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재미난 꿈을 꾸었군

나는 매일 꿈을 꾼다. 잘 때 꿈을 꾸지 않는 사람이 있겠냐 묻겠지만, 있다. 아주 깊게 잘자면 꿈을 꾸지 않고(혹은 기억하지 못하고), 설자면 꿈을 꾼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늘 수면 부족에 시달린다.

매일 꿈을 꾸다보면 간혹 흥미로운 소재의 꿈을 발견한다. 그런 것들은 자다말고 메모를 한다던지 따로 외워서(?) 기억을 해두곤 한다. 오늘의 꿈도 그런 것 중에 하나이다.

등장인물 : 나, 행복찾기

내용은 이렇다. 어찌 어찌하다보니 이미 애인이 있는 행복찾기님이 양다리를 걸치게 된 것이다. 원래 애인과 나이다. 즉 나는 후발주자로서 나쁜 놈, 침략자, 약탈자, 무법자, 개새X 등으로 불리는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나와 행복찾기님은 현재 아무도 없는, 그러나 누구나 오갈 수 있는 그런 공간에 단둘이 있고, 옷을 홀랑 완전히 벗어야만 할 수 있는 스포츠를 하려는 단계였다. 주변이 시끄러워서 제대로 진도가 안나갔다. 누군가 날 찾는 소리가 들렸다. (알고보니 실제로 회사 사람이 날 찾고 있었던 듯 싶다(난 회사 회의실에서 자고 있었다)) 고르브C를 착용하고 스포츠를 계속 진행해가려 했는데 시트콤처럼 계속 이상한 일들이 벌어져서 결국 거사 한 번 치르지 못하고 꿈은 끝났다. 잠에서 깨었기 때문이다.

밤새 내 꿈에 출연하여 옷을 벗는 파격 노출까지 해가며 열연을 보여준 행복찾기님에 감사의 인사를 보내며, 그녀의 애인인 기념관님께는 심심하고 삼삼한 메롱을 보내본다.


성석제의 재미나는 인생

- 책 제목 : 재미나는 인생
- 저자 : 성석제
- 분량 : 190여 페이지
- 분류 : 소설
- 사진 출처 : YES 24

이 책을 만난 때는 꽤 오래전이었다. 어느 날 저녁, 어머니께서는 복통이라도 일어났는지 배를 부여잡고 빌빌거리며 울듯이 신음하고 계셨다. 나는 깜짝 놀라 재빠르게 행동 대처 방안을 머리 속에서 강구하고 있었다. 잠시 후, 어머니의 꿈틀거림이 완화되자 신음 소리는 울음소리가 아닌 웃음소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울음과 웃음은 숨 하나 차이임을 느꼈다.

내가 어머니를 통해 울음과 웃음의 거리 차이를 깨닫게 해준 책은 성석제의 「 재미나는 인생 」이었다. 여러 단편 소설들을 모아놓은 책인데 성석제 특유의 짧막하면서도 허파에 바람 넣는 문체가 특징이다. 책 자체도 분량이 적지만 성석제의 글은 문장이 짧막하고 이야기 진행이 질풍노도와 같아 10분만에 책을 다 읽을 수 있다. 아니, 10분만에 다 읽은 느낌이다. 실은 2분만에 다 읽을 수 있지만 웃느라 8분의 시간을 포복절도해야하기 때문에 10분이 걸린 셈이다.

그의 책에 수록된 단편 소설 하나 중 몰두라는 것이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다.

개의 몸에 기생하는 진드기가 있다. 한번 박은 진드기의 머리는 돌아나올 줄 모른다. 죽어도 안으로 파고들다가 죽는다. 나는 그 광경을 몰두라고 부르려 한다.

이에 감명을 받았었다. 이 짥은 소설 하나로 나는 그의 팬이 되었다. 그는 진정 이 시대의 이야기꾼이다. 성석제라는 이야기꾼의 맛을 아직 보지 못한 이라면 권하고 싶다.

덧붙임 :
책이 얇아서 지하철이나 화장실에서 읽으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위험한 행위이다. 지하철에서 포복절도하고 화장실에서 포복절도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기 때문이다.