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Aug 2006
혼자서 Outback Steak house에서 밥 먹으려다 친절 아닌 친절을 받았다는 글을 읽고 꽤 웃었다. 얼마 안되긴 했지만 나도 혼자 다니다 저런 친절 아닌 친절을 받고 받지 않아도 될 곤혹스러움을 받곤 했었다.
난 귀찮아서 밖에 잘 나가지 않는다. 생략하거나 뒤로 미룰 수 있으면 약속도 잘 안잡는다. 하지만 가끔 극장에서 보고픈 영화가 있거나 (매우 드물게)먹고 싶은 것이 있거나 (몇 달에 한 번일 정도로 드물게)원두 커피가 마시고 싶을 때는 어쩔 수 없이 밖을 나간다. 우리 집은 극장이 아니며, 나 하나의 입맛을 위해 어머니께 먹고픈 것을 주문하기도 그렇고 재료 사러 시장 가는 것도 귀찮으며, 우리 집에 있는 커피는 프림과 설탕 가득한 즉석 커피 분말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극장이나 짝 지어 들락 날락거리는 밥집은 혼자 나다닐 때 남의 눈길을 가끔 받는다. 나이가 어릴수록 혼자인 날 더 자주 쳐다보거나 대놓고 쳐다본다. (그래서 난 많은 중고등학생의 분별 없는 만용이 예의 없음이 싫다) 가끔 친절한(?) 종업원은 왜, 정말 혼자(왔느)냐고 물어본다. 그럼 나보고 어쩌라고?
그래도 별다방이나 콩다방같은 값 비싼 커피 가게는 혼자 책이나 노트북을 들고 와서 제 할 일 하는 사람이 제법 많아서 그런지 별로 눈길을 받지 않는다. 별다방은 무료로 무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고, 오늘의 커피 작은 잔은 값도 다른 마실거리에 비해 저렴하고 맛도 괜찮다. 3~4천원이면 더위도 피하고 맛 괜찮은 커피를 즐기며 홀로 할 일을 할 수 있다. 책이나 모니터 보던 눈이 아프다 싶으면 가게 안을 휘~ 둘러보며 예쁜 아가씨를 볼 수 있어 좋은 점도 있다(눈요깃감이 된 예쁜 아가씨들에게 미안한 일이다만).
단, 한 가지 불편한 점이 있다. 화장실이 그것이다. 난 물을 많이 마시는 편이라서 화장실도 자주 간다. 가방에 짐을 주섬 주섬 담아 화장실에 다녀오면 누군가 내 자리를 맡고 있고, 중요한 짐(지갑 등)만 챙겨가자니 영 다른 짐이 걱정되어 오줌발이 시원찮아 진다. 노트북을 가져가기라도 하면 가방에 짐을 싸고 가지 않을 수 없다. 대체로 오줌보가 터질 지경이 될 때까지 참고 참다가 가게에서 나올 때 화장실을 가는데 참 괴로운 일이다.
아주 방법이 없는 건 아니어서 주문 받는 종업원 바로 앞에 자리를 잡고 화장실 갈 때 자리 좀 봐달라고 하는 것이다. 근데 이 자리는 사람 발길이 많은 곳이라 책이나 노트북을 들여다보기 신경 쓰인다. 그런 곳에 가서 노트북으로 야동(야구 동영상...흐흐)을 보는 것은 아니지만, 성격이 꼬인 탓인지 누가 내가 보고 있는 화면을 함께 들여다보면 집중을 할 수 없다.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져 그런 사람을 겨냥한 상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 혼자 먹기 적당한 양으로 포장된 과일이나 채소가 흔히 볼 수 있는 예. 이런 상품처럼 각 자리마다 잠글 수 있는 붙박이 상자가 있어 그곳에 보관하면 참 좋겠다.
27 Aug 2006
내 얘기
요즘 사람 많은 곳을 잘 다니지 않았다. 올블로그도 마찬가지였는데, 올블로그에 성인 오락실 얘기가 많을 줄 알았는데 작년 초에 화제가 됐었던 RSS 전체 공개와 부분 공개 이야기가 오랜만에(?) 반복되고 있었다. 시발점은 사뭇 다르지만 그 이후 돌고 도는 얘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난 글 내용 전체를 RSS로 제공한다. 제법 오래 전에는 글 내용 부분을 RSS로 제공했지만 내가 다른 사람 글의 부분을 RSS로 읽다보니 무척 불편하여 바꾸게 되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부분 공개를 하기 위해 요약문을 쓰는 것이 대단히 귀찮기 때문이다.
부분 공개를 하더라도 제대로 된 요약문을 제공한다면 큰 불편이 없다. New york times의 RSS를 보면 Outlines Emerge for a Shaken New Orleans라는 기사의 요약문을 아래와 같이 제공하고 있다.
Somewhere between the extravagant visions of the boosters and the gloomy predictions of the pessimists lies a glimpse of the city’s real future.
이 내용은 본문의 앞부분 일부를 잘라낸 것이 아니라 기사 자체 내용을 담는 요약문을 따로 쓴 것이다. 난 이 요약문을 보고 기사 전체를 읽을지 말지를 결정한다.
