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Oct 2007
오늘 10월 25일은 내 음력 생일이다. 음력 생일은 집에서 쇠고 밖에서는 양력 생일인 10월 23일을 쇤다. 음력 생일은 집에서 쇠니 미역국이나마 거르지 않고 받았지만, 양력 생일은 이런 저런 이유로 꽤 오래도록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지내지 못했다.
올 해는 다르다. 음하하. 우선 여자 친구에게 쿠션을 받는 것으로 시작했다.

집에서 벽에 기대어 책 볼 때 등이 불편하다는 말에 이런 기특한 선물을 보내왔다. 한 3cm정도는 푹신하게 눌리는데 그 이상은 무게를 버텨준다. 너무 눌리면 몸이 바닥에서 미끄러지고 너무 단단하면 등이 불편한데 딱 적당하다.
두 번째 선물 역시 여자 친구가 준 선물. 생일상이다.

사진을 누르면 보다 자세하게 볼 수 있음.
가난한 자취 대학생이 상다리가 흔들리도록 차리느라 정말 고생도 했고 무리도 했겠더라. 고마워요~!
세 번째 생일 선물은 이초 어린이가 사준 책 세 권이다.

요즘 내 주머니 속은 완전히 개발 대상 지역 수준으로 가난해서 책을 거의 못샀다. 보고 싶어도 은근히 비싼 탓에 사지 못했던 책 세 권, 앨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 피터 드러커의 “미래 경영”, 에릭 바인하커의 “부의 기원”이다. 주문은 내 계정으로 하고 입금을 이초가 해준 덕에 적립금 약 7,000원도 내가 챙겼다. 책 잘 볼게! 올 해 4분기는 읽을거리 푸짐하네!
네 번째 생일 선물은 내 정겨운 벗인 행복고양이께서 사준 MCM 열쇠걸개이다.

철렁 철렁 시끄럽게 열쇠뭉텅이 들고 다녔는데, 소리를 떠나서 모습 자체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런데 작은 지갑처럼 생긴 열쇠걸개가 붙어주니 보기 그럴 듯 하더라. 게다가 안쪽엔 사진을 넣을 수도 있다. ^^
다섯 번째 생일 선물은 캐나다에 살고 있는 기나가 책을 보내주기로 했다. 근데 바쁘다고 아직 미처 못보냈다고 한다. 뭐, 언젠가는 보내주거나 들고 오겠지. 히히. 미리 고마워, 기나!
그리고 물질 선물은 아닌 선물도 푸짐하게 받았다. 내 미투데이에서 많은 축하를 받았고, 내 대만 친구인 Lienya도 방명록에 생일 축하 인사말을 남겨주었다. ^^
모두 모두 고맙습니다! 정말 풍요로운 생일(양력, 음력)을 보냈습니다!
24 Oct 2007
왼쪽 귀가 좀 약하다는 생각을 하곤 했지만, 요즘 부쩍 왼쪽 귀가 안좋아졌다. 조금 강한 소리가 들리면 귀 안쪽이 은근히 아프고, 가끔 귓 속에 작은 벌레 한 마리가 들어가 가구 배치라도 다시 하는 듯한 긁적 긁적 소리가 들린다. 귓밥을 파면 늘 왼쪽이 더 푸짐하다.
턱 관절이 안좋거나 몸이 잘못 휘어서 그런다는 말도 있는데, 내 생각엔 오래도록 이어폰을 써온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요즘엔 소리를 크게 키우지 않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옆사람에게 소음일 정도로 크게 들었다.
참 예민한 귀를 가져서 뭉개진 소리나 밋밋한 소리도 잡아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곤 한다. 청력 자체가 좋다기 보다는 놓치지 쉬운 사소한 소리들까지 잘 낚아챈다. 근데 왼쪽 귀 상태가 안좋아지면서 간혹 고주파 소리가 왼쪽 귀 안쪽에서 울리곤 하고, 그러다 보니 귀가 예전처럼 예민하게 반응하지 못한다.
더구나 요즘엔 사오정과 의형제 맺을 정도로 말을 못알아 듣는다. 조금만 못알아 듣는다 싶으면 다른 나랏말로 들리기 일쑤고, 명백한 우리말이라도 말을 잘못 알아 듣곤 한다. 난청이 되고 있나보다. 아직 한창인 나이인데 벌써 이러나, 덜컥 겁이 나서 요 며칠 휴대용 MP3 재생기를 들고 다니지 않고 있다. 듣는 것이라고 해봐야 영어나 일본어 회화이지만, 종류가 무엇이건 귀에 부담을 주지 않기로 했다.
며칠. 며칠. 그리고 며칠.
새삼 세상은 참 시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소화 불량에 걸린 듯한 버스가 개스를 개워내는 불편한 소리와 간간히 귓속으로 강하게 파고드는 원치 않는 버스 음성 광고, 화가 난 듯 쿠릉대는 지하철과 전달에 온 힘이 실린 행상꾼의 외침. 정체는 있지만 정체를 느낄 수 없는 정체 모를 온갖 소리들이 어지럽게 뒤엉켜 내 귀와 머리와 뒷목을 때린다. 다 먹고 살자고 내는 소리인데 그 소리에 숨이 턱 막혔다.
소리를 피해 소리가 닿지 않을 곳으로 피하면 머리 위에서는 형광등이 일하는 고주파 소리를 들려준다.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다. 감시하듯 늘 내 머리 위에 있는 각종 조명 기구들이 내는 소리는 고막을 보호하려 귓구멍을 막은 내 손가락 마저 뚫어서 머리 속을 직접 울린다. 아니, 어쩌면 내 머리 속에서 내게 순종과 순응을 명령하는 어떤 작은 무엇이 형광등으로부터 빛이라는 끼니를 얻고선 쮜이이이이이-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지도 모른다.
이쯤되면 왼쪽 귀가 아퍼서 겁이 나는 것보다 내가 정말 살고 있는건가 반문하는 겁이 더 크다. 쉽지 않다. 보이지 않는 큰 손이 형광등을 통해 우리에게 끊임없는 명령을 머리에 집어 넣고, 그 소리를 감추기 위해 살려고 발버둥 치는 땀내나는 소음들을 일으키는 건지도 모르잖은가.
후욱.
귀삽에 퍼담긴 귓밥은 얼마 안됐다. 좀 찐득한 느낌도 든다. 잠깐 개운하더니 이번엔 귓 속이 아려온다. 침을 거칠게 꿀꺽 삼키며 기압으로 잠깐 제압해본다. 어차피 헛된 조치임을 알면서도 잠시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헛된 몸짓을 해본다.
오늘도 내 왼쪽 귀는 이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