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3년. 누리집 10년

개인 누리집 10년

1997년 초에 내 개인 누리집을 열었다. co-lan이라는 19200bps (Bit Per Sec. 3mb(약 3분)짜리 mp3 하나 받는데 약 30분 걸림) 빠르기로 작동하는 정액제 인터넷 서비스를 썼는데 거의 의무처럼 함께 쓰는 것이 코넷(kornet)이었다. 코넷에 가입하면 계정을 주는데 내 계정이 있던 곳은 소백 서버. 달리 누리집을 만들 곳이 없어 코넷에 있는 내 계정에 만들었고, 그래서 주소는 http://soback.kornet.net/~gnasoft 였다.

딱히 개인 누리집이라 부르기는 어렵다. 그냥 HTML 연습 삼아 만든 거였다.

개인 누리집이라 부를만한 을 만든 때는 같은 해 봄이었다. '대구넷'이라는 곳에서 용량 제한 없는 무료 계정 서비스를 하길래 가입한 뒤 친구에게 일본 만화 영화 O.S.T mp3를 받아갈 수 있게 했다. http://home.taegu.net/~gnasoft 이었다. 그때 mp3를 20개 정도 올렸는데 지금 생각나는 것은 '레이어스 2기 Opening 노래'이다. 꽤 명랑한 노래이다. 아, mp3는 나우누리에 있던 anc (Animation N(&) Cartoon)이라는 동호회 자료실에서 받은 것이다.

어느 날 대구넷에서 제한을 가했고, 코넷에서 개인 누리집을 제대로 만들었다. 게임 제작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었다. 1998년엔 아버지 사업자등록증을 이용해서 당시 내가 쓰던 애칭을 이름으로 하는 co.kr 도메인도 사서 운영했다. 당시 정무식님이 내게 게임 개발자 누리집을 함께 만들자고 제안했는데 내 개인 누리집 꾸리는 것도 손이 많이 가서 난 거절했다. 아마 이준곤님과 뭔가 교류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린 것 같다. 몇 개월 뒤(1999년) 정무식님은 한국 게임 개발자 협회 (kgda)를 열었다.

아주 유명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게임 제작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 중 쓸만한 누리집으로 하루에 100~200명은 왔다(요즘엔 우스운 수치지만 저 당시엔 제법 많은 수치이다!). 지금이야 블로그쪽 조금 돌아다니다보면 게임 관련 일로 먹고 사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지만, 1997~1998년엔 아주 드물었다. 일랜시아의 아버지라 불리는 데에시스님(노창균)을 비롯해 몇 몇 개발자들 누리집이 있긴 했지만, 그 수 자체는 무척 적었다. 그래서 희귀성 덕에 내 개인 누리집도 연결(link)한 곳을 심심찮게 봤다.

2000년 초에는 위쯔님이나 서풍님 활약이 두드러졌고 난 기울었다. 저분들을 비롯해서 많은 분들이 '짜근 커뮤니티'라는 이름으로 뭉쳐 잘 나갔고, 나는 일로는 돈 벌 궁리, 취미로는 웹 프로그래밍으로 조용히 잠수하듯 지냈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짜근 커뮤니티 시절에 잘 나가던 주류 세력인 분들은 지금도 잘 나가시는 것 같다.

이후.
한동안 찌질이로 지내다 2002년 가을에 누리집을 닫았다. 2002년부터 phpbb 매력에 빠져서 잠깐 다시 열어서 2003년 말까지 잠깐 운영했다가 다시 닫았다.

그리고...

블로그 3년

블로그를 시작했다. 내가 블로그 모습을 갖춘 누리집을 처음 연 곳은 네이버 블로그였고 때는 2003년 11월 말이다.

2003년 초에 미니홈피에서 더 열려 있고 위키위키보다 생각 나누기가 쉬운 새로운 개인 매체 서비스를 만들려고 잔머리 굴리다가 접한 낱말이 블로그였다. Movable Type이라는 놈을 깔려다가 어떤 이유로 작동하지 않아 한동안 신경 안썼는데 네이버 블로그라는 놈이 예쁜 모양새로 나와 관심을 끌길래 시작했다.

이후 이글루스에 잠깐 있다가 2004년에 태터툴즈를 기반으로 해서 http://blog.hannal.com 을 열었다. 태터툴즈에서 글걸기(Trackback)를 할 수 없는 사람이 생기는 일이 있었는데 php 보안 정책 때문이었다. 그래서 난 python으로 이 문제를 우회하는 보조 도구를 만들어 배포했다. 그 덕분에 내 블로그에 오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 도구를 만든 이유는 태터툴즈를 쓰는 사람을 위함이 아니었다. 2003년부터 python에 관심을 가졌다가 시험 삼아 뭐 하나 만들면 좋겠다 싶어했는데 마침맞게 저런 일이 생겼다. 그래서 python으로 만들었다. 재밌게 만들긴 했는데 python 특성과 장점을 살리기엔 능력도 부족했고 도구 자체도 퍽 단순했다.