나 역시 RSS 부분 공개를 하던 때에는 저런 요약문을 쓰려 노력했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렵다기보다는 귀찮고 까다로웠다. 그래서 나도 편하고 남도 편할 답인 RSS 전체 공개를 하기로 했다. 정말 제대로 된 요약문을 제공하지도 않으면서 RSS를 부분 공개로 제공하는 곳이 있다면? 어지간해서는 그곳엔 방문하지도 않고 RSS도 읽지 않는다. 그 사람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그곳 글은 그곳이 아니더라도 읽을 수 있다. 누군가 퍼가서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글의 질이나 깊이, 주제를 감안하면 다른 누군가는 비슷한 주제에 비슷한 수준으로 된 글을 RSS 전체 공개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가끔 흔치 않게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글을 쓰는데 RSS도 부분 공개인 곳이 있다면 어쩔 수 없이 RSS 구독기에 RSS를 등록한 뒤 그 사람이 새 글을 썼나 안썼나 확인하는 쓰임새로 쓴다.
블로그 얘기
RSS 전체 공개가 블로그 철학인지는 자신있게 말은 못하겠지만, 블로그 철학에 더 가깝다고 생각은 한다. 블로그라는 도구를 기획하고 만든 최초자가 있고 그 사람이 그렇게 주장해서가 아니라, 블로그라는 놈 자체가 그런 형태이다. 블로그가 우리가 흔히 쓰던 방명록처럼 생겼다고 해서 방명록이 블로그라고 할 수는 없다. 블로그의 매우 큰 줄기인 RSS와 글걸기(Trackback)가 방명록엔 없기 때문이다. 소통 단위를 개인 단위로 더 작게 하면서 그 작은 단위간 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 특징이 블로그엔 있다. 아니, 그것이 블로그의 전부나 마찬가지이고 그것이 곧 블로그의 철학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RSS 전체 공개를 하는 것이 블로그 철학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고, 라띠라는 분처럼 사람에 따라서는 블로그 철학 그 자체라고 말 할 수도 있다.
이런 철학은 방향 제시와 목표일 뿐이다. 그런 철학을 의무 정책으로 하여 강제하는 것도 아니다. 소통 단위를 개인이나 소규모로 줄이면서 그 단위간 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게 하려고 RSS나 글걸기 기능을 넣은 것이지, 소통을 원활히 하도록 반드시 이러 이러하게 행동하라고 RSS나 글걸기 기능을 넣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철학을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틀린 것도 아니고 블로그를 블로그답게 쓰는 잘하고 못함도 아니다. 저런 철학이 담긴 블로그라는 도구를 쓰는 것이지, 저런 철학을 지켜야만 쓸 수 있는 도구를 쓰는 것이 아니다.
남 얘기
글 내용 전체를 RSS에 담을지 일부만 담을지는 자기 마음이다. 개인은 말할 것도 없고, 이익에 충실한 기업들도 회사 정책과 계획에 따라 어떤 곳은 글 내용 전체 공개를 하고(별로 없긴 하다) 어떤 곳은 부분 공개를 한다. 약간 차이가 있다면, 기업이나 단체는 글이나 기사 앞부분 일부만 달랑 잘라서 부분만 공개하는 것은 이익보다 손해가 많다고 판단해서인지 요약문을 따로 제공한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배려일 뿐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글걸기 기능을 막던 RSS를 제공하지 않던 문제될 것 없다. 블로그를 블로그답게 쓴다는 것. 안쓰면 어쩔건데? 블로그를 블로그답게 쓰면 뭐라도 해줄건가? 블로그를 블로그답게 쓰면 그만이고, 블로그를 블로그답게 쓰지 않아도 그만이다.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을 먹나요. 젓가락질 잘 못해도 밥 잘 먹어요. 하지만 주위 사람 내가 밥 먹을 때 한 마디씩 하죠. 너 밥상에 불만 있냐?
라고 DJ Doc는 노래를 불렀다. 그럴 필요 없다. 밥상에 불만 있건 말건 대체 내게 당신에게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숟가락으로 밥을 떠먹건 숟가락으로 땅 파고 탈옥을 하건 도구는 도구일 뿐이다. 다만, 제대로 된 요약문을 제공하지 않고 글 앞부분 일부만 잘라 제공하면서 부분 공개라 하는 RSS와 그곳 누리집을 아예 읽지도 방문하지도 않는 나같은 사람은 분명 있을테고 그런 사람은 떨궈져 나갈 것이다. 되도록 많은 사람이 자신의 글을 보길 바라는 사람이나 단체라면 손해이긴 하다. 그러니 기사를 제공하는 곳은 내용 전체를 RSS로 제공하던지, 그게 싫으면 제대로 된 요약문을 제공했으면 좋겠다. (Wired korea! 당신 얘기야!!! 낚시하려는 의도로 기사 제목 쓰는 것보다 기사 보기 더 나빠!)
그런데.
따지고 보면 라띠님의 블로그 정신, RSS 전체공개의 당위성이라는 글은 이러 이러하니 전체 공개를 하자는 주장이지, 전체 공개를 하지 않는 당신들은 사파이고 틀려먹었다는 식의 내용은 단 한 줄도 없다. 도대체 왜 발끈하는 사람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라띠님 글에서 블로그 정신이나 철학을 운운하긴 하지만 단지 그정도일 뿐, 그걸 지켜지 않으면 뭐 어쨌다는 내용이 있나? 지키지 않으면 그만이다. 애초 그런 것을 마음에 담아두고 블로그 시작한 것도 아니면서 뭘 그러는 건지. @_@
그나저나 태터툴즈는 요약문 쓰기 기능이 없던데 이런 기능 안넣어주나? Wordpress와 비교하기 좀 그렇지만, Wordpress는 요약문 쓸 공간이 따로 있어서 요약문으로 부분 공개할 수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