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급 공연
16 Oct 2007아침을 먹었는데도 배 속은 출출하다. 운 좋게 빈 자리가 금방 나서 앉았다. 뒤에서 말 소리와 기타 줄 튕기는 소리가 들린다.
얼마 전 서울 대학교에 공연 초청을 받아서 공연을 했다고 한다. 세계 최고인 교수와 인사들을 앞에 두고 공연을 했다는 그의 말에 자부심이 잔뜩 뭍어 있다. 그러다 우리나라에 있는 일류 대기업들의 대주주인 회장과 인사를 하게 됐는데 그 분에게 멋진 계획을 들었다고 한다.
전 세계에 있는 1,000여 개 방송을 볼 수 있다고 한다. KBS, EBS, 케이블 방송 등을 모두 통합한 방식이기 때문이란다. 화질은 최고급, 가격은 가장 저렴하며, 자신이 외국에서 불러 인기 끈 노래도 나온다고 한다.
약 10분간 나오는 드래곤볼 같은 이야기-손오공의 전투력이 53만을 찍었는데 후리자(프리더)는 55만이라는 둥, 누구와 누구가 합체하면 후리자도 밥이라는 둥, 나중에 손오공이 싸워서 자신의 똘마니로 만든 애들을 모두 흡수해 우주의 우주의 우주의 우주의 할아버지에서도 가장 강해진다는 둥-를 하면서 '최고급', 혹은 '최고'라는 낱말을 손오공이나 프리더가 싸울 당시 전투력에 필적하는 53만 번이나 55만 번쯤은 하는 것 같았다.
자신이 현재 기타를 들고 있고 기타로 노래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듯, 옆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아니 옆사람에게 이야기를 하며 기타 줄을 튕겼고 가끔 작게 흥얼거렸다. 세계 최고급 방송이 등장하며 세계 최고급 화질과 음질, 그러나 세계에서 최고 싼 값 등등 이야기하랴 자신이 서울 대학교에서 공연한 이야기하랴, 가끔 기타 줄 튕기며 작게 노래 흥얼거리랴 바쁘시다.
방이 사거리쯤 이르자 그는 갑자기 큰 소리로 자신을 소개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라이브 가수 조**입니다. 반갑습니다. 오늘 제가 여러분께 노래 한 곡 불러 드리겠습니다. 외국에서 히트 친 노래입니다. (박수를 기대한 듯 잠깐 멈칫하다가) 여러분들께서 원하지 않으면 부르지 않겠습니다. (반응을 잠시 기다렸으나 다들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네, 감사합니다. 아무도 반대하시는 분이 없으셔서(이때 몇 몇 사람은 맨 뒤에 앉은 그를 뒤돌아 쳐다보며 어떤 말을 눈빛으로 쐈다)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던 사람이 그를 말렸다. 전화 통화하는 사람도 있고 자는 사람도 있으니 소란 피우지 말자는 얘기였다. 비록 그의 기타는 조율이 안되어 줄 털리는 소리가 났고 이야기에선 진실함을 느낄 수 없었으나 진지한 마음은 있었다. 즉, 단순히 미친 사람은 아니었다.
“여러분, 제가 노래 한 곡 띄워 드리려 했는데 옆에 앉은 젊은이가 시끄러울 수 있다고 해서 지금 부르지 않겠습니다. 대신 송파 구청 역에서 버스가 신호에 걸리면 노래 한 곡을 들려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잠시 후, 송파 구청 역에 달하자 그는 성큼 성큼 걸어나가 버스 가운데서 노래 시작을 공지하고는 기타를 둘러 맸다. 야속한 신호등. 이상하게도 그날따라 좌회전 신호는 길었고 신호를 타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버스는 좌회전을 타고 매끄럽게 잠실역을 향해 멈춤 없이 달렸다. 그는 "오매~"하며 당황하더니 손잡이를 잡고 공연을 취소했다. 결국 그의 입과 손을 막은 것은 버스 기사의 과감한 운전 솜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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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 15일에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