어느 날, 태터툴즈용 방명록 보조 도구(module)를 만들다가 그런 거 만들지 말라는 JH님 공지에 발끈해서 태터툴즈를 쓰지 않기로 했다. 아직 개발이 안정화 되지 않은 상황이라서 주변에서 태터툴즈를 확장하는 무언가 나오면 판(version) 관리하기 까다롭기 때문에 그러한 정책을 내세우신 듯 하다. 옳은 판단이긴 한데 난 그런 정책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옳고 그름이 아니라 좋고 싫음 문제였다. 그래서 한동안 직접 블로그 도구를 만들다가 Wordpress를 만났다. 확장성을 이유로, 그리고 분석을 이유로 Wordpress로 갈아탄 때가 2005년 봄이다.

이런 저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많은 걸 배웠다. 내 지난 글과 비교하면 지금 글은 한결 자연스런 우리말과 우리글 시늉을 내고 있다. 정치 성향도 좀 바뀌어서 성격 급한 진보에서 합리와 평등을 위한 보수주의를 좇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이런 성격을 가진 정당으로 성숙하길 바라고 있는데 한나라당과 별 차이 없는 수구 정당이 되어가서 마음을 아파하며, 진보 정당인 민주노동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노무현 대통령의 개혁과 진보 정책과 어울리지 못해 화가 난 요즘이다.

블로그를 열고 3년 동안 내가 쓴 글 개수는 약 900개이고, RSS 구독자 수는 약 200여명 내외(추정치), 하루 고정 방문자 수는 500여명이다. 500여명 중 200~250여명은 검색기에서 뭔가를 찾다가 오고 있는데, 재밌는 점은 하루에 20~40명이 여자 가슴이라는 걸 찾다가 이곳에 온다는 점이다.

지난 2006년 10월 12일부터 약 2년 가까이 쓰던 hannal.com 을 버리고(?) hannal.net 을 쓰고 있다. hannal.com 으로 어떤 짓을 하려고 개인 글씀판을 hannal.net 에 전담한 것이다. 이것 저것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있는데 2007년에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비주류

나는 왼손을 잘 쓴다. 그래서 공간이 좁으면 마우스를 자판 왼쪽에 두고 왼손으로 다룬다.

나는 세벌식 자판을(정확히 말하자면 세벌식 최종) 쓴다. 두벌식도 잘 쓰지만 세벌식을 더 좋아해서 세벌식을 쓴다.

Windows 계열 운영체제(XP라던가)를 쓸 때 시작막대(task bar)를 대체로 오른쪽에 둔다. 나는 옆으로 늘어 놓기 보다는 위 아래로 무른모(Software) 창(Window)을 늘어 놓기 때문에 위 아래 공간이 좁으면 답답해한다. 그래서 화면 해상도를 감안해서 대체로 오른쪽에 시작막대를 둔다.

나는 2년 이상 Firefox를 써오고 있다. Mac OS 계열에서 뿐 아니라 Windows 계열을 쓸 때도 Firefox이며, Windows 계열에서 Internet Explorer 아이콘은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처박아 뒀다.

이 세 가지 성향을 종합하면 사람들이 내 컴퓨터를 쉽사리 건들지 못하는 조건이 된다. 여기 내 컴퓨터로 네이버에 방문해 뭔가를 찾아보려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마우스 오른쪽 단추가 왼쪽 단추 시늉을 내는 왼손 마우스를 힘겹게 움직여 시작 단추를 찾지만 시작 막대는 아래에 없다. 어영 부영 오른쪽에 있는 시작 막대를 찾아 Internet Explorer를 찾는데 보이지 않는다. 이리 저리 헤맨 끝에 Internet Explorer를 열은 뒤 네이버에 접속했다. 그리고 검색란에 한글을 치려는데 자꾸 이상한 글자가 쳐진다. 예를 들어 “한날”이라는 낱말을 치려는데 자꾸 ㅡㄱㄴㄴㄱㅏ이라는 글자가 쳐진다. 세벌식에서 gksskf은 ㅡㄱㄴㄴㄱㅏ 이니 당연한 결과이다. 세벌식에서는 mfshfw이라고 쳐야 한다. 아무리 잘 쳐보려 해도 한글이 제대로 쳐지지 않아 이윽고 포기한다.

컴맹인 그 사람은 내게 확고한 얼굴로 말한다.

“컴퓨터에 바이러스 걸렸나봐요.”

미안해요. 내 취향과 편함에 맞춰 설정을 하다 보니 비주류처럼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