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축하해요~!

작년에 제게 차려주었던 생일상은 지금 다시 봐도 감동입니다. 저때는 사귀고 처음으로 함께 지내는 제 생일이었고 곰손 바삐 부리며 푸짐한 생일상을 차려주었지요. 그때 감동이 아직도 은은하게 마음에 남아 겨울나기를 해냈는데, 어느 덧 처음으로 봄비 내음과 함께 당신의 생일이 왔습니다.

보답하는 마음도 있지만 순전히 당신 생일을 축하하려고 몇 가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큰 건 아니에요.

두 달짜리 일기장 사진

우선, 지난 1월 30일부터 일기를 써봤어요. 늘 당신 생각을 하지만, 그래도 유독 당신 생각이 강하게 들 때 마다 일기를 썼지요. 거창해 보이지만 실은 별 내용 없어요.

두 달짜리 일기장 안쪽 사진
(왜 아래 사진들은 작으면서 일기장 사진은 커다랗냐고 물으신다면...
가장 많은 손이 간 선물이라 애착이 가서요. 헤헤. 제가 좀 얄팍해요.)

주말에 반찬 해먹기 귀찮아서 금요일에 카레를 잔뜩 했는데 처음 만든 건 치고는 먹을만 했고 그래서 당신 생각이 났다는 자취생 일기도 있고, 사진으로 공백을 날로 먹기도 했어요. ^^

머리카락 자르고 찍은 내 사진두 번째 선물은 겉모습 다듬기였어요. 우선 머리카락이 자라서 탈색한 머리카락과 뒤섞여 지저분하던 머리카락을 가볍게 쳐냈어요. 검정색으로 염색하려하니 미용사가 그러면 탈색한 머리카락 부분이 녹는다며 말려서 그냥 가볍게 쳐냈는데 호랑이 가죽처럼 노란 빛깔과 검정 빛깔이 어우러져 새로운 느낌을 드네요. 호랑이 탈을 뒤집어 쓴 곰탱이 느낌?

또 하나는 수제비 반죽을 덩어리 져 야생스럽게 막 붙인 것 같은 뱃살을 빼고 하찮아 보이는 다리를 좀 더 쫀득 쫀득 맛깔나 보이게 몸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결과부터 말해주자면 실패했어요. 분명 뱃살도 줄어들었고 다리 꼴도 좀 더 나아지긴 했지만, 젊은 오빠 느낌은 전혀 안나네요. 3주 반짝 열심히 운동하는 걸로는 부족했어요. 이건 계속 보완해 나갈게요.

연애한날 소스코드 일부 사진다음 선물은 우리가 쓸 작은 인터넷 보금자리인 “연애한날”이었어요. 문장 끝이 좀 미심쩍지요? 맞아요. 이것 역시 완성하지 못했어요. 연애한날 서비스 일부 모습 사진만드는 도중 그만 기획병이 도지는 바람에 높은 산꼭대기는 물론 마천루까지 다녀왔어요. 정신 차리고 다시 박차를 가했지만... 아주 조금 밖에 만들지 못했어요. 이 녀석은... 4월에 있을 우리의 또 다른 기념일에 선물할게요. 비록 제가 움직임이 느린 편이라서 장담은 못하겠지만 최선을 다 할게요. 흐윽.

다음 선물은 지난 번에 예고했던 사진기에요. 성능이 뛰어나거나 기능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이 작은 녀석으로 당신이 만들어낸 멋진 결과물들을 사진으로 담으며 당신의 그 멋진 재능을 더욱 계발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요. ^^

마지막 선물은 당신이 태어나 저와 함께 하는 것에, 귀한 당신을 낳으신 당신의 부모님께, 당신을 만날 수 있게 해주신 제 부모님께도, 그리고 저를 사랑하고 제 사랑을 받으며 이 세상을 함께 하고 있는 당신께 고마움을 담아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생일을 축하합니다.


블로그 컨퍼런스 다녀 온 후기

피곤한고로 소프트뱅크, 다음, 네이버에겐 참으로 미안하지만 짧게 적으려 합니다.

좋았던 점

  1. 류춘수님, 박범신님, 한비야님 강연은 참 좋았습니다. 박범신님과 한비야님 때문에 간 것인데 만족했습니다. 류춘수님은 큰 기대 안했는데 참 재밌고 유익했습니다(인테리어 말고, 큰(?) 건축 얘기를 들을 자리가 흔치 않기도 했지만 내용도 좋았습니다).
  2. 도우미분들 진행이나 역할은 만족스러웠습니다.
  3. 약 1,000명이 모인 것 같은데 별 사고나 혼란없이 깔끔하게 진행이 이뤄진 점도 괜찮았습니다. 근데 만일 정말 원래 계획(?)대로 2,000여명이 모였다면 좀 많이 좁았을 것 같긴 하더군요. 아무튼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모였는데도 운용은 참 잘되었고, 많이 준비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안좋았던아쉬웠던

  1. 정수일 교수님 강연 내용은 알찼지만, 전달력이 참 아쉬웠습니다. 메아리 기법(?)도 집중력을 떨어뜨렸고, 발음도 안좋았고 진행도 답답했고.
  2. 괜찮은 강연이 많았다고 생각은 하는데, 너무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강연을 듣고 나서 같이 온 사람들과 함께 방금 들은 강연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싶은데 그럴 시간을 안주더군요. 입사교육(OT) 받는 기분이 들 정도였습니다. 분명 컨퍼런스 큰 주제는 “대한민국 블로거들의 만남”인데, 단지 만나는 장소와 동기만 부여했을 뿐 만남이 갖는 가치를 일으키기 힘든 행사 진행이었습니다. (물론 쉬는 시간은 있었지만 화장실 가고 목 말라서 5층에 내려가 마실 것 마시고 나니 쉬는 시간 끝.)
  3. 각 강연 시간이 너무 짧았습니다. 강연자 분들께서 시간이 부족해서 한참 흐름을 탈 때 강연을 중단하는 점은 참 안타까웠습니다. 소통과 공감이 일어날 때 끝났거든요.
  4. 블로거들은 서로를 필명으로 기억하고 알고 있을텐데, 참가 신청을 본명으로 받았던 점은 분명 행사 취지나 성격에 대단히 어긋난다고 봅니다. 이름표에 결국 필명을 다시 적어서 이름표도 지저분해 보였고요.

오늘 쉬지 않고 열심히 달린 것 같은데 머리에 인상이 남질 않은 자리였습니다. “준비 많이 했구나” 하는 인상은 강하게 받았지만, 머리에 강한 인상이 박히는 컨퍼런스라는 느낌은 안듭니다. 오늘 내가 대체 뭘 했지? 하는 허무함. 과유불급.

후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