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오후의 잡담
20 Aug 20061
Mac OS X용 문서 관리 도구인 devonthink에 조금 익숙해졌다. 단순히 자료 집어넣는 습관이 조금 든 정도이지 꺼내보고 분류하는 건 영 어색하니 실제로는 '조금 익숙'이라는 말에도 못미치지만.
결혼에 대한 자료를 찾아 다니다 괜찮다 싶은 정보가 있으면 긁어다 devonthink에 넣던 중 육례(여섯가지 예절) 이야기라는 pdf를 찾았다. 육례란 가례(관례, 혼례, 상례, 제례)에 속하는 4례와 공례(향례, 상견례)에 속하는 2례를 합한 것이다. 1994년에 발매되었다 지금은 절판된 책을 pdf로 공개한 것이다. 900쪽을 넘는 방대한 양인데 난 그것도 모르고 별 생각없이 이 pdf를 devonthink에 집어넣다가 한참을 CPU 냉각기 돌아가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힘겹게 5분 가까이 pdf를 devonthink에 넣던 내 맥북은 한참을 달린 사람이 숨을 헐떡이다 서서히 숨이 가라앉듯 CPU 냉각기를 조금씩 줄여나가더라.
애썼어, 맥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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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례이야기를 겪다보니(?) 이 책을 낸 안동권씨 누리집에 관심이 생겼다. 저 책도 안동권씨 사람이 낸 책으로 안동권씨 누리집에서 배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 가문에 자부심이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으며 어떤 책 소개를 보러 갔다. 아직 준비 중이라는 안내가 있는데 그 바로 아래 문장에서 묘한 어색함을 느꼈으니 ...
라고 한다. 뭐랄까. '기대하세요'보다 '기대하심이 옳습니다'라는 말이 더 재밌는데, '기대해보세요'는 묘한 도전감이 느껴진다. 어디, 기대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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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RSS구독기인 Hanrss를 쓰지 않고 Mac OS X용 RSS구독기인 Netnewswire를 쓰기 시작했다. 아직 손에 익지 않은 탓에 Hanrss보다 훨씬 좋은 무엇을 찾지 못했지만, devonthink와 연계하기도 Hanrss(정확히는 Firefox)보다 편하고 찾기 기능도 있어 좋다. Mac OS X의 spotlight와 연계되지 않는 점이 아쉽지만.
수개월간 잘 쓰던 Hanrss를 쓰지 않기로 결정한 이유는 New york times RSS를 읽을 때 화면이 이상하게 깨지기 때문이다. 처음엔 내가 Hanrss의 단축 글쇠를 잘못 눌러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아무리 관련 단축 글쇠를 눌러도 원래 화면으로 되돌아가지 않는 걸 보니 잘못된 기능 작동이다. Netnewswire를 쓰고픈 마음도 있었기 때문에 이참 저참해서 갈아탔다.
어쨌건 RSS구독기로 몇 십 군데 글을 읽다보면 내가 직접 찾아 방문하는 누리집이 점점 없어진다. 4년 전만 해도 하루에 40군데를 찾아다녔는데 이젠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누리집 찾아다니는 일이 줄었다. 동호회 누리집도 예전같지 않아서 올라오는 글 상당수가 어디에서 퍼온 것이고 개인이 만든 정보물은 별로 없다. 재미나거나 흥미로운 글은 블로그 곳곳에서 돌고 도는데다 그런 글은 대체로 안봐도 그만인 소모성 정보인지라 동호회 게시판은 풍요롭지만 무척 빈곤하다.
누리집을 돌아다니며 노는 데 보내는 시간이 만만찮았는데 이젠 다니는 누리집 수도 많이 줄었다. 아니, 거의 없다. 그런데 일일이 많은 누리집을 돌아다니던 때보다 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묘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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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논문을 보려고 여러 도서관 누리집을 들렀다. 이것 좀 볼까, 하고 논문 이름을 눌러보면 대부분 개요만 제공하고 본문을 보려면 논문 파는 곳에 가서 돈 주고 사서 보던가 도서관에 와서 보라고 한다. 젠장. 가서 보려고 했으면 내가 왜 누리집에서 찾고 다니겠냐. 집에서 보려고 방문한 것이지. 논문을 들여다 볼 가치가 사람이 직접 몸을 이끌고 방문해서 신원 조회 대주고 훔쳐가지 못하게 적당히 감시 당해주는 가치보다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나빠진 논문이시다. 도서관의 닫힌 정책 때문에 애꿎은 논문들만 내게 욕 먹고 있다.
치사해서(?) 대학간다. 기왕 가는 거 도서관 괜찮다는 서울대학교 가고 만다. 퉤퉤.
덧쓰기 : 참 공교롭다. 도서관에 대해 투덜거린 오늘 '2006 세계 도서관 정보 대회'가 열렸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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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지식이나 경험을 발표하는 사람은 위키피디아이나 자신의 누리집(블로그건 아니건)에 발표를 했으면 좋겠다. 책으로 낸 것도 아니고 관련 간행물 정도에만 발표하니 찾기도 힘들고 보기는 더 힘들다. 특정 집단이나 단체만 볼 수 있거나 보려면 돈을 내야 하는 것이 아닌, 즉 자유롭게 누구나 볼 수 있게 발표한 논문이라면 더욱 더 열린 공간에 게재를 했으면 좋겠다. 만백성이 글을 깨우쳐 생각과 말을 글로 보존하여 누구나 속을 채울 수 있게 훈민정음을 만드신 세종대왕이 절로 생각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