게 나열된 바둑알을 통채로 기억해내어 복기할 수 있는 건, 모든 바둑알 위치를 기억하는 게 아니라 이야기(story)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즉, 몇 개 바둑알을 토대로 추론하는 것이다. 사람은 기억하는 데에 7+-2(플러스마이너스2)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예닐곱개 바둑알로 바둑판 위에서 치열하게 펼쳐진 전투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

그렇다면 기억력을 직접 경험이나 간접 경험, 학습 등으로 훈련하여 향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과학성 이야기이긴 한데, 경험상 늘 공부하고 경험하려 노력하는 사람이 기억력이 좋았다.

그런데 추론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야기를 구성할 핵심점을 왜곡될 경우 기억은 점점 훼손될 것이다. 이야기 장(chapter)를 연결하는 주제 단락처럼 이야기를 연결하는 지점, 그리고 그 지점을 이어주는 끈을 강하게 하는 것이 “반복”일텐데, 그렇다면 학습은 추론에 얼마나, 그리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걸까?


페이스북을 쓰며 겪는 생소한 경험

페이스북을 이용하며 국내외 여러 사람과 친구가 되었다. 세어보진 않았는데, 우리나라 사람이 60%, 우리나라 사람 외 아시아 사람이 30%, 이외 10% 정도인 것 같다. 생소한 경험은 주로 이 40%에 속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난다.

연평도 사건

북한이 연평도를 무자비하게 공격하여 군인과 민간인을 다치게 한 일이 일어나고 다음 날. 다른나라 친구들이 쪽지로 안부를 물어왔다. 대체로 여자는 대피해야 하지 않냐고 묻거나 안부를 묻고, 남자는 군대에 가는 거냐고 물어본다. 휴전 상태라는 사실이 놀랍다는 반응도 있다.

이런 일이 생길 때 다른나라 사람은 우리 사정을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하곤 했는데,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든 비슷한 반응이다.

너가 동성애자나 양성애자였으면.

갑자기 페이스북에서 한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흑심 없이 베푸는 친절은 예의가 아니라는 말을 들었는데 이 말이 영어로 무슨 뜻이냐고 물어본다. 주로 이성 사이에서 나올 법한 말이며, 흑심없이 친절을 베풀면 상대방이 그 친절을 오해하여 혼란을 겪을 수 있으니 태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이성 사이에서 예의라는 말을 7살 수준으로 설명해줬다.

그러자 그는 그 말을 한 친구가 남자이며 동성애자(gay)라고 했다. 내가 말뜻을 예를 들어 설명할 때 상대방을 여자로 가정해서 하는 말인 것.

설명해줘서 고맙다며, 혹시 동성애자나 양성애자(bisexual)냐고 물어본다. 둘다 아니라고 하자 아쉽단다. 사진 속 내 모습이 참 귀엽다면서.

아니... 그러니까 이 사진이?

어쨌든, 사람에 따라서는 연애 상대자가 꼭 이성은 아니라는 점을 체험하여 인식하게 된 생소한 경험이었다. 그나저나 분명히 페이스북에 난 여성에게 관심있다고 표기해놨